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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촌에서는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쌀을 사서 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요즘 농촌에서는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쌀을 사서 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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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 가운데 자신이 애써 수확한 쌀을 먹지 않고 되레 쌀을 사서 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쌀을 농가에서 직접 도정할 경우 도정 과정에서 고강도의 노동력이 요구되는 데다 손도 많이 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농가에서 가을에 쌀을 수확한 직후 1년 치 먹을 양의 쌀은 남겨 두고 나머지를 전량 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PRC)이나 대형 정미소로 보냈다.

차라리 사서 먹는 게 경제적

농가에 남겨진 쌀은 대략 3일 정도 햇볕에 널고 말리기를 반복한다. 쌀의 영양분을 유지하는 동시에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과정조차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80kg에 달하는 쌀 한 가마니에 쌀을 퍼담고 나르는 일도 60세 이상의 고령 농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요즘은 무게 부담 때문에 쌀을 40kg씩 나누어 담는 농가가 많지만 사실 이조차도 만만치가 않다.

이렇게 어렵게 말린 쌀을 포대에 담아 창고에 넣어 두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필요할 때마다 쌀을 꺼내 도정 과정 즉, 방아를 찧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농가용 소형 정미기의 가격은 대략 100만~150만 원 선이다. 젊은 부농에게는 부담이 없는 가격이지만 고령의 소농에게 100만 원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게다가 정미기로 정미하는 과정도 고령의 농부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소량의 쌀을 도정하기 위해 정미소를 찾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충남 홍성군의 한 정미소 관계자는 "요즘은 한 가마(80kg)씩 소량으로 도정하는 정미소가 거의 없다"며 "기계 돌리는 비용도 안 나온다"고 난색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고령의 농가들을 중심으로 직접 쌀을 말리고 도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포기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충남 예산군 고덕면의 한 70대 농민은 "그동안은 집에서도 먹고 서울에 있는 자식들한테 보내기 위해 쌀을 일부 남겨 뒀다"면서 "이제는 힘에 부쳐서 더 이상 못하겠다, 자식들한테도 쌀을 사 먹으라고 하고 올가을부터는 수확한 쌀 전량을 미곡처리장에 넘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쌀을 농협에서 운영하는 미곡종합처리장에 팔 경우 농협 측에서 쌀값을 계산해 농민의 통장으로 입금해 준다. 일부 농민들의 경우 쌀을 전량 미곡처리장에 넘긴 후 농협에서 입금받은 돈으로 쌀을 다시 사서 먹는다. 이럴 경우 쌀을 말리고 도정하는 과정을 생략해 노동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20kg의 쌀이면 3인 가족이 한 달 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국산 쌀의 경우 10kg은 2만~3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쌀을 사 먹는 한이 있더라도 노동량을 줄여 보겠다고 나선 일부 농가들의 몸부림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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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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