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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쫄복지리탕은 새로운 맛의 경험이다. 신선함과 쫄깃함으로 다가오는 그 맛은 과연 천하일미다.
 생 쫄복지리탕은 새로운 맛의 경험이다. 신선함과 쫄깃함으로 다가오는 그 맛은 과연 천하일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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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치인의 '쫄복탕' 글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전남 진도가 고향인 그는 국민의당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 그는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쫄복탕을 잡수셔야 진도관광 진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행사가 진도 팽목항에서 열리고 있었다. 생각 짧은 그의 지나친 고향 사랑이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

쫄복(졸복)탕이 인기다. '박지원 효과'로 때 아닌 인기몰이 중이다. 대체 쫄복탕이 어떤 맛이기에 그는 진도로 쫄복탕을 먹으러 오라고 불렀을까. 그 진수를 맛보기 위해 머나먼 진도까지 한걸음에 달려 갈 수는 없고, 일단 여수에서 쫄복 요리를 하는 복 요리 전문점을 몇 곳 찾아봤다.

'세계 4대 진미' 쫄복탕

복조리사 자격증을 소지한 아내 정송자씨와 남편 김덕수씨가 쫄복지리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복조리사 자격증을 소지한 아내 정송자씨와 남편 김덕수씨가 쫄복지리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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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은 여수의 복요리 전문점 가람복집. 복 조리사 자격증을 소지한 아내 정송자씨와 남편 김덕수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우리가 즐겨먹는 복어는 참복·밀복·까치복·쫄복·황복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쫄복 맛이 제일이라고 말한다.

"복은 살아있는 생복이 가장 맛있어요. 똑같은 조건이라면 그중 쫄복이 제일이지요. 흔히 임진강에서 잡히는 황복이 맛있다고들 하는데 그것 역시 생복을 먹기 때문이지요. 쫄복과 참복 맛은 비슷한데, 제가 먹어본 바로는 쫄복 맛이 빼어나요."

"냄비가 빵꾸 날 지경이라니까요"

쫄복지리탕이다. 잘 손질한 쫄복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넉넉하게 올리고 팽이버섯을 넣어 끓여냈다.
 쫄복지리탕이다. 잘 손질한 쫄복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넉넉하게 올리고 팽이버섯을 넣어 끓여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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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초기에 쫄복만 전문으로 했다. 그러나 '고대구리'라 불리는 불법 저인망어업의 금지로 쫄복 어획량이 급감했다. 이후부터는 참복과 밀복 등 다양한 복어를 취급하고 있다. 복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쫄복지리탕(쫄복맑은탕)은 1인분에 2만 원이다. 1996년부터 20년째 그 가격 그대로 유지하고 있단다. 정 조리장은 쫄복지리탕이 복 요리중 으뜸이며 진국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진국이죠. 다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아요, 냄비가 빵꾸 날 지경이라니까요."

세월이 지나도 그 가격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변함 없는 맛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손님은 단골이 만다. 아내는 복어를 손질하고 남편은 복어요리를 한다. 이들 부부가 만들어내는 맛의 하모니는 가히 환상적이다. 직접 맛을 보니 숟가락을 잠시도 놓지 못했다. 묘한 끌림이 있다.

복어 국물은 식으면 묵처럼 응고된다. 여러 복어 중 쫄복이 엉김이 가장 강하다. 이는 복어의 콜라겐 성분 때문이다. 콜라겐에는 칼슘과 무기질이 듬뿍 들어있다. 또한 복어는 단백질과 비타민B1, B2 등의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성인병 예방은 물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간 해독과 숙취 해소에도 좋은 복어는 피를 맑게, 피부를 아름답게 하는 효능도 있다. 복어의 이러한 다양한 성분 때문에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갖는다.

복어는 부레가 없기 때문에 물에 가라앉지 않으려 쉼 없이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 다른 어류에 비해 맛이 유난히 담백하고 지방 또한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활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복어는 해독제조차 없는 맹독을 품고 있으며 위험에 처하면 물을 잔뜩 빨아들여 몸을 서너 배 부풀리기도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다는데 이 녀석은 알면 알수록 참 별나다. 

