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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터 센터안에는 뉴그레인지 무덤의 역사와 문헌 정보를 설명해 놓은 박물관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비지터 센터안에는 뉴그레인지 무덤의 역사와 문헌 정보를 설명해 놓은 박물관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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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무덤이 하나 있다. 이 무덤은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는 뉴그레인지(Newgrange) 무덤으로 무덤이 만들어진 시기는 기원전 3000년 전이다. 이집트 피라미드보다 약 400년 이상 앞선다.

아일랜드 토착 세력인 켈트족보다 앞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 무덤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내용 외에 이 무덤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야기도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뉴그레인지에 관한 문헌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뉴그렌지 투어 하실 거죠? 5분 후에 셔틀 버스가 출발하니 서두르세요."

비지터 센터를 나와 뉴그레인지 셔틀 버스를 타기 위해 달려가는 아들.
 비지터 센터를 나와 뉴그레인지 셔틀 버스를 타기 위해 달려가는 아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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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매서운 바람을 뚫고 비지터 센터로 들어가자 안내데스크에 앉아 있던 직원이 우리 가족에게 다짜고짜 서틀 버스 탑승을 권했다. 비지터 센터 박물관 관람료는 3유로, 무덤 투어까지 포함하면 6유로. 여기까지 와서 무덤을 안 보고 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굳이 관람료를 이렇게 나눠 놓을 이유가 있을까?

박물관을 둘러본 후 뭐라도 알고 뉴그레인지에 갈 생각이었으나 해가 보일 듯 말 듯 하는 날씨는 저 셔틀 버스를 무조건 지금 타야 할 것 같은 숙명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다. 부랴부랴 입장권을 끊고 셔틀 버스 타는 곳으로 향했다. 비지터 센터에서 빠른 걸음으로 2~3분을 걸어야 셔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이미 모든 관광객들은 자동차 박물관에서 튀어나온 듯한 오래된 파란 버스 안에서 버스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자 버스 기사 아저씨는 능숙한 솜씨로 뉴그레인지 무덤으로 향했다. 마을버스보다 더 짧은 루트를 기사 아저씨는 하루에 몇 번씩 운전하시는 걸까? 우리에게 낯설고 새로운 여행 길이 누군가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권태롭고 지루한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출발한 지 5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 경주 수학 여행에서 보았던 것 같은 커다란 무덤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뉴그레인지 무덤까지 가는 길도 셔틀 버스를 타야 하지만 무덤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무조건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버스에서 내려 허름한 휴게소에서 몸을 웅크린 채 일면식도 하지 않았던 여행 동지들과 가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유행의 흐름과는 전혀 무관한 송아지색 갈색 롱 코트 안에 모자 달린 후드를 입은 가이드 아저씨가 한 손에 지팡이를 들고 등장했다. 아저씨의 포스만으로도 벌써 고대 시대 체험을 하는 기분이다.

우리팀을 인솔해 주셨던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뉴그레인지 무덤으로 향하고 잇다
 우리팀을 인솔해 주셨던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뉴그레인지 무덤으로 향하고 잇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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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을 인솔한 가이드 아저씨는 무덤에 들어가기 전, 무덤에 관한 역사적인 이야기를 한참 동안 늘어 놓으셨다. 무덤의 지름이 80m 이상, 높이는 12m 정도 된다는 것. 그 둘레에 서른 개 이상의 선돌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고 돌에는 나선형과 지그재그, 삼각형 등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

하지만 이런 문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남쪽면 입구로부터 길이 19m에 걸쳐 육중한 석판들 사이에 좁은 통로가 있고 이 통로는 무덤 한가운데 작은 방으로 이어진다는 사실, 동지 무렵에 태양이 땅에 가장 가까운 위치로 내려오면 아침마다 태양이 이 통로를 따라 안쪽의 방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 등 오디오 카세트를 누른 마냥 가이드는 본인이 기억하고 있는 정보를 한치의 실수도 없이 여행자들에게 능숙하게 이야기했다.

세찬 바람과 떨어지는 빗방울에 아랑곳하지 않고 약 10분간 본인의 이야기 보따리를 다 풀어 놓은 후에야 무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이드가 무덤 입구의 열쇠를 열고 앞장서서 무덤 안으로 들어갔다. 무덤 입구에서 중앙까지 거리는 약 12미터. 무덤 복도의 높이는 1m 50cm가 채 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폭이 50cm도 안 되는 무덤 안을 들어가는 기분이 묘하다. 어떤 곳은 폭이 40cm도 되지 않아 보였다.

매우 좁은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자 무덤의 중앙이 나타났다. 영화 장면 중 하나라면 이렇게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면 깜짝 놀랄 만한 공간이 펼쳐져야 하겠지만 무덤의 중앙은 매우 좁고 단순했으며 거칠었다. 약 3평 정도 내외의 둥근 홀 안에는 세 개의 좁은 방이 연결되어 있는데 방의 규모는 1평도 되지 않을 공간이었다.

무덤 중앙 천장은 약 6미터로 추정되며 크고 작은돌들이 피라미드 모양처럼 점점 좁은 모양을 하며 쌓아 올려져 있었다. 천정의 마감은 공사가 덜 끝난 듯 거친 표면이 쉽게 눈에 띄었다. 가이드가 말한대로 무덤 벽 안에 새겨진 문양들은 예전 국사시간 책에서 보았던 빗살무늬토기의 문양처럼 보였고 태양을 상징하는 듯한 문양도 눈에 띄었지만 정확한 의미는 아무도 모른단다.

뉴그레인지 무덤 입구.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뉴그레인지 무덤 입구.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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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건축기술과 뉴그레인지 무덤을 비교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무덤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피라미드보다 400년이나 앞선 시대에 이런 무덤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이 곳에 살고 있었고 그 무덤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다. 오히려 무덤이 발견된 17세기 이후 이 무덤에 들어왔던 사람들이 새겨 놓은 낙서가 더 인상적이었다. 무덤 벽 곳곳에 새겨진 이름처럼 보이는 글자들과 그들이 다녀간 연도들은 300~400년 전에도 이 근처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뉴그레인지 무덤에 대한 정확한 문헌이 남아 있지 않아 모든 것이 불분명한 기록일지라도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요소가 있다. 바로 '동지' 무렵 일출시 태양빛이 입구를 통해 정확히 들어와 긴 복도를 지나 무덤 내부에 있는 세 개의 방까지 들어오기 때문이다.

뉴그레인지에서 동지일출을 보는 경험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고 매년 일정한 기간 동안 신청자를 받아 추첨을 통해 한 해 약 50명만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특별한 이벤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거운 돌을 운반해서 무덤을 만든 것보다 태양과 빛의 움직임을 관찰해 정확히 그 빛이 무덤 안으로 들어오게 만든 기술은 감탄할 만하다.

뉴그레인지 무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후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태초부터 시작되었다. 아주 오래 전 지구에 살던 사람들에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이 매일 만나는 낮과 밤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낮과 밤보다는 훨씬 신성하고 진지했을 것이다. 어쩌면 점점 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보다 모든 것이 불편했지만 주어진 것에 순응하고 자연을 귀하게 여긴 고대인들의 삶이 더 행복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무덤 안과 밖에서 다양한 빗살무늬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무덤 안과 밖에서 다양한 빗살무늬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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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뉴그레인지 무덤 정보

사이트: www.newgrange.com
주소: Newgrange, Donore, Co. Meath



태그:#아일랜드, #아일랜드여행, #뉴그레인지무덤, #뉴그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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