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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꽃이 활짝 펴서 너무 좋아…. 날씨도 좋고…. 아빠 이 꽃 이름 알아?"
"음…. 글쎄 잘 모르겠는데…."
"팬지라는 꽃이야. 아빠는 참, 그것도 몰라…."
"…(ㅠㅠ)."

내 약점을 알기라도 하듯 딸아이는 짚 앞 마당에 피어난 꽃들을 가리키며 물어본다.

꽃놀이, 푸르른 나무들, 새싹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들이 부쩍 늘어난 걸 보면, 봄이 오긴 왔나 보다.

매일 설명해주는데... 매일 새롭다

아내와 딸은 하루하루 연신 꽃 앞에서 사진을 찍고 푸른 나무들을 벗 삼아 산책을 자주 한다. 꽃 이름을 물어보는 아이의 질문에 답해주느라 실시간 검색하느라 바쁜 아내도 덩달아 꽃에 대한 지식도 쌓여갔다.

"이 꽃의 이름은 무엇이며 피었을 때 잎색은 이렇고 나중에는 이런 열매도 열려…"라면서 내게 알려주지만, 남자란 동물이 원래 그런가,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난 고개만 끄덕이며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또 이게 그 꽃인가 그 나무인가 갸우뚱한다. 기억력 3초짜리 붕어도 아닌데 매일 새롭다.

그래서 산책을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면 난 가족 구성원으로서 구색만 맞추고 있는 듯하다. 나름 머리를 식히고 있는데 말이다.

꽃 하면 떠오르는 건 해바라기, 개나리, 진달래 정도인 내게 구석구석 다양한 종류의 꽃이 많은 우리 동네는 참 어려운 곳이다. 알려고 하면 머리가 아프지만, 그냥 보고만 있으면 좋은 정도. 그래도 내가 사는 이곳 산본(경기도 군포)에 대표되는 꽃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바로 '철쭉'이다.

아빠가 노력해볼게!

 둘째와 조명을 받으며 철쭉동산에서.
 둘째와 조명을 받으며 철쭉동산에서.
ⓒ 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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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남자끼리..^^ 둘째는 졸음을 참으며 뒤뚱뒤뚱 걷고 있네요.
▲ 남자는 남자끼리..^^ 둘째는 졸음을 참으며 뒤뚱뒤뚱 걷고 있네요.
ⓒ 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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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빼고 우리가족 철쭉 동산 속 시원한 폭포 앞에서.
▲ 나만 빼고 우리가족 철쭉 동산 속 시원한 폭포 앞에서.
ⓒ 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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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철쭉축제가 열리는데, 축제 기간에는 발도 못 들여놓을만큼 인산인해라서 우리는 그 전에 방문해 조금 여유롭게 즐기고 온다. 며칠 전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왔는데 큰 딸아이가 오면서 "아빠도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준다. 평일 저녁에 시간 좀 낼 수 있겠느냐고 물어본다.

"매년 피는 꽃인데 꼭 가봐야 되냐고" 반문할까 하다가 그래도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추억이 되며 좋은 기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칼퇴근을 해서 동참하기로 했다. 퇴근 좀 일찍하는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하겠지만 40대 초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조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가족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기준은 변함이 없기에 축제 전야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지난 28일 오후 8시 즈음. 조금은 늦은 시각이지만, 날씨도 좋고 기분 좋은 바람도 간간이 불어주는 저녁이었다. 축제 전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저녁 시간을 즐기고 몇몇 가족들도 나와 사진 찍느라 바빠 보였다. 그리고 자식들은 옆에 없지만 두 손 꼭 잡고 산책을 나온,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보였다. 이런 모습들과 야산을 무대로 알록달록 짙고 옅은 철쭉들이 어우러져 참 보기 좋았다.

우리 가족도 그들 틈에서 아이들의 개구진 표정들을 사진에 담았다. 칼 퇴근하고 피곤을 참으면서 다시 나온 보람이 있다.

결혼을 해서 둘이 셋이 되고, 넷이된 지금 내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다음날 아침 출근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승진, 연봉 인상, 복권 당첨…. 과연 이런 것들이 내게 긴 행복을 줄 수 있을까? 잠시의 행복을 줄 수 있을지언정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내 역시 퇴사하면서 수입은 반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과 생활속에서 소소한 것들의 행복을 느끼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딸! 올해는 아빠가 조금 더 공부해서 꽃 이름을 알아가도록 노력해 볼게. 너무 무시하지 마라!

[덧글] 군포 철쭉축제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열린다. 축제는 군포 철쭉동산 등 군포시 일원에서 열린다. ☞ 축제 정보 자세히 보기

덧붙이는 글 | 살면서 가족과의 시간 특히 아이들과의 시간이 얼마 되지 않겠다고 느낄 때면 매일매일이 아쉽다. 그래서 항상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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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평범한 한 아이의 아빠이자 시민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밝고 투명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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