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의장으로 선출된 정진석 당선자, 김광림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축하꽃다발을 들어보이며 동료의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첫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진석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의장으로 선출된 정진석 당선자, 김광림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축하꽃다발을 들어보이며 동료의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친박(친박근혜)은 죽지 않았다.

'범(凡)친박' 정진석 당선자(4선, 충남 부여·공주·청양)가 3일 열린 20대 국회 첫 새누리당 원내사령탑으로 뽑혔다. 앞서 예상됐던 접전 양상도 없었다.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서 '경쟁자' 나경원·유기준 의원을 가뿐히 제쳤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당선자 119명 중 69명이 정 당선자에게 표를 몰아줬다. 나경원·유기준 의원이 얻은 전체 득표보다 19표나 많았다.

현재 새누리당 20대 국회 당선자 122명 가운데 친박 성향 당선자가 70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친박 측에서 조직적으로 정 원내대표를 지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최경환 의원 등 친박 주류의 공개적인 만류에도 원내대표 출마를 결정했던 유 의원의 득표수(7표)를 봐도 마찬가지다. 비록 '탈계파'를 선언하긴 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당내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이끌고 있는 유 의원이었다. 그런 그가 7표 밖에 얻지 못한 것은 '친박의 외면'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이한 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2012년 총선 이후 누구도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거론하지 않는 첫 선거였단 점이다. 20대 총선 참패로 '친박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이 같은 상황에서도 친박의 지지를 얻은 원내사령탑이 선출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지난 2013년, 2014년 열렸던 원내대표 경선과는 다른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기도 하다. 당시 박심을 앞세웠던 후보들은 당내 경선에서 크게 고전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 최경환 의원은 당시 비박으로 분류된 이주영 의원을 불과 8표 차이로 겨우 이겼다. 2014년 원내대표 경선 땐 이주영·홍문종 의원이 친박 후보로 나섰지만 비박 유승민 의원이 크게 이겼다.

MB정부 당시 '가교' 였던 정진석에게 친박 쏠림 현상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의장으로 선출된 정진석 당선자, 김광림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동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동료의원들과 인사 나누는 정진석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의장으로 선출된 정진석 당선자, 김광림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동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첫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진석 당선자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아쉽게 패한 남경원 후보에게 꽃다발을 겐네주고 있다.
▲ 아쉽게 패한 나경원 후보에게 꽃다발 건네주는 정진석 원내대표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첫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진석 당선자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아쉽게 패한 남경원 후보에게 꽃다발을 겐네주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 같은 상황은 '연착륙'을 원하는 친박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현재 친박은 총선 참패 후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특히 친박 측의 공천전횡 등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 때도 '계파 패권주의'로 지목하며 청산해야 할 과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친박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스스로 '자숙론'을 펼쳐야 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비박 측에 차기 원내지도부를 쉽게 넘겨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의 국정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인데다 20대 국회마저 여소야대로 재편됐다. 이 상황에서 당청 간 불협화음이 우려되는 비박 원내지도부를 만들 순 없었다. 게다가 이번 경선 결과가 오는 6~7월 열릴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도 계산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절충점'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지만 계파색이 엷은 중립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또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국민중심당 소속으로 친박·친이(친이명박)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기도 하다. 정 원내대표도 이날 후보자 간 상호토론에서 "어떤 계파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19대 국회에서도 원외에 있어 계파 갈등에 휘말리지 않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보면 오히려 범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선친인 정석모 전 장관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내각에서 활동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과는 '선대의 인연'을 맺고 있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그의 한나라당 입당 당시 "당과 나라를 위한 큰 인재를 얻었다"는 개인 논평을 따로 내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 당선자를 정무수석에 임명한 배경 역시 박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 2010년 7월 세종시 수정안 부결 사태 후 친박과의 '가교' 역할을 위해 그를 정무수석으로 부른 것이다. 실제로 정 당선자는 정무수석 취임 후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단독 회동을 성사시켰다. 

즉,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박 대통령과는 각별한 사이인 그가 다른 비박 측 후보보단 친박 측에서 반길만한 인사였단 얘기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맏형'인 서청원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단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나경원 의원 측은 "(정 원내대표 측은) 사실상 친박 후보"라고도 강조해왔다.

정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이 된 김광림 의원(3선, 경북 안동을)의 선택 과정도 친박 측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나 의원과 정 원내대표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김 의원은 이 과정에서 친박 좌장인 최경환 의원과 상의한 후 정 원내대표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정 원내대표는 당선자 122명 중 21명에 달하는 대구·경북 쪽 표심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청와대의 일방적 지시 먹힐 수 없다", 그러나 '소통'에 방점

새누리당 최경환, 심재철 의원을 비롯한 동료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의장 선출을 위해 투표하고 있다.
▲ 원내대표 선출 투표하는 최경환-심재철 새누리당 최경환, 심재철 의원을 비롯한 동료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제20대 국회 새누리당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의장 선출을 위해 투표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제 주목되는 것은 여러 당내 현안에 대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 후 비상대책위 구성·당청관계 재정립·탈당파 복당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먼저 그는 이날 경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청와대의 일방적 지시는 먹힐 수 없을 것"이라며 "당청관계도 과거에 문제가 있었다면 변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당청관계 '급변'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1일 출마 기자회견 당시에도 '수평적 당청관계'를 주장했지만 "정책이든 입법이든 당과 청와대가 사전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나서 야당과 협상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즉, 당청 간 소통에 좀 더 방점을 찍은 것이다.

유승민·윤상현 등 탈당파 복당 문제에 대해선 "주요 현안에 대해선 제가 한 번 찾아가든, 모임을 하든,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여론 수렴 절차를 우선 밟겠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 외부 영입 문제 등에 대해서도 "비대위의 성격이 혁신과 추진을 위한 비대위인지, 아니면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실무 성격인지에 따라 인선·시기·방법이 갈릴 것"이라며 "당선인들의 중지를 모으겠다"라고 밝혔다.     


태그:#정진석, #친박, #원내대표, #박근혜, #최경환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