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더스틴 니퍼트와 기아 양현종, 각각 외국인과 토종을 대표하는 최고의 에이스 투수들이다. 하지만 올 시즌 상황은 그야말로 비교체험 극과 극을 연상시킨다.

'니느님' 니퍼트는 개막 후 시즌 6연승(무패)을 내달렸고, 양현종은 승리 없이 3패만을 떠안았다. 1위 두산과 9위 기아의 극명한 팀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두산은 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4-1로 승리했다. 4월 팀 역대 월간 최다승(17승) 기록을 수립했던 두산은 5월 첫 경기도 기분 좋은 승리로 출발하며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거침 없는 니퍼트, 개막 6연승 행진

선발 니퍼트는 이날도 6.2이닝 6피안타(1홈런) 3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개막 이후 6연승 행진이다. 지난 4월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던 니퍼트는 이날도 견고한 피칭을 이어가며 1995년 염종석(롯데), 2014년 쉐인 유먼(롯데), 밴와트(kt·당시 SK 이상 5연승)등이 세웠던 개막 연승 기록을 경신했다.

한편 기아 김기태 감독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구심에게 니퍼트의 투구동작을 거론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기아 측은 니퍼트가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던지기 전 왼발을 그라운드에 스치는 동작이 보크성이라고 지적했으나 4심 합의 끝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판진은 이를 니퍼트 고유의 습관으로 간주했다. 예상치 못한 상대팀의 자극에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니퍼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역투를 이어갔다.

2011년부터 두산에서 활약해온 니퍼트는 지난 시즌 잦은 부상과 슬럼프로 정규시즌 6승 5패, 자책점 5.10에 그쳐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이 중단됐다. 포스트시즌에서 부활하기는 했지만 노쇠화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니퍼트는 보란 듯이 화려하게 부활하며 벌써 지난 시즌 자신이 기록한 승수와 타이를 이뤘다.

보우덴의 합류로 선발진이 한층 탄탄해지며 에이스로서의 부담을 덜었고 팀 타선과 불펜의 든든한 지원까지 더해져 한결 자신의 피칭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 좋은 내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무승' 양현종, 불운의 끝

 지난 4월 26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기아의 경기. 6회말 기아 선발 양현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양현종은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했으나, 시즌 첫 승에는 실패했다.

지난 4월 26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기아의 경기. 6회말 기아 선발 양현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양현종은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했으나, 시즌 첫 승에는 실패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양크라이'  양현종에게는 또 한 번 불운한 하루였다. 양현종은 7이닝 8안타 1볼넷 4실점(3자책)에 그쳐 또 다시 패전의 멍에를 썼다. 1회부터 이범호의 수비 실책이 빌미가 되어 허무하게 첫 실점을 내준 양현종은 4회 들어 선두타자 오재일에 우월 솔로 홈런, 다시 1사 1-2루의 위기에서 최재훈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양현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무려 7이닝이나 버텼고 투구수는 올 시즌 최다인 116구에 이르렀다. 하지만 팀 타선이 전혀 받쳐주지 못했다. KIA 타선은 이날도 양현종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단 1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6회말 터진 이범호의 솔로홈런이 이날 KIA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양현종은 올 시즌 6경기에서 모두 6이닝을 소화했다. 개막전에서 4실점을 내준 것을 빼면 이후로는 최근 5경기에서 연속으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양현종의 자책점은 3.54로 팀내 선발투수 중 가장 뛰어나다.

양현종과 자책점이 비슷한 삼성 윤성환(3.34)이나 두산 장원준(3.19)은 물론이고, 심지어 5점대 자책점(5.54)을 기록하고도 4승을 챙긴 케이티 마리몬과 비교하면 양현종은 억울할 만하다.

양현종이 등판한 날 기아 타선이 뽑아준 점수는 평균 2.3점(총14점)이다. 그나마 양현종이 마운드에 올라있던 시점으로 한정하면 겨우 1.6점(10점)으로 줄어든다. 개막전이던 지난 4월 1일 NC전(4-5)과 14일 SK전(6-7)에서 각각 4점을 뽑아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4경기에는 득점지원이 1점 2회, 0점 2회였다. 최근 3경기(20일 삼성전 1점-26일 한화전 0점, 1일 두산전 1점)로만 국한하면 총점만 단 2점이다.

기아 타선이 리그 최약체로 꼽히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23-24일 롯데전처럼 뜬금없이 폭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유독 양현종이 등판할 때마다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양현종이 등판한 날 기아는 올 시즌 6전 전패. 승률 0이다. 그야말로 보람도 없이 헛심만 쓴 셈이다. 완봉이 아니면 승리의 길이 요원한 양현종은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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