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현(絃):의 기도>란 첼로 연주 음반을 선보였던 지병찬 신부는 뮤지션이다. 천주교 인천교구 신부로서 바쁜 사제의 삶 속에서도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 온 그. 연주 음반을 내보인 만 2년 뒤, 독일대학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각각 전공한 고금주·류미희 두 음악인과 트리오 숨(Trio Soom)을 결성, <현(絃):의 기도> 2집 앨범을 지난 4월 29일 발표했다.

세상의 모든 이에 평화와 안식을 선물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완성된 이번 음반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듣고자 성당 소재지인 김포에서 합정동 소재 카페로 와 주신 지병찬 신부와 지난주 화요일(4월 26일) 오후 3시 인터뷰를 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종교를 넘어 평화와 휴식을

지병찬 신부 가톨릭 사제이면서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온 지병찬 신부. 그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것만큼이나 악기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도 중요했다.

▲ 지병찬 신부 가톨릭 사제이면서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온 지병찬 신부. 그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것만큼이나 악기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도 중요했다. ⓒ 헉스뮤직


- 어떻게 트리오 숨의 첫 음반이 발표될 수 있었나?
"1집 발표 후 음악 피정(가톨릭 신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하여 자신을 살피는 일) 공연을 꾸준히 해왔는데, 1년 전 그것을 본 후 지금의 두 여성 멤버가 연락을 해 찾아와 직접 만나게 됐다.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들려줌으로써 현실에 지친 많은 이에게 종교를 넘어 일상의 평화와 휴식, 삶의 위로와 힘을 전해보자는 의견에 뜻을 모았다. 먼저 세 사람이 합주하며 호흡을 맞춰 나갔고, 자연스럽게 음반 발매에 대한 이야기가 모이면서 연주 트리오 '숨'이 결성되기까지 이르렀다."

- 독집 앨범 <현(絃):의 기도>를 냈는데, 그룹 활동 결정은 절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고민을 많이 했고,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웃음)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 등 세 악기 연주자들이 모여 트리오를 결성, 곡 녹음도 하고 연주도 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두 멤버와 같이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톨릭 성가를 비롯해 여러 장르의 음악을 트리오 연주로 전해드릴 수 있다는 것 역시 무척 소중한 일이다."

- 이번 앨범이 전작을 잇는 작품인 것 같은데?
"그렇다. 그룹을 통해 이번 음반이 기획 발매되었지만, 이전에 선보였던 솔로 앨범 <현(絃):의 기도>와 동일한 컨셉을 가진 작품이기에 2집으로 제목을 정했다. 전작에서는 다양한 악기의 어울림으로 빗어낸 음악을 전해 드렸다면 이번 음반에서는 오롯이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 세 악기의 조화로움 속에 만들어진 소리를 들어보셨으면 한다."

- 솔로 앨범을 기다렸던 분들은 다소 서운하거나 의아해하셨을 것 같다.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전 작품을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분들께는 2집 음반에 수록된 곡들도 차근차근 들어 보시면서 '트리오 연주의 매력'을 한껏 느껴 보시라고 말씀드리려 한다. 내가 더욱 열심히 홍보를 해나가야 할 것 같다. (웃음)"

- <현(絃):의 기도> 두 번째 음반에는 어떤 곡들을 재해석 연주 수록했나?
"영화 <미션(Mission)>의 주제가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와 가곡 '내 영혼 바람이 되어'를 비롯해 클래식 작곡가들인 바흐(Bach)의 '양들은 평화로이 풀을 뜯고(Sheep May Safely Graze)', 프랑크(Frank)의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 멘델스존(Mendelssohn)의 '성모의 성월: 노래의 날개 위에' 등 잘 알려진 곡들을 물론 가톨릭 성가 및 CCM 곡 등을 연주 수록했다."

- 바쁜 사제생활 속에서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남다른 이유가 있나?
"항상 자신을 낮추고 드러나지 않으며 겸손함을 갖춰야 하는 성직자로서 악기를 들고 나선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꼭 한 가지 생각만 부분은 '사제란 입장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사제의 입장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했고 '사제는 많은 사람에게 좋은 마음을 이끌어 주고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교회적으로는 '복음'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제 분들이 말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과 달리 첼로 연주로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가 위주로 그런 활동을 펼쳐 왔는데, 향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국민에게 위로와 힘을 드릴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첼로로 연주해서 '음악 하는 사제'로서의 꿈과 역할을 희망하고 있다."

사람 목소리 닮은 첼로, 다양한 감성을 전하다

- 언제부터 음악인의 길을 함께 가겠다고 생각했는지?
"어릴 적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사제가 되기 위한 준비 기간에는 파이프 오르간도 배울 기회가 있었다. 첼로는 꼭 해보고 싶은 악기였고 14년 전인 20대 후반 무렵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첼로로 연주하고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었는데, 많은 분께서 관심을 좋아해 주신 결과 두 번째 음반까지 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첼로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첼로는 사람의 목소리를 닮았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거다. 여러 프로 음악인들의 작품을 듣거나 내가 연주가 곡을 들을 때마다 항상 느끼게 된다. 때로는 기쁨이 때로는 슬픔이 소리로 전달되고, 어떨 때는 아이의 목소리 또 어떨 때는 청년 혹은 노인의 음성이 첼로를 통해 들리기도 한다. 같은 악기로 같은 곡을 연주하는데도 매번 다른 감성의 목소리로 드러나는 첼로. 앞으로 더욱 갈고 닦아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잘 표현해 보고 싶다."

-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
"참 어려운 일이다. 사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충실히 하면서 틈틈이 '트리오 숨'의 연주를 듣기 원하는 분들을 위해서 일정 조정을 해 나갈 예정이다. 혼자 활동할 때와는 또 다른 상황이어서 먼저는 세 사람이 함께 모여 앨범을 발표한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다행히도 서로 스케줄이 맞게 될 경우 저희 음악을 듣고자 하는 분들을 공연을 마련할 생각이다."

- 음반 수록곡들이 듣는 이에게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길 바라나?
"가톨릭 신자분들은 성가 자체의 메시지를 충실하게 고려해서 들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 비신자분들에게는 세 악기로 전해지는 '현의 미학'을 음미해 보면서 때론 힘겹고 무거운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안정과 휴식을 줄 수 있는 담긴 음악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두 여성 멤버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음악에 대한 경험과 깊이가 있는 두 사람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어 고맙고 함께 트리오 숨을 결성한 것이 무척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음악가로서 세상에 좋은 소리를 가진 두 사람 모두 앞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좋은 활동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

- 바쁜 와중에도 꼭 하고 싶은 연주활동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성가 음반이기에 가톨릭 신자 분들을 위한 <음악피정> 공연을 솔로 활동 때처럼 꾸준히 하고 싶다. 사회적으로 좀 더 확장하자면 트리오 숨의 연주 음악이 듣는 분들에 삶의 위안, 더 나아가 힘과 용기를 북돋워 드릴 수 있다면 어떤 무대든 찾아가서 들려 드리려 한다. 또한, 클래식 악기 연주를 접할 기회가 없는 분들을 위해서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의 어우러짐을 통해 빚어진 '현의 울림'도 더불어 공유하고 싶다."

현의 기도 지병찬 신부 트리오 숨 가톨릭 힐링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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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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