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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인 MBC <복면가왕>을 보면 관중들은 복면보다는 복면 속에 감추어진 그들의 목소리와 가창력에 주목한다. 외적인 모습이 아닌 목소리라는 노래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갔다는 측면에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제인 오스틴이 말한 '편견'을 제거한 듯 보인다. 하지만 잘 짜인 음악쇼가 아닌 현실에서는 아쉽게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는 장애인 관련 진정건수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5600건이 넘었다. 이와는 별도로 나이, 피부색 등에 의한 일반 차별사건만도 1000건이 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는 차별하지 말아야 할 인간이 쓰고 있는 복면의 종류를 19개로 규정하고 있다. 성별, 종교, 장애, 피부색, 학력, 병력 등이 그것인데, 이 19개만 조심하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러한 복면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차별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차별당하는 사람이 불쌍해서만은 아니다. 다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인권을 누릴 권리, 즉 평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이를 함부로 짓밟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다름과 차이를 이유로 한 차별이 정당화될 수 없다. 아이돌 그룹 EXID의 솔지는 이 프로그램 최초의 가왕이 됐다. 그런데 만약 솔지가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왕이 될 수 없다고 한다면, '자체 검열 모자이크'라는 복면의 노래를 편견 없이 높게 평가했던 많은 관중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에 따른 부당한 차별'이라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뭐라고 말라고 있을까요?
 뭐라고 말라고 있을까요?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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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김새도 다르고, 출신지도 다르며 사회적 신분도 다양하다. 이런 상황에서 백해무익한 편견은 차별을 일상화시킬 것이며, 차별이 일상화되어버린다면 인간이 갖고 있는 '삶의 다양성'이 파괴된다. 또한 함께  공존하지 못하는 공동체는 서로를 위협하며 서서히 붕괴될 것이다.

다시 방송 프로그램으로 돌아가 보자. 이 프로그램의 주요 장면 중의 하나는 복면을 벗는 순간이다. 그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는 관중은 복면을 벗고 비로소 드러난 출연자의 본질에 여지없이 환호를 보낸다. 기존의 편견을 벗고 새로운 그들을 발견한 뿌듯함이 공유되는 순간이다.

다양한 삶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적 삶이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면, 타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편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복면가왕>이 완벽히 평등한 프로그램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다른 복면을 썼다고 괄시하거나 무시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프로그램만 인기가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름과 차이가 존중되는, 인권감수성이 풍부한 한국사회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종길 시민기자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태그:#인권, #차이, #차별, #인권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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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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