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은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말에 바다 괴물의 심장을 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왕은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말에 바다 괴물의 심장을 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 (주)오드


모든 문제의 시작은 인간의 욕망이다. 누구나 무언가를 욕망한다. 각자가 향하는 욕망의 대상은 더할 나위 없이 유혹적이다. 바라고 또 바랐던 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고, 그 길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지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욕망에 눈 먼 인간 군상은 다른 무엇보다 흥미롭고 한편으론 공포스럽기까지 한, 손색없는 이야깃거리인 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제껏 만들어진 수많은 이야기가 인간의 욕망을 모티브로 삼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또한 욕망하는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해 서사를 끌어가는 작품이다.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여왕, 미모와 젊음을 원하는 노파, 딸에 무관심한 왕과 성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공주 등 비밀의 숲을 둘러싼 세 왕국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탈리아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1575~1632)가 나폴리 지역 설화 마흔아홉 개를 엮은 민화집 <펜타메론(Pentamerone)>을 원작으로 한다. 이 중 세 가지 이야기를 골라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영화화했다.

 공주는 아버지에게 떠밀려 흉측한 거인에게 시집을 가고, 외딴 동굴에서 신혼 생활을 하게 된다.

공주는 아버지에게 떠밀려 흉측한 거인에게 시집을 가고, 외딴 동굴에서 신혼 생활을 하게 된다. ⓒ (주)오드


"옛날 어느 성에 어떤 왕(또는 여왕)이 살았습니다"로 시작해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간단히 마무리되는 서사. <테일 오브 테일즈>는 우리가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읽어온 이같은 이야기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숨겨져 있던 인간의 실체를 끄집어낸다. 여왕(셀마 헤이엑 분)은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말에 바다 괴물을 잡아 그 커다란 심장을 게걸스레 먹는다. 또한 노파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왕(뱅상 카셀 분)을 유혹한 뒤 늘어진 피부를 접어 붙여 그와 동침하려 한다. '큰 욕심은 화를 부른다'라는 교훈으로 귀결되며 축소되거나 생략됐던 디테일들이 영화를 통해 적나라하게 되살아난다.

자유와 섹스, 젊음, 아름다움, 권력 등 각자 욕망을 이루기 위한 인물들의 여정 또한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는 영화라는 매체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극단적 사건들을 강렬한 시각 효과로 연출해낸 덕분이다. 특히 난교 후 물가에 나체로 누운 왕과 여자들의 모습, 우악스런 거인의 동굴에 끌려간 어린 공주가 사투 속에 온몸에 피칠갑하는 모습 등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도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추한 외모를 가진 노파 노라는 미모와 젊음을 얻어 왕의 총애를 받는 왕비가 된다.

추한 외모를 가진 노파 노라는 미모와 젊음을 얻어 왕의 총애를 받는 왕비가 된다. ⓒ (주)오드


과거 <고모라>(2008)와 <리얼리티: 꿈의 미로>(2012)로 두 번이나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예술성은 <테일 오브 테일즈>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제작진은 돈나푸가타 성, 카스텔 델 모네 성 등 이탈리아에 남아있는 실제 중세 유적지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의상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바로크 시대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 덕분에 예쁘기만 했던 환상의 동화 속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층 더 가까운 잔혹동화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현실을 뛰어넘는 그로테스크한 우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욕망'이 그렇게 이뤄진 것이다. 5월 19일 개봉.

 <테일 오브 테일즈>는 지난해 ‘68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데 이어 지난 4월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 감독상, 촬영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의상상, 메이크업상, 헤어상, 디지털 효과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5월 19일 개봉.

<테일 오브 테일즈>는 지난해 68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데 이어 지난 4월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 감독상, 촬영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의상상, 메이크업상, 헤어상, 디지털 효과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오는 5월 19일 개봉한다. ⓒ (주)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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