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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까치, 동박새 등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새들, 이 새들이 '동시'라는 특별한 둥지와 만났다.

황금펜아동문학상과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을 수상한 한상순 시인이 펴낸 <딱따구리 학교>(크레용하우스)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새를 소재로 쓴 45편의 동시가 담겨 있다.

<딱따구리 학교>
 <딱따구리 학교>
ⓒ 크레용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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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전깃줄에 앉아 있는 참새처럼 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텃새들과 뒷산 풀숲과 나무 사이를 포롱거리며 돌아다니는 숲속의 새들, 호수가 강가에서 살아가는 물가 새들, 한 철만 머물다 떠나고 1년 뒤에 다시 돌아오는 철새들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새들을 다 담았다.

백과사전이나 인터넷 웹페이지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던 새들이 '동시'라는 문학의 영역에서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것. 그동안 많은 동시 작가들이 새를 소재로 한 시를 써왔지만, 오로지 새에 집중해서 전편을 구성한 동시집은 <딱따구리 학교>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새를 단순히 시적 아이템을 얻기 위한 참고용 소재나 시적 경험이 촉발되는 도구로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가 중심이 되는 시, 새 이외의 것들이 뒤로 물러나는 동시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고 하겠다.

또한 이 책은 다른 동시집과는 다른 매력, 다른 힘을 갖는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동시집이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작품 내부에서 노력하고 있는 시선끌기의 노력을 소재에서 이미 이뤄내고 있다.

'오목눈이', '직박구리', '딱새' 등의 재미있는 이름들은 어떤 동시적 기발한 표현보다 더 쉽게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시인은 제목에, 혹은 작품 속에 자주 접하지 못하는 특별한 새의 이름들을 포함시키면서 독자의 주의력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하게 특이한 새의 이름만을 던져서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이 아니라, 시인은 새의 이름과 습성을 제대로 포착해 내고, 이를 동시적 표현으로 잘 버무려 놓았다.

"수정이네 / 장작더미 틈새 / 딱새네 집으로 / 딱이야 딱"
- '딱이야 딱' 중에서.

이 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딱새라는 이름에서 오는 특별한 느낌과 작은 틈 속에 늘 둥지를 트는 딱새의 습성까지 결합하고, "딱이야 딱"이라는 감탄으로 연결시키는 기발함이 돋보인다.

시인의 이러한 노력과 솜씨 덕분에 흔히 동물이나 식물을 소재로 한 시가 '설명' 위주로 가기 쉬운데, 이 책의 작품들은 설명을 넘어 뛰어난 시적 형상화에 성공했다. 특히 새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른의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것이다.

그렇기에 어린이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아주 표면적인 의문과 질문에서 출발하는 시들도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까마귀의 이름에 붙은 '마귀'에 대한 불만이나 박새네 집에 대문을 달아주겠다는 생각들이 어린이다운 쉽고 표면적인 생각의 표현이다.

<딱따구리 학교>에 수록된 동시 한 편을 만나보자.

까마귀

머리도 까망
부리도 까망
날개도 까망
발까지 까망

그냥 까망 새라 불러 줘도 좋을 걸
까마귀, 마귀가 뭐람

까악 까아악.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류학자인 새박사 '윤무부' 교수가 제공한 사진이 같이 수록되어 있어, 사진을 통해 자주 만나던 새의 진짜 이름도 배울 수 있다.


딱따구리 학교 -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 주는 인성 동시

한상순 지음, 김도아 그림, 윤무부 사진, 크레용하우스(2016)


태그:#한상순, #딱따구리학교, #새동시, #윤무부,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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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가, 시인, 출판기획자 * 아동문학, 어린이 출판 전문 기자 * 영화 칼럼 / 여행 칼럼 / 마을 소식 * 르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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