해당 인터뷰는 마포FM 100.7 MHz <전격 서울사람들>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편집자말]
홈경기와 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경기장에 찾아오던 한 축구팬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선수들은 언젠가 팀을 떠나지만 팬은 팀에 남는다. 그래서 선수에 대한 팬심은 항상 상처로 남는다"고. 아마도 오랫동안 한 팀을 응원하면서 자신이 응원했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긴 후 다시 적으로 만나는 경험에서 생긴 상처였을 것이다.

그런데 전 FC서울 소속의 김진규 선수는 좀 다르다. 태국 축구팀 파타야 유나이티드로 이적하였어도 마음만은 팬들과 함께 FC서울에 남아있었다. 얼마 전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태국에 놀러온 FC서울 팬과 함께 식사하고 찍은 사진을 올린 것. 최근 그와 전화 통화를 통해 인터뷰 할 수 있었다.

 팬들의 환호를 유도하고 있는 FC서울의 김진규

팬들의 환호를 유도하고 있는 FC서울의 김진규 ⓒ FC서울


- 정말 오랜만에 목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매우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지금은 FC서울을 떠났지만 파타야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김진규입니다."

- <베스트일레븐>과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는데, 정말로 기회가 된다면 서울에 와서 은퇴식을 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항상 우리 FC서울에 돌아가서 은퇴를 하고 싶죠. 구단에서 나중에 도와주시면 저는 항상 은퇴를 돌아가서 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태국은 더운 나라라고만 알고 있는데 축구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처음에 왔을 때는요. 좀 많이 힘들었어요. 정서적으로 선수들과 안 맞는 부분도 있었고, 너무 심각하게 더웠었거든요. 이런 데서 어떻게 축구를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수들의 마음도 알아가고 더위도 적응이 좀 되는 편인 거 같아요."

- 예전에 일본에서 활동할 때 무릎이 많이 안 좋았잖아요. 습하고 날씨가 좋지 않은 곳에서 어려움이 많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선 무릎이 안 아픈지는 2, 3년이 됐고요. 원래 비가 많이 오면 무릎이 쑤신다고 하잖아요. 여기가 지금 우기라고 하는데 아직 무릎이 안 쑤신 걸 보면 무릎이 나쁜 거 같진 않습니다."

챔피온스 리그에 대한 기대감

- 태국 선수들이 정서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태국 팬들도 (한국 팬들과 비교해) 다른 면이 있을 것 같은데요?
"(태국 분들은) 열광적이신 거 같아요. 한국 팬 분들도 열광적으로 응원하시지만요. 또, 여기 와서 놀랐던 게 원정경기나 홈경기나 끝나면 상대편 서포터들에게 가서 인사를 하거든요. 그러면 다 기립박수를 쳐 주시면서 파타야 응원가도 좀 불러주시면서 응원을 같이 해 주세요. 경기할 때는 응원 팀이 아니라 비판도 하시지만 경기가 다 끝났을 때는 같이 박수도 쳐 주시고, 이겼으면 축하한다고 그러고 지면 괜찮다고 해 주고. 그런 문화를 봤을 때는 약간 놀랐어요."

- 좋네요. 전해 듣기만 해도 좀 놀랍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팀 실점이 꽤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괜찮으세요?
"지금 계속 힘들어요. 선수들 멘탈이 좀 약해요. 예를 들어서 부리람과 경기할 때도 보면, 부리람이 여기 최고의 팀이거든요. 1-0으로 이기고 있는데 한국 같으면 수비를 좀 더 하잖아요. 그런데 공격을 더 나가고 자기들이 공격이 더 잘 되니까 더 공격하려고 하는 등 그런 게 많아요. 그러다 수비적으로 약해져서 골을 먹고 하는 부분이 좀 있어요."

- 지금 3경기 연승 중이신가요? 시즌이 끝나고 어느 정도 순위를 예상하시는지. FC서울 팬들은 가능하다면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라도 다시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하고 있어서요.
"네, 원정경기에서 2경기, 홈에서 1경기를 이겼죠. 솔직히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성적은 안 되고요. 근데 제가 여기 왔을 때 늦게 합류한 편인데 (당시에) 팀이 정상적으로 완성된 게 2주 정도 밖에 안 됐대요. 팀이 만들어진지가 얼마 안 되었던 거예요. 감독님도 오신지 얼마 안 되고 선수들도 다 새로운 선수들이라서 이제야 좀 발이 맞아가고 있고, 선수들과 좀 소통이 되는 편이에요."

