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안필드에서 기적의 극장골을 터뜨리며 도르트문트(독일)를 물리치고 4강에 오른 리버풀 FC가 이번에는 극장골을 얻어맞고 쓰러졌다. 정말 끝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것이 축구였다. 엘 마드리갈의 노란 잠수함이 마지막 순간에 뿜어낸 힘찬 물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 이끌고 있는 비야레알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9일 오전 4시 5분 스페인 비야레알에 있는 엘 마드리갈에서 벌어진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4강 1차전 리버풀 FC(잉글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아드리안 로페즈의 극장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마르셀리노 감독의 '신의 한 수'

 비야레알 CF가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4강 1차전 리버풀 FC(잉글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아드리안 로페즈의 극장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SPOTV 중계 화면 캡처)

비야레알 CF가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4강 1차전 리버풀 FC(잉글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아드리안 로페즈의 극장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SPOTV 중계 화면 캡처) ⓒ SPOTV


15년 만에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노리며 엘 마드리갈에 찾아온 리버풀 FC는 집중력 뛰어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홈 팀 비야레알의 날카로운 공격을 비교적 잘 막아냈다.

득점 없이 후반전이 되면서 뭔가 터질 듯한 분위기가 그라운드를 휘감고 있었다. 역시 그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은 위력적인 슛이었다. 46분, 비야레알의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도스 산토스의 킥이 올라왔고 골잡이 바캄부의 재치있는 헤더가 빛났다. 하지만 그의 이마를 떠난 공이 리버풀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왔다.

골대 불운은 리버풀에게도 찾아왔다. 65분에 주장 완장을 찬 제임스 밀너의 찔러주기를 받은 피르미누가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선취골을 노렸지만 이 공도 비야레알 골키퍼 세르히오 아센호의 손끝을 스치며 오른쪽 기둥을 때렸다.

이렇게 골과는 인연이 닿지 않고 시간이 흐르자 비야레알의 마르셀리노 감독은 선수 교체를 통해 결승골을 만들어내고자 주문을 넣었다. 70분이 넘어서 2분 간격으로 세 명의 선수(72분 사무엘 카스티예호, 74분 아드리안 로페즈, 76분 마테오 무사치오)를 차례로 들여보낸 것이다.

결국 감독이 선택한 '신의 한 수'가 극장골의 주인공이 되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알려지고 2분 가까이 흘렀을 때 비야레알의 역습이 놀랍게 전개됐다. 리버풀의 끈질긴 압박을 풀어내는 짧고도 정확한 패스가 돋보였다. 이른바 '탈압박 전술'이 상당히 빠른 템포로 전개되었기에 멋지게 성공한 것이다.

역습 과정에서 데니스 수아레스가 리버풀 수비수 콜로 투레를 따돌렸고, 상대 골키퍼 미뇰레가 골문을 비우며 달려나오는 것까지 계산하여 밀어주는 타이밍이 기막혔다. 리버풀 선수들은 팔을 번쩍 들어 오프 사이드 반칙을 주장했지만 극장골의 주인공 아드리안 로페즈는 분명히 수아레스보다 뒤에서 달려와 빈 골문에 오른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다. '탈압박 패스-드리블-완벽한 마무리'까지 3박자가 제대로 들어맞은 순간이었다.

"홈팬들 앞에서는 지지 않겠다"

어쩌면 비야레알의 극장골은 예견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좀처럼 엘 마드리갈 홈 경기에서 지지 않는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똑같이 노란 유니폼을 차려 입은 비야레알의 수많은 홈팬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들의 승리를 굳게 믿고 있었다.

비야레알이 이번 시즌 프리메라 리가에서 얻은 승점 61점 중에서 엘 마드리갈 홈 경기로 얻은 점수가 무려 40점(65.57%)이나 된다. 유로파리그 일정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더 올라갈 정도다. 비야레알 선수들이 홈팬들에게 결코 실망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시즌 막바지 라 리가 우승 트로피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빅3 클럽들도 엘 마드리갈에서 웃지 못했다. 현재 리그 선두 FC 바르셀로나가 승점 1점(2016년 3월 20일, 비야레알 2-2 바르셀로나)을 챙긴 것이 빅3 클럽의 유일한 승점이었다. 레알 마드리드(2015년 12월 13일, 비야레알 1-0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2015년 9월 26일, 비야레알 1-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모두 패하고 돌아갔다.

이제 두 팀은 일주일 뒤인 5월 6일(금) 오전 4시 5분 장소를 안필드로 옮겨서 2차전 맞대결을 펼친다. 리버풀 FC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 승점 획득 비율은 50.9%(현재 승점 55점 중 28점 획득)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준결승을 치르고 있는 세비야 FC(스페인)가 이번 시즌 라 리가에서 더 놀라운 홈 경기 승점 획득 기록을 쓰고 있기에 비야레알은 명함도 못 내밀 판이다. 같은 시각 우크라이나에 있는 아레나 리비프에서 벌어진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의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겨, 세비야 FC는 일주일 뒤에 홈 구장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비교적 여유 있게 경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대회 3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는 세비야 FC는 이번 시즌 프리메라 리가에서 얻은 승점 52점(14승 10무 11패) 가운데 무려 43점(14승 1무 3패)을 홈 경기에서 얻어 82.69%라는 이례적인 홈 경기 승점 획득 비율을 자랑하고 있다.

오는 5월 19일(목) 스위스 바젤에 있는 세인트 야콥-파크에서 벌어지는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멋진 뒤풀이를 펼칠 팀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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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5-2016 UEFA 유로파리그 4강 1차전 결과(29일 오전 4시 5분, 엘 마드리갈-비야레알)

★ 비야레알 CF 1-0 리버풀 FC [득점 : 아드리안 로페즈(90+2분,도움-데니스 수아레스)]

◎ 비야레알 선수들
FW : 세드릭 바캄부, 로베르토 솔다도(74분↔아드리안 로페즈)
MF : 데니스 수아레스, 브루노 소리아노, 토마스 피나, 조나단 도스 산토스(72분↔사무엘 카스티예호)
DF : 하우메 코스타, 빅토르 루이스, 에릭 바일리(76분↔마테오 무사치오), 마리오 가스파르
GK : 세르히오 아센호

◎ 리버풀 선수들
FW : 필리페 쿠티뉴(46분↔조던 아이브), 호베르투 피르미누(90분↔크리스티안 벤테케)
MF : 제임스 밀너, 루카스 레이바, 조 알렌, 애덤 랠러나
DF : 알베르토 모레노, 데얀 로브렌, 콜로 투레, 나다니엘 클라인
GK : 시몽 미뇰레

★ 샤흐타르 도네츠크 2-2 세비야 FC

◇ 준결승 2차전 일정(5월 6일 금요일 오전 4시 5분, 왼쪽이 홈 팀)

☆ 리버풀 FC - 비야레알 CF (안필드)
☆ 세비야 FC - 샤흐타르 도네츠크(라몬 산체스 피스후안)
축구 유로파리그 리버풀 FC 비야레알 CF 세비야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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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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