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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10층(콘텐츠코리아랩 콘퍼런스룸)에서 시, 소설 등 분야의 문학 작가들을 위한 저작권 교육이 열렸다.

이번 강의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한국만화가협회와 공동으로 열렸다. 강의는 '예술인을 위한 계약 및 저작권 실무'라는 제목으로 미술, 만화, 그리고 문학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아트로센터 디렉터 박경신 교수와 김필성 변호사에 이어서 이 날 강의는 연세대 로스쿨 남형두 교수(아래 남 교수)가 이끌었다. 강의에는 시인들과, 소설가들은 물론 다양한 문화예술업계 종사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강의 중간중간에 저작권과 관련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연세대 로스쿨 남형두 교수가 시, 소설 등의 문학작가들을 위해 저작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예술가들만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 강의는 처음 하는데 저작권 교육은 정말 여러분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예술가의 권리 자체를 증진시킨다."고 말했다.
 연세대 로스쿨 남형두 교수가 시, 소설 등의 문학작가들을 위해 저작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예술가들만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 강의는 처음 하는데 저작권 교육은 정말 여러분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예술가의 권리 자체를 증진시킨다."고 말했다.
ⓒ 정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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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 시놉시스 등 실제적으로 저작권 논란이 많은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저작권법의 목적에서부터 저작권의 철학적 기반, 저작물의 성립 요건, 사상(idea)과 표현(expression)의 구분, 파생저작물의 형태, 저작자의 권리 및 시, 소설 등의 문학작가들의 저작권 분쟁 사례가 내용에 포함됐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날 진행된 저작권 교육 내용 중에서 저작권의 철학적 기반에 대한 내용은 동·서양의 의식 차이를 설명하는데서부터 시작되었다. 남 교수에 따르면,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저작권 개념이라는 것이 없었는데, 동양의 사상가들은 스스로를 지식의 창조자가 아니라 지식의 전달자로 생각했기 때문이라 했다.

반면에 서양에서 지식은 이와는 약간 다른 개념으로 생각되었는데, 로크의 노동 이론(Labor theory)에 따르면 뇌가 노동해서 만든 것도 노동자의 것이었다. 헤겔에 따르면 창작물은 정신의 소산이자 영혼의 확장이며 작가의 분신으로 하나의 인격권을 가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저작권에 대한 동·서양의 의식 차이가 크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대 로스쿨 윌리엄 알포드 교수도 저서 <책을 훔치는 것은 우아한 범죄(To steal a book is an elegant offense)>에서 '책 도둑이 도둑이냐'는 얘기를 했다.

동양에도 '슬갑도적(膝甲盜賊)'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한 도둑이 장수의 집에 몰래 들어가 슬갑(갑옷 안에 입는 반바지)을 훔쳤는데 무엇에 사용하는 물건인지를 몰라서 머리에 덮어쓰고 다녔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남의 시문(詩文)의 글귀를 조금 손질하여 제것으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즉, 서양에서도 저작권 개념에 대한 상반된 인식이 있었고, 저작권 개념이 없는 동양에서도 남의 작품이나 지식을 마음대로 막 가져다 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저작권법은 왜 필요할까?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저작권법 제1조에선 저작권법의 목적에 대해 위와같이 정의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까지인데, 남교수는 "이러한 보호기간을 두는 이유는 창작물을 사회로 다시 돌려주는 것으로서 이는 후세대 창작자를 위함과 더불어, 저작권법 자체가 문화의 향상과 발전을 추구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저작권법은 문화나 작품을 법적인 틀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뛰어난 작품이 등장하면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뛰어난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인 것이다.

남 교수는 또한 문학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계약서를 볼 때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금액이나 기간 등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나타내는 독일어인 다스 라히트(das Recht)의 의미는 법뿐만이 아니라 권리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작권법에 따른 계약을 맺을 때도 내 작품에서 내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2차적 저작물에의 보호는 어디까지 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생저작물과 저작인격권이란?

