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조세회피처에 대한 기사들로 뜨겁다. 그러나 알고 보면 수년의 기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 연례행사의 하나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결코, 어느 누구도 그 뉴스거리의 진실을 이야기해주지도, 그 사건의 의미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공귀현 감독의 경제 다큐멘터리 영화 <탐욕의 별>을 보았을 때 조금이나마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마치 짙은 안갯속을 헤매다가 길을 찾은 느낌이랄까. 그런 작은 고마움으로부터 시작된 공귀현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공귀현 감독 인터뷰 공귀현 감독은  다큐 영화 <탐욕의 별>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것은 론스타로 대표되는 투기자본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망가뜨렸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책임이 없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다.

▲ 공귀현 감독 인터뷰 공귀현 감독은 다큐 영화 <탐욕의 별>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것은 론스타로 대표되는 투기자본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망가뜨렸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책임이 없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다. ⓒ 인디스토리




주목받는 다큐멘터리 감독 공귀현의 신작

- 공귀현 감독은 <U.F.O.>로 큰 관심을 받으신 것에 비해, 언론 노출이나 인터뷰가 별로 없다. 더욱이 필모그래피 외에는 정보도 많이 없는데, 스스로 자신을 소개한다면?

"제 이름은 공귀현이고, 지금까지 두 편의 장편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영화감독으로서 저에 대한 소개는 다른 설명보다, 제가 만든 영화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저는 지난 2012년 <U.F.O.>라는 독립 장편영화를 개봉했고, 이번에 두 번째 장편영화인 <탐욕의 별>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다시 인사드린다.

- <U.F.O.>로 상을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다음 작품이 부담스러웠겠다. 

"수상 경력은 한 번 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영화제에도 몇 번 초청되었지만, 다음 작품에 부담을 느낄 만큼의 성과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부담은 첫 번째 장편을 만들 때 많이 가졌다. 한 편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이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는 힘도 좀 빼고, 비교적 부담이나 강박 같은 것에서 자유롭게 촬영했다.

- 저는 <탐욕의 별>을 세 번 봤는데, 쉽고 편하지만은 않았다. 작품을 한 마디로 소개해준다면?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영화는 론스타로 대표되는 투기자본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망가뜨렸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책임이 없는지를 고민해보는 내용이다. 물론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이라면 영화 속에서 제시되는 경제 용어들과 정보량이 부담될 수도 있지만, 그런 세세한 사실들보다 큰 줄거리를 따라가면 생각만큼 복잡한 내용은 아닐 것이다.

- <탐욕의 별>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 <탐욕의 별>이 의미하는 것은 물론 '론스타(Lone Star)'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 단지 론스타만의 문제가 아니라 투기자본 전체, 더 나아가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부에 대한 비뚤어진 의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의식들이 이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탐욕의 별>은 그런 어두운 세상에, 빛나는 우리의 욕망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 어찌 보면 요즘 사모펀드에 대한 언론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져서 개인적으로는 놀랐는데, 언론에서조차 크게 다루지 않고 있는 모습에서 영화 속 이야기가 이해가 됐다. 요즘 현실의 모습을 바라보는 감독님의 시선은 무엇인가.
"그런 기사는 4년 전 이 영화를 시작할 때도 있었고, 아마 4년 후에도 있을 것 같다. 저도 놀란 것은, 이렇게 놀라운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거나 언론에 나오더라도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그 심각성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현재 정부에서는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그런지,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어떤 대안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공귀현 감독

비록 영화의 내용이 불편하더라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미래는 바뀔 수 있다고 공귀현 감독은 확신한다. ⓒ 인디스토리


경제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현실의 문제'

- 작품 속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강제 진압당하는 장면들이 많다. 저 또한 처음 보는 장면이라 많이 놀라웠다. 반대로 너무 자극적이지 않았나 싶기도 했고. 감독님이 그 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은 어땠나.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이고, 자극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일들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우리가 보지 못했지만, 스무 명이 넘는 분들이 저 때의 트라우마로 대부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프롤로그의 영상은 그들의 겪었던 고통의 아주 일부분이다. 그 고통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투기자본으로 인한 피해였다. 

