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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말 88>(손화신 저, 쌤앤파커스)이라니 스피치, 그러니까 말하는 법에 관한 책인가?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말 잘하는 비법 같은 건 나오지 않으니까. 그보다 말로 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글처럼 말도 그렇다는 거다. 이 책이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에세이로 분류되는 이유다.

<나를 지키는 말 88>(손화신 저, 쌤앤파커스)
 <나를 지키는 말 88>(손화신 저, 쌤앤파커스)
ⓒ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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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렇지. 스피치 강사가 아닌 이상, 어떻게 '말'에 대한 이야기를 88편이나 쓸 수 있담?(원래는 120여 편 정도였으나, 이것도 줄인 거란다). 궁금함은 저자 손화신의 이력을 읽고 금세 풀렸다. 현직 기자이면서 지난 10년간 다양한 사람들과 스피치 모임을 열었던 것.

저자는 '처음 1년은 발표를 잘하기 위해서 그다음 1년은 취업 면접을 잘 보기 위해 모임에 나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을 넘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 듣는 재미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2015년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도 받았다.

궁금했다. 말보다 글이 더 편한 나와 달리 저자는 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런데 세상에나. '혼자 있는 시간이 빚어낸 말, 당당함과 여유를 주는 말, 인생의 중심을 잡아주는 말, 말싸움에서 지지 않는 말, 일상이 여행이 되는 말, 진심을 전할 때 효과적인 말' 등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의 종류가 이렇게도 많았나? 보면서도 놀랐다. 그러니 골라 읽는 재미는 덤. 그중 인상적인 한 문장.

'육하원칙 중에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언제나 '왜'이다. '왜'라는 질문은 소용돌이처럼 한 사람의 영혼을 헤집어놓고 동시에 성장시킨다.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왜'라는 질문은 끝내 그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자신을 찾아가는 의미있는 여정이 된다. '왜'라는 단어는 살면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언제나 챙겨야 할 글자다.' 
- <나를 지키는 말 88> 중 31, 나다움을 지키는 말.

'말'을 왜 반드시 '입으로 내뱉는 소리'라고만 생각했을까. 속으로 하는 질문같은 것도 있을 터인데, 가령 '왜' 같은. "말은 이런 거라고, 설명하기보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함으로써 독자가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가진 것 없고 부족한 내가 이곳에 담은 말이 우주에 별 하나를 만들고, 그 별이 당신 마음 속에 내려가 귀한 다이아몬드가 되어 빛을 내주길 바란다' 이런 표현은 다소 오글 거리지만, '말에 영혼을 담고 싶었다'는 작가의 진심만은 독자들에게 전해지리라 믿는다.

ps. 책 가운데 손석희를 언급하는 글 '공감할 수 있는 말'을 보면, '"저 역시도 평소에 생각하길, 제가 하는 말을 제가 다 듣고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래야 잘못된 말을 하면 나중에라도 수정할 수 있으니까요"... 중략... 손석희의 말하기 노하우는 특히나 흘려듣기 아까운 소스다. 일단 내가 제대로 말을 하려면 자신의 말부터 잘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말의 고수가 되기 위한 기본기다'라고 말한다. 그래야 말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면서. 

저자는 최근 연예매체 <오마이스타>에 둥지를 틀었다. 기자는 많은 사람들과 말을 섞어야 하는 직업. 저자가 쓴 인터뷰 기사에 유독 눈길이 가는 이유다. '말에 대한 생각'이 책 한 권을 낼 만큼 정돈된 이라면 인터뷰에도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를 지키는 말 88

손화신 지음, 쌤앤파커스(2016)


태그:#나를 지키는 말, #손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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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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