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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어느새 봄날은 천천히 우리 곁을 지나가려고 합니다. 지난주에 이어 봄날 타기 좋은 관광열차를 소개 해 드립니다. 교토의 서북부 관광지인 아라시야마(嵐山)의 폐선을 활용한 토롯코열차입니다.

아라시야마로 가는 길, 도게츠교(渡月橋)의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면 잠시 핸드폰을 꺼 놓아도 좋을 법한 대나무 숲(치쿠린:ちくりん)이 나타납니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열차 여행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합니다. 이곳 사가노토롯코열차(嵯峨野 トロッコ 列車)는 예전에 사용되었던 JR산인혼센(JR山陰本線)의 복선,직선화 과정에서 기존의 선로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됩니다.

나무로 만든 딱딱한 의자도 자연 풍광에 매료되어 즐거운 열차여행이 됩니다.
▲ 토롯코열차의 객차내부 나무로 만든 딱딱한 의자도 자연 풍광에 매료되어 즐거운 열차여행이 됩니다.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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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즈카와(保津川)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느끼기 위해 기존의 선로를 이용한 관광열차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누적 관광객 수가 100만 명을 넘어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열차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폐선을 활용한 사례가 점점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토롯코사가역(トロッコ嵯峨駅)에서 토롯코카메오카역(トロッコ亀岡駅)까지 7.3Km를 달리는 25분간 아름다운 계곡과 산하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교토 서북부 JR사가아라시야마역(JR嵯峨嵐山駅) 근처에 위치한 토롯코사가역에는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모입니다. 접근하는 방법은 JR로도 가능하고 교토 서북부로 가는 란덴아라시야마역(嵐電嵐山駅)에서 그리고 한큐아리시야마역(阪急嵐山駅)에서 도게츠교를 건너 도보로도 이동이 가능합니다.

19세기로 돌아간듯 한 19세기 홀
▲ 19세기 홀 19세기로 돌아간듯 한 19세기 홀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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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토롯코사가역에 도착하면 입구에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뭔가 특별한 역인 것을 한번에 느끼게 되죠. 역보다는 마치 박물관에 온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내부에는 19세기 홀(19世紀ホール)이라 해서 증기기관차를 전시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또한 일본 최대급 디오라마 전시장인 디오라마교토재팬(ジオラマ京都JAPAN)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을 한다면 아이, 어른 할 거 없이 모두들 즐거워할 거 같습니다. 교토를 축소해 놓아서 미니열차로 교토를 여행한 기분이 듭니다.

열차 티켓은 균일가로 편도 620엔입니다. 25분의 여행이 기대가 되네요. 열차 여행 후 돌아오는 방법은 3가지가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다시 타고 왔던 토롯코열차를 타고 오는 방법입니다. 다음으로는 걸어서 JR우마호리역(JR馬堀駅)에서 JR열차를 타고 오는 방법인데, JR패스 소지자는 경비 절약에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호즈가와의 유람선을 타고 내려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JR로 한 정거장 이동하여 우마차로 25분을 가면 승선장이 있습니다. 물론 유람선 승차권도 이곳 토롯코사가역에서 판매합니다. 그러나 1인 당 무려 4100엔입니다. 비싼 게 흠이지만 한 번 타고 나면 후회는 없습니다. 정말 멋진 호즈쿄를 감상하고 지나가는 토롯코열차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홀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증기 기관차
▲ 19세기홀 내부의 증기기관차 19세기 홀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증기 기관차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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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노토롯코열차의 빨간색과 검정색의 아름다운 기관차
▲ 사가노토롯코 열차 기관차 사가노토롯코열차의 빨간색과 검정색의 아름다운 기관차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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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광객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에 모입니다. 5량의 객차와 1량의 디젤기관차가 한 편성을 이룹니다. 사가노토롯코열차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3월이면 5천 그루가 넘는 벚꽃 터널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봄이면 수많은 관광객을 유혹하고 가을에는 단풍 터널이 만들어집니다. 빨간색과 노란색 객차는 언제든지 창문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내부의 객차는 목재로 만들어져 그 분위기 또한 열차 여행의 배가가 되죠! 5호차는 완전 오픈형인 더 리치호(ザ・リッチ号)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비일상의 체험이 시작되죠. 바람을 느끼고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이 열차 여행의 백미입니다.

시내를 벗어나 터널을 지나면 진행방향 왼쪽으로 호즈카와가 보입니다. 배를 타고 내려오는 관광객들이 보이면 서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합니다. 창문 사이로 우리가 움직이는 건지 자연경관이 움직이는 건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느린 속도로 천천히 이동합니다. 서양 관광객들도 많이 이 열차에 탑승해 연신 셔터를 누릅니다.

열차 안에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호즈카와 계곡
▲ 호즈카와의 계곡 열차 안에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호즈카와 계곡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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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사이로 신선한 봄 바람이 불어와 이제 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시 터널을 지나면 호즈카와가 왼쪽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중간 정차역인 토롯코호즈쿄역(トロッコ保津峡駅)에 잠시 멈춥니다. 승,하차 손님은 거의 없습니다. 다 종착역으로 가죠. 다시 열차는 출발합니다. 안내방송으로 주변경관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분이 계시죠.

천천히 달리는 열차는 사진 찍기 좋은 곳에 잠시 멈추어 포토타임도 제공해 줍니다. 잠시 멈추면 여행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신 카메라로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에 담기 바쁩니다. 사진을 찍어주는 포토그래퍼도 있는데 찍어주면서 나중에 종착역에서 그 사진을 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안 사도 그만 입니다. 드디어 25분간의 짧은 여행은 토롯코카메오카역에 도착하면서 끝납니다.

도착 역에는 너구리 수십 마리가 환영을 해줍니다. 아까 말씀 드린 3가지 방법으로 다시 돌아 가셔야죠!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어요? 저는 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비싸긴 하지만  색다른 여행이 될 테니까요. 7.3Km! 25분! 25km의 느린 열차여행! 그 여행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교토로 떠나보아요!

[운행정보]
운행일 : 매년 3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요금 : 대인기준 편도 620엔
소요시간 : 25분
운행횟수 : 하루 8왕복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sagano-kanko.co.jp/index.php 


태그:#사가노토롯코열차, #아라시야마토롯코열차, #아라시야마, #사가노토롯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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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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