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차이가 꽤 벌어져 있기 때문에 뒤집기 우승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죽을 쑤기는 했지만 상대 팀은 디펜딩 챔피언 첼시 FC여서 더 까다로운 원정 경기였다. 최근에 입지가 줄어든 손흥민에게는 이 경기 선발 출전 의미가 더 특별하게 보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시각으로 3일 오전 4시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첼시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먼저 두 골을 달아나기는 했지만 후반전에 연속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
127일 만에 터진 손흥민의 리그 3호골
▲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한국 시각으로 3일 오전 4시,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첼시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리그 3호골을 기록했다. ⓒ 토트넘 홋스퍼
한국 축구팬들은 물론 울리 슈틸리케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에게도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예상을 뒤엎고 손흥민이 선발로 경기에 뛴다는 뉴스였다. 레스터 시티와의 시즌 막바지 우승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 놀라운 소식이었다.
손흥민에게는 이 기회가 무엇보다 소중했다. 지난 3월 18일 열린 도르트문트(독일)와의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홈 경기 이후 46일 만에 이루어진 선발 기회였고 프리미어리그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2월 28일 열린 스완지시 시티와의 홈 경기 이후 65일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손흥민의 팀내 입지도 중요하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준비해야 하는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도 손흥민의 리그 경기 감각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에 고무적인 일이었다.
모처럼 선발로 나와 동료 골잡이 해리 케인 바로 아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손흥민은 경기 시작 후 28분 만에 위력적인 왼발 감아차기 중거리슛 실력을 뽐내며 몸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35분에 선취골이 터졌다. 역습 과정에서 에릭 라멜라의 절묘한 찔러주기를 받은 토트넘의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이 부드러운 왼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첼시 골키퍼 베고비치까지 완벽하게 따돌리고 왼발로 밀어넣었다.
해리 케인은 이 골로 25득점 고지에 먼저 오르며 세르히오 아게로(맨체스터 시티, 23골),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 22골)와의 거리를 조금 더 유지하며 시즌 막바지 리그 득점왕 경쟁에서 한 발 더 앞서 나갔다.
그리고 전반전 종료 직전에 손흥민의 뜻 깊은 추가골이 터져나왔다. 첼시 풀백 이바노비치가 동료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에게 잘못 연결한 것을 선취골 주인공 해리 케인이 가로챘고 곧바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이 공을 받아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는 손흥민을 겨냥했다.
손흥민은 이 공을 받아서 각도를 줄이며 몸을 날리는 상대 골키퍼 베고비치까지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완벽한 추가골을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시켰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3호골이자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서 시즌 통산 7호골을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해 12월 28일 왓포드와의 원정 경기에 후반전 교체 멤버로 들어가서 1골을 터뜨리고 127일 만에 프리미어리그 골을 터뜨렸으니 그 기쁨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후반전 첼시의 대반격, '레스터 시티' 어부지리 우승 확정그러나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만큼이나 첼시 FC 선수들도 4만1545명 홈팬들 앞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다소 거친 장면이 많았지만 후반전 반전 드라마를 멋지게 펼쳤다.
58분에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잡은 첼시 FC는 수비수 게리 케이힐이 침착하게 왼발 슛을 성공시키며 그라운드 안팎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이 이기지 못하면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1위를 달리고 있는 레스터 시티의 감격적인 우승이 확정되기 때문이었다.
포체티노 감독도 이대로 무너지기 싫었기 때문에 64분에 손흥민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라이언 메이슨을 들여보내며 중원의 안정을 주문했다. 하지만 첼시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는 토트넘 수비수들이 역습에 취약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중심 역할을 후반전 교체 선수 에당 아자르가 맡았다. 히딩크 감독의 주문이 83분에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는 에당 아자르가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와의 2:1 연결을 통해 기막힌 오른발 감아차기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이에 첼시 FC 홈팬들 중 일부는 레스터 시티의 우승을 축하하는 손글씨를 펼쳐들기도 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첼시 FC를 지휘했던 감독이 이번에 레스터 시티 구단 역사상 첫 우승 위업을 이룬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첼시 FC는 스토크 시티와 같은 승점(48점)이 되면서 골 득실 차에 의해 9위 자리까지 뛰어 올랐다. 전반전까지 잘 나가다가 승점 2점을 날린 토트넘 홋스퍼는 70점에 머물면서 레스터 시티와의 승점 차이가 7점으로 벌어지는 바람에 레스터 시티의 첫 우승을 축하해줘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이제 레스터 시티의 감격적인 우승 시상식이 8일 오전 1시 30분 에버턴 FC와의 홈 경기가 열리는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펼쳐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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