지리수 소스에 먹는 복어살코기의 맛은 담백하다.
 지리수 소스에 먹는 복어살코기의 맛은 담백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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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에 무를 갈아 넣고 식초 등의 식재료를 섞은 후 파를 송송 올려 만든 지리수 소스다.
 간장에 무를 갈아 넣고 식초 등의 식재료를 섞은 후 파를 송송 올려 만든 지리수 소스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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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는 초장보다는 '지리수' 소스에 먹어야 제맛이다. 지리수는 간장에 무를 갈아 넣고 식초 등의 식재료를 섞은 후 파를 송송 올린 것이다. 쫄복 살코기를 건져내 지리수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쫄복지리탕(쫄복맑은탕)이다. 잘 손질한 쫄복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넉넉하게 올리고 팽이버섯을 넣어 끓여냈다. 국물을 떠먹어 보니 향이 입 안에 가득 퍼진다. 지리수 소스에 먹는 복어 살코기의 맛은 담백하다. 혀끝에 감도는 소스맛은 개운한 청량감으로 다가온다. 미나리와 콩나물을 먹을 때도 역시 이 소스를 활용하면 잘 어울린다. 쫄복의 시원한 국물에 오래 묵은 체증이 싹 가시는 느낌이다.

기본 찬으로 나오는 멍게젓에 비벼낸 멍게비빔밥도 인기다. 모든 찬은 이곳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만드는데 연근방풍장아찌와 지리멸치볶음, 도라지초무침 등 8찬을 선보인다. 이러한 반찬들도 맛깔나지만 주 메뉴가 충실하게 나와 손길이 잘 안 간다.

"이거 안 먹어보고 어디 가서 복어 먹어봤다 하면 안 됩니다"

빼어난 맛으로 사랑받는 여수 가람복집의 쫄복지리탕 기본 상차림이다.
 빼어난 맛으로 사랑받는 여수 가람복집의 쫄복지리탕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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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진미의 하나인 진짜배기 쫄복지리탕(쫄복맑은탕)을 맛보려면 나름 운도 따라줘야 한다. 찾아간 당일 생복(활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이 안 나올 때는 미리 구입 저장해 놓는다. 그래서 쫄복탕을 1년 내내 아무 때나 맛볼 수 있다.

이 집의 쫄복탕은 무와 다시마 육수를 사용한다. 쫄복탕의 국물이 여느 집에 비해 유난히 진하고 풍미와 맛이 빼어난 이유다. 포만감에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국물에 손이 간다. 냄비에 구멍이 날 정도라는 주인장의 말이 이해 되는 순간. 쫄복탕은 다른 음식과 달리 과식을 해도 탈이 안나니 마음껏 배부르게 먹어도 좋다. 복 국물에서 조미료 맛이 느껴지는 건 아미노산 때문이다. 취향에 따라 식초를 한두 방울 넣으면 사라진다.

혹여 복 중독 증세가 있을 때는, 그 증세가 혀부터 나타난다고 한다. 맨 마지막엔 눈으로 증세가 옮겨간다고. 주인장이 지인의 말을 빌어 복어 중독 증세를 이야기해준다. 길을 걸어갈 때도 눈만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라고. 그의 아내는 두틀복을 먹고 중독됐는데, 도수 안 맞은 안경을 쓰고 걷는 기분이었다고 전한다. 복어 요리를 먹을 시는 이러한 맹독 때문에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쌩(생) 쫄복지리탕 안 먹어보고 어디 가서 복 먹어봤다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 쫄복 진짜 진미는 돈으로 먹는 게 아니고 운으로 먹는 거예요. 오실 때 활복이 있어야지요."

김덕수씨의 자신 있는 한마디. 생물 쫄복지리탕을 먹어보지 않고 어디 가서 복 먹어봤다고 이야기하지 말라면서 살아있는 활복으로 요리한 쫄복탕이 최고라고 한다. 날것 그대로의 쫄복지리탕은 과연 그의 말마따나 새로운 맛의 경험이다. 신선함과 쫄깃함으로 다가오는 그 맛은 과연 천하일미다. 돈이 아닌 운으로 먹는다는 쫄복지리탕(쫄복맑은탕), 이런 맛에 미식가들이 쫄복탕을 즐겨 찾나 보다.

생 쫄복에 특제 육수로 끓여낸 쫄복탕은 국물의 풍미가 진하고 그 맛이 빼어나다.
 생 쫄복에 특제 육수로 끓여낸 쫄복탕은 국물의 풍미가 진하고 그 맛이 빼어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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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쫄복탕, #박지원, #진도, #세월호,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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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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