- 개인에 대한 질문을 드릴 텐데요. 너무 부담되시면 패스하셔도 됩니다.
"네, 그런데 저는 패스 잘 못하는데(웃음)"

- 태국 부리람에 있는 고슬기 선수 인터뷰를 봤는데 심심하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제가 지금 서울에 산다고 하면, 고슬기 선수는 영덕(김진규 선수의 고향이 영덕이다-기자 주)에 사는 거나 똑같은 거죠. 아마, 여가 생활 할 게 없을 거예요."

- 김진규 선수가 이제 30대잖아요. 아직 미혼이신데 결혼 계획은 없으신가요?
"결혼을 해야 되겠죠.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빨리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금 솔롭니다(웃음)."

- 얼마 전에 열린 FC서울과 수원삼성과의 슈퍼매치를 보셨다고 하셨잖아요. 서울 팬들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김진규 선수는 어떻게 보셨나요?
"모든 면에서 서울이 압도적으로 이긴 경기라고 생각하고요. 마지막에 좀 운이 안 따라주고 오심이 조금 있었던 거 같은데 심판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했다고 생각해요. 시즌이 길고 슈퍼매치가 중요한 경기이긴 하지만 다음 경기가 있으니까요. 팬 분들도 응원해주시면 다음에 승점 3점을 가져 올 수 있죠. 이번 슈퍼매치는 (결과가) 좀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또 항상 슈퍼매치에 이름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선수라서(웃음)"

- 예전에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슈퍼매치 때 페널티킥 한번 주신 적 있거든요. 라돈치치하고 몸싸움해서. 라돈치치가 그렇게 나뒹굴 선수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었거든요. (2012년8월18일, 서울과 수원의 경기에서 전반6분 김진규가 라돈치치와의 공중볼 몸싸움 도중 푸싱 파울로 PK를 내주었고 서울은 0-2로 패했다- 기자 주)
"라돈치치가 한국말을 저보다 잘해요. 그래서 제가 너 일부러 그랬지? 하니까 '어!' 그러더라고요. (라돈치치는) 보통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이에요."

"후배들, 잘 하고 있으니 걱정 없어"

- 혹시 지금 FC서울에 남아있는 후배들 중에 걱정이 되는 선수가 있나요?
"걱정 되는 후배는 없어요. 왜냐하면 워낙 잘하는 후배들이고, 인성적으로도 잘 된 후배들이 많아서요. 걱정되는 건 많지 않은데 FC서울 B팀에 윤승원이라는 선수가 한 명 있어요. 제가 그 선수 팬이거든요. 축구를 워낙 잘해서 조금만 바꾸면 분명히 A팀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거 같은데 멘탈이 조금 약해요. 승원이가 조금만 더 잘하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카톡 메시지 같은 거는 보내죠. 조금 더 열심히 하라고."

- SNS를 보니 FC서울의 수비 선수들과 달달한 멘트를 나누시더라고요. 김남춘 선수나 유상훈 선수라든가. 그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그 선수들은 이제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다보니까 제가 말하기 보다는 남춘이 같은 경우에는 경기하기 전에 연락을 자주 해요. 경기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남춘이가 지금 출전기회가 조금 줄긴 했지만 기회가 왔을 때는 충분히 능력을 보일 선수기에 별로 걱정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 현재 파타야 감독님과 최용수 감독님은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요?
"서울 최용수 감독님은 카리스마나 리더십이 있죠. 지금 파타야 감독님께서는 약간 친구 같은 감독님이세요. 예를 들어 저하고 상의도 많이 하는 편이고, 선수들이 늦으면 벌금보다는 댄스나 노래를 시키거나 하면서 훈련 분위기를 약간 즐거운 분위기로 바꾸는 편이세요. 어떻게 보면 선수들이 쉽게 다가오도록 하려는 취지인 거 같아요."

- 이제 인터뷰는 이 정도로 마칠게요. 태국에서 뛰는 김진규 선수 모습 앞으로도 챙겨보면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항상 FC서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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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FC서울 파타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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