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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돌돌돌~ 처마 밑에 봄비 내리는 소리가 아름답게 들여온다
 돌돌돌돌~ 처마 밑에 봄비 내리는 소리가 아름답게 들여온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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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돌돌~. 새벽에 일어나니 처마 밑 홈통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어떤 연주 소리보다도 아름답고 듣기 좋다. 봄비 내리는 날 우리 집 홈통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악기가 된다. 인간이 연주하는 그 어떤 소리보다도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능가하지는 못한다. 더구나 가뭄 끝에 하늘이 내려주는 생명의 단비 소리가 아닌가!

단비는 만물을 춤추게 한다. 봄에 내리는 단비는 지상에 나와 있는 식물뿐만 아니라 땅 속 깊이 박혀있는 지하의 뿌리까지 춤을 추게 한다. 인간이 들려주는 소리는 저 땅 속 깊이 내려 뻗는 식물들의 뿌리까지 춤을 추게 하지는 못한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는 텃밭으로 나갔다. 비바! 밤새 작물들이 훌쩍 자라나 있는 것 같다. 채마밭에 심은 청치마상추, 적치마상추, 로메인, 케일, 쑥갓, 오크상추, 겨자상추들은 물론, 현관 앞 텃밭에 심은 양배추, 비트, 감자, 브로콜리도 훌쩍 자라나 생글거리고 있다.

 봄비를 맞고 무한한 생명력을 되 찾아가는 텃밭.
 봄비를 맞고 무한한 생명력을 되 찾아가는 텃밭.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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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를 맞고 촉촉이 젖어 있는 로메인 상추
 단비를 맞고 촉촉이 젖어 있는 로메인 상추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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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을 머금고 넙적넙적 펴진 상추 잎은 정말이지 뜯어서 한 입 먹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다. 오늘 점심으로 저 푸른 상추 잎을 뜯어 된장을 듬뿍 칠해 볼따구니가 터지도록 한 입 먹어야겠다. 시골 자연 속에서 사는 맛이란 바로 이 맛이 아니겠는가!

당근 싹도 촘촘히 돋아나 있다. 어제 파종을 한 여름 열무도 단비를 맞고 스프링처럼 튀어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치겠지.

5월 1일, 전곡 육묘가게에 모종을 사러 갔더니 사람들로 붐볐다. 봄 채소를 심는 제철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비가 내리기 전에 모종을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온통 사람들의 마음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서 토마토, 가지, 오이, 고추, 피망 등 여러 가지 모종을 사들고 왔다. 모종들은 낯선 곳으로 옮겨오는 고통 때문인지 축 처져서 "아이고 나 죽겠네!" 하며 시들시들 했는데 어머니 대지에 심어주니 뿌리를 안착시키고 아버지 하늘이 내려주신 단비를 맞고 생생하게 웃고 있다.

 채마밭
 채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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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대를 세운 토마토 밭
 지지대를 세운 토마토 밭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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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볕을 쬐며 심었던 고구마 순도 단비를 맞고 고개를 번쩍 쳐들고 있다. 지지대를 세워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묶어 두었던 토마토가 단비에 촉촉이 젖어 생기를 찾고 있다. 오, 생명의 위대함이여! 만물의 근원은 하늘, 땅, 물, 공기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표고버섯 종균을 심은 참나무 토막에도 단비 촉촉이 스며 들고 있다. 표고버섯은 종균을 한 번 심어주기만 하면 봄 가을 두 차례 맛있는 버섯을 길러준다. 참으로 신기하다. 자신의 몸을 썩혀서 부드럽고 맛있는 버섯을 키워주다니... 이 종균을 키워주는 것도 물이다.

 표고버섯 종균을 심은 참나무
 표고버섯 종균을 심은 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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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촉촉이 젖어들며 무한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텃밭의 작물을 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과연 생명의 근원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젖어 본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주 만물을 존재하게 하는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만물은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구성되어 있다. 우주 만물은 지·수·화·풍의 이합집산으로 생겨났다가 다시 지·수·화·풍으로 되돌아간다. 소우주인 우리들 몸도 지·수·화·풍에서 생겨났다가 다시 지수화풍으로 사라져간다.

땅(地)은 굳고 단단한 성질을 바탕으로 모든 존재의 바탕이 된다. 땅은 우리 몸의 살, 피부, 머리카락, 털, 손톱발톱, 뼈, 힘줄, 골수, 신장, 심장, 간장, 늑막, 폐, 창자, 부소화물 대변, 뇌 등을 형성한다. 땅이 없으면 만물의 설 수 없다.

물(水)은 만물을 포용하고 조화를 시켜 성장시키는 바탕이 된다. 유동의 힘은 영양소를 옮겨 몸 전체에 골고루 퍼지게 해주며 각 조직을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은 우리 몸속의 피, 땀, 눈물, 침, 오줌, 담즙, 가래, 고름, 임파액, 콧물, 관절액 등을 구성하고 우리 몸의 70%가 수분으로 구성하며 생명을 유지하게 한다.

불(火)은 따뜻함, 소화를 돕는 열기, 숙성, 온도유지, 늙어감, 소모됨의 특성을 가지고 물체를 성숙하게 해준다. 불은 우리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게 하고, 열을 내어 음식물을 소화 시키게 한다. 모든 만물은 열을 가해야만 에너지가 생성된다.

우리가 먹은 음식도 몸 속에 들어가 열이 가해져야 비로소 에너지로 변하고, 석유도 불을 붙여야 타서 에너지가 된다. 원자폭탄도 불로 점화를 시켜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불은 모든 에너지를 생성케 하는 매개역할을 한다.

바람(風)은 움직이는 것을 성질로 하여 만물을 썩지 않고 키우는 바탕이 된다. 바람은 우리 몸의 호흡 즉 들숨과 날숨, 하품, 구토, 딸꾹질, 트림을 하게 하고, 배 안의 바람, 내장 안의 바람이 팔다리에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만물은 부패되어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한다. 바람이 불어야 잠자던 생명도 깨어나 활동을 하게 된다.

이 네 가지 요소 중에서도 물의 힘은 실로 대단한 것 같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Thales of Miletus, BC 624~545)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공감이 간다.

 아내의 꽃동냥으로 이루어진 꽃밭
 아내의 꽃동냥으로 이루어진 꽃밭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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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만든 화단으로 가니 지난주에 심은 화초들이 비를 맞고 한껏 기지개를 펴며 생글생글 웃고 있다. 봉숭아와 메리골드도 맹렬하게 땅 속을 뚫고 돋아나고 있다.

아내의 화단에는 벌써 수십 가지가 넘는 화초와 꽃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우리가 사온 것은 몇 개 안 된다. 아내의 화단에 자라고 있는 꽃들은 대부분 <꽃동냥>을 해온 것들이다. 텃밭 주변에 있는 야생화, 아랫집 이장님 사모님이 주신 화초 10여 가지, 고향 형님 집에서 얻어온 수선화, 구례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혜경이 엄마가 보내온 목단, 매발톱, 작약 등 여러 곳에서 얻어온 것들이다.

단비가 맞은 모든 식물들이 고개를 쳐들고 집 안팎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거기에다 강한 바람까지 불며 땅속에 잠들고 있는 생물들을 깨우고 있다. 봄비를 맞고 생명력이 용솟음치는 만물로부터 무한한 기운을 받는다. 인간이 아무리 인위적으로 물을 준다 할지라도 자연의 비를 넘어설 수는 없다. 텃밭과 화단에 파종 할 것 다 하고, 심을 것 다 심고 나서 단비가 내리니 좋다! 좋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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