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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종이 위에 정성을 가득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적이 언제인가? SNS를 통해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데 굳이 그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나 싶다. 하지만! 손편지의 힘을 믿는 조아름씨(손편지 제작소 대표)는 인스턴트 단문 메시지와 자신의 체온이 스친 종이 편지와는 비교 불가하다고 말한다. 지난 3월 21일 조 대표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편지제작소 조아름 대표
 손편지제작소 조아름 대표
ⓒ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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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편지 제작소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손편지 제작소'는 말 그대로 손편지 쓰는 회사입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her>를 보면, 나자 주인공이 손편지 대필 작가예요. 저희 사업을 말하면 대개 그 영화를 많이 떠올리시더라고요. 저희는 손편지 힘을 믿는 사람들이고, 그에 대한 문화를 더 많이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하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나요?
"스타트업이나 기업, 단체들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굉장히 떨리잖아요. 첫날의 감정과 상황을 정리해서 편지에 적게 해요. 행사에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랑 편지 내용을 공유하며 친해져요. 자신이 편지 읽게 될 줄 모르고 '멋진 놈! 넌 잘 될 거야!' '강사님이 아주 아름다운 강요를 하고 있다' 등 이런 말 쓰신 분도 계세요.(웃음) 그리고 그 편지는 저희가 걷어서 1년 후에 받아볼 수 있게 합니다."

- 손편지의 힘을 어떤 계기로 믿게 됐나요?
"저희 엄마가 혼자서 언니랑 저, 둘을 키웠어요. 어렸을 때 좀 많이 거칠고 험한 환경이었어요. 주변에 자살한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빨리 철이 들어야 했고. 환경에 쫓기다 보니까 제 자신을 몰랐어요.

너무 많은 방황을 했었는데 저희 언니가 저에게 자꾸 손편지를 보냈어요. 한 사람은 마음의 문을 계속 두드리는데 전 닫고 있었거든요. 어느 날 언니가 '나는 20년 동안 계속 너한테 손편지를 보냈는데 넌 답장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처음엔 좀 지치다가 네가 살면서 얼마나 여유 없이 살아왔으면 그랬을까 싶어 언니로서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어요.

한 사람이 내 삶을 이해하고 있구나. 그러고 나서 제 삶이 많이 변했어요. 마음에 제 존재가 자리하고 있으니까 삶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면서 한 가닥의 힘이 생긴 거죠. 힘든 순간을 똑같이 겪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기회를 주고 싶어요. 개개인들이 노력해서 소외에 저항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 있나요?
"얼마 전에 <빅이슈> 판매원 한 분이 찾아오신 적이 있어요. 잡지를 판매할 때마다 사주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해서 일일이 편지를 써서 그분들에게 드렸대요.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어서 이걸 복사해서 나눠줬대요. 어느 순간부터 그 마음이 전달이 안 되고 쓰레기가 되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싶어 찾아오셨어요. 그때 되게 많은 걸 느꼈어요. 우리가 손편지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

달시장 손편지제작소 부스
 달시장 손편지제작소 부스
ⓒ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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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순간이 따뜻함의 연속이겠지만, 살짝 웃게 되는 일은 어떤 일일까요?
"저희가 축제나 장터에 가서 손편지 부스를 열어요. 너무 신기한 게 사람들이 정신없는 장터에서도 편지를 많이 쓰시더라고요. 혼자 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가족들이 와서 서로에게 쓰는 모습을 보면 되게 마음이 따뜻해져요. 삶이 너무 각박하고 쫓기는 것처럼 보여도 그 마음 안엔 다 진실이 있구나 싶어요."

- 회사에서 구성원들이 편지를 많이 쓰나요?
"저희는 조직 내에서도 실제로 손편지를 많이 써요. 싸울 때도 손편지로 싸워요. 저는 A4 4장 분량의 폭탄 편지를 씁니다. 저를 포함해서 남자 둘, 여자 둘 총 4명이 있는데 손편지 문화가 내부에 강하게 녹아있어요. 그래서 이 친구가 조직에 대해, 동료들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게 돼요. 편집하지 않은 의식의 흐름들…. 일기는 나 혼자 보관하게 되는 거지만, 편지는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좋죠. 너무 편지 홀릭인가요?(웃음)"

- 강요하는 거 아니세요?
"아니에요.(웃음)"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행사도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온라인으로 보내달라고 인터넷에 올렸어요.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직접 편지를 옮겨 쓸 분들을 모셨어요. 그걸 모두 편지집으로 내고. 304권을 유가족분들한테 모두 전달 드렸어요. 그분들한텐 누군가의 존재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요."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은 홑몸 어르신들에게 펜팔 하듯 일주일에 한 통씩 편지 쓰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분들도 사랑을 해서 희망이라는 게 있어야 하고 소통의 창구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 자꾸 손편지 문화가 트렌디한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snsmedia.wix.com/snsmedia)> 5월호에 먼저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손편지제작소, #조아름, #손편지, #감성,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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