- 작품이 다루는 건 경제문제이자 사회문제다. 아무리 다큐의 형식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다루고 만들어 내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원래부터 경제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학교 다닐 때 정치 경제 과목에서 한 번도 좋은 점수를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공부를 안 했다. 어렵고 재미가 없어서. 아마 많은 분도 경제를 어렵게 느끼실 것이다. 그런데 이 경제가 우리의 삶과 너무도 직접 연결되어 있다. 당장 주거문제와 관련해, 금리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지출되는 이자가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이러한 것에 대해 관심이 멀어지면, 정보를 독점한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들을 주무르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그리고 경제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도 있다."

- 어떤 계기로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나.
"처음 투기자본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도대체 이 괴물들은 누군데 우리를 못 살게 굴었지?'란 호기심이 들었다. 물론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이미 끝난 일을 왜 다루려고 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작업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사회적 공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촬영을 진행하면서 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은 이 영화의 내용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 김의성 배우가 내레이션을 맡았는데, 김의성 배우가 참여하게 된 이유가 있나.

"이 영화에는 자칫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금 절제된 톤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전달력이 훌륭한 분을 원했고. 김의성 선배님은 많은 작품에서 개성있는 역할을 맡으셨지만, 차분하고 이지적인 모습 또한 잘 보여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내레이션의 적역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사회적으로 많은 목소리를 내시는 것도 이 작업에 부합할 것 같았고. 그래서 부탁을 드렸는데, 너무 흔쾌히 도와주셔서 저도 많이 놀랐다."

- 작품이 대중적이지는 않다. 일반 관객이 이 작품을 보고 느꼈으면 하는 것이 있나.
"갈수록 삶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럴 때는 밝고 따뜻한 영화들을 보면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고, 힘든 현실을 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은 작품을 본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공귀현 감독 인터뷰 현재 정부에서는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어떤 대안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공귀현 감독은 이번 영화로 그 일에 착수한 것이다.

▲ 공귀현 감독 인터뷰 현재 정부에서는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어떤 대안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공귀현 감독은 이번 영화로 그 일에 착수한 것이다. ⓒ 인디스토리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부패한 것이다

- 작품 속에 다양한 분야 사람들의 인터뷰도 많이 들어 있다. 일방적인 이야기로 다가올 수도 있는 반면, 어찌 보면 이것이 우리네 삶의 현주소일 수도 있겠다. 감독님은 우리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그분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시간을 내주신 이유는 그 인터뷰들이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 내용이 불편하고 때로 일방적으로 들릴지라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행동하는 분들이다. 그분들의 행동이 멈추지 않는다면 미래는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것이 정의가 아닐까.

- 작품을 보면서 궁극적으로는 검은 머리 외국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페이퍼 컴퍼니나 사모펀드 등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윤리도 없고 가치 기준도 없이 행동하는 것이 잘못인 건데, 특히 이것이 나쁜 것만 빨리 습득한 검은 머리 외국인의 문제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 검은 머리 외국인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은 어떤가?
"나쁜 사람은 그냥 나쁜 사람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을 특별히 더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법을 어겼다면 론스타든, 검은 머리 외국인이든 모두 나쁜 거다. 오히려 저는 그들이 법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그렇게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도록 방치한 정부 당국이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부패한 것이겠지. 그리고 그들을 비난하기는커녕 동경하면서, 쉽게 돈벌이할 수 있다면 편법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 역시 문제다."

- 이번 작품을 접하게 될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겁먹지 마세요. 재미있습니다. 유익한 지식은 덤으로 챙겨드릴게요."

- 차기작 계획에 관해 말씀 부탁드린다.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썼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다. 제 실력과 운이 따른다면 그중 차기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 있을 테다. 물론 그랬으면 좋겠다.


인디스토리 공귀현 탐욕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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