또한 파생저작물에는 2차적 저작물과 편집저작물, 데이타베이스가 있다. 저작권법 제5조에 따르면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2차적 저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며 "2차적 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그리고 한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저작물은 독립 저작물로서의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은 월트 휘트먼의 시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고, 돈 맥클린은 '빈센트(Vincent)'라는 곡에서 고흐와 그의 그림을 노래했다. 이는 최초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독립 저작물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은 월트 휘트먼의 시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고, 돈 맥클린은 '빈센트(Vincent)'라는 곡에서 고흐와 그의 그림을 노래했다. 이는 최초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독립 저작물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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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에서 중요한 저작인격권에는 공표권(제11조), 성명표시권(제12조), 동일성유지권(제13조)과 일신전속성(제14조)이 있는데, 공표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고, 성명표시권은 저작자가 저작물 공표에 있어서 실명을 표시할지 안 할지, 가명을 표시할지 결정하는 권리를 말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진달래꽃>에서 일부 발췌)로 잘 알려진 김소월 시인은 사실 이 시를 발표할 때, '소월'이라는 이름으로 시를 발표했다고 한다. 즉, 성명표시권에 따르면 교과서에 <진달래꽃>의 저작자가 '김소월'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소월'이라고 시를 발표한 저작자의 저작인격권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지는 것인데, 쉽게 말해 자신의 저작물이 함부로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이다. 하지만 이는 소유권과 충돌할 때가 많은데, 남 교수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몇 년 전 독일에서 있었던 소송에서는 판사가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에 손을 들어주었다고 했다(사건 내용 : 한 집 주인이 화가에게 자신의 집 벽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서 화가가 그려 준 그림이 스타벅스 로고에 나오는 여신 사이렌(siren)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그림이 누드화라 집 주인이 손님들 보기에 민망하다고 그림에 페인트로 옷을 칠해버렸는데, 화가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화가의 '동일성유지권'을 인정하여 집 주인에게 페인트칠한 부분을 흰색 천으로 가리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러한 '동일성유지권'도 벽 주인의 허가를 받지 않고 그린 그래피티에서는 '소유권'보다 우선시될 수 없다.

이 같은 저작권법에 대한 여러 개념들로부터 다양한 사례들까지 소개하며 강의를 진행한 남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한국에서 법 얘기를 하면 특히, 예술가들이나 글쓰는 사람들이 계약 관련된 얘기를 꺼내면, 많은 사람들이 '어, 법대로 하자는 거야?'라며 깐깐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예술인의 저작권은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의 목적과 그 의미를 앎으로써 문화 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

4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강의에서는 위에서 소개한 내용 말고도 문학작가들과 저작권에 관계하고 있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의 질문에 대한 남 교수의 답변을 짧게 소개하고 본 기사를 마칠까 한다.

일문일답

- 문학 중 소설을 공연화 하는 작업을 준비중입니다. 경우에 따라 어떠한 이야기에서 컨셉만을 따와서(혹은 영감을 얻어서 재창조) 완전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했을 때 저작권 문제와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공연화하는 과정에서의 저작권 문제가 궁금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변형이 많으면 많을수록 안전하다. 예를 들어, 하루키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고 내가 새로운 소설을 쓰면 이는 '독립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2차적 저작물'과 '독립 저작물'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본직절 특성을 감지하는 게 중요하다."

- 콘텐츠 출판사,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등과의 수익배분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또한 웹툰 그림작가와 스토리작가의 수익배분 및 2차적 저작물(영화, 광고, 드라마, 번역물, 캐릭터 사업 등) 제작 시 수익배분은 어떻게 하나요?
"이는 하기 나름이다. 영향력 있는 저작자는 수익배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밖에 없고, 그렇지 않은 저작자는 역시 그 반대의 경우에 설 수 밖에 없다. 다만, 저작물에 대한 '인격권'과 관련해서 작가에게 해당 계약이 너무 불리하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공모전에 접수하는 시나리오나 대본 등은 작가가 저작권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들에 대한 사전 저작권 확보 방법은 없나요?
"출품작이 대회 주최에 귀속되는 것은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부분 무효이므로, 당연히 작가가 저작권을 가지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문학작가에게 꼭 필요한 저작권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다. 저작물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도 계속해서 변형되고 확장되어 왔듯이, 현재 우리의 삶도 충분히 변형되고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만 하는 대신에 기대하고, 부여잡고, 맞서 싸운다면 변형되고 확장되는 우리의 삶 가운데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시인들처럼 이 세계를 들춰냄으로써 불가능할 것만 같은 세계로 우리를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조금씩 글이라는 것을 써가고 있는 와중에 이런 조그만 기대를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1. 네이버 한자사전 '슬갑도적'
2. '예술인을 위한 계약 및 저작권 실무' 교육 자료
3. 조수정·김가진. 《예술, 계약과 친해지기》. 2015. 한국예술인복지재단.

- 이 기사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dm012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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