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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림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자신의 신령을 무격에게 전임하고 있다
▲ 전임굿 내림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자신의 신령을 무격에게 전임하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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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너는 나를 신아버지라고 부르면 안 된다. 이제 너는 보통사람이니까 나를 수양아버지라고 불러야 해. 이제 회사를 다니면서 펄펄 날아다니면서 살아라. 네가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마."

30세 즘 돼 보이는 여인이 신복을 몸에 걸치고 의자에 앉아있는 무격 고성주(수원시 팔달구 지동, 남, 62세)에 큰 절을 한다. 그 전에 전안(신령을 모셔 놓은 신당)의 신령들 앞에 삼배를 한 후 다시 고성주를 향해 큰 절을 올리는 것이다. 이아무개(여, 34세)의 전임굿이 열리는 곳이다.

'전임(傳任)굿'이란 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신을 받지 않도록 자신에게 들어온 신들을 기존의 무격에게 전임하는 굿을 말한다. 즉 본인이 신을 받아야 하지만 피치 못할 경우 자신에게 붙은 많은 신령들을 굿을 주관한 무당에게 전임해 자신은 보통사람과 같은 생활을 하기 위해 하는 굿의 한 종류다.

"전임굿이란 신병이 든 사람이 자신에게 붙은 신령들을 날을 잡아 신복을 마련해 그 신복을 입고 예를 올린 후 신아버지나 신어머니에게 신을 전임시키는 행위입니다. 이 전임굿을 하게 되면 신령을 전임 받은 무격은 또 한 번의 내림을 받은 폭이 되므로 가급적이면 이런 굿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달여 전에 벌어진 눌름굿의 허주를 쫓아내는 의식
▲ 눌름굿 한달여 전에 벌어진 눌름굿의 허주를 쫓아내는 의식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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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름굿을 먼저 한 후 다시 굿판 열어
신이 들린 사람 몸에서 허주를 쳐내고 있다
▲ 눌름굿 신이 들린 사람 몸에서 허주를 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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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경 고성주씨가 굿이 있다고 했다. '눌름굿'을 한다는 것이다. 굿 연구를 한다고 전국의 굿판을 20년 넘게 다녔지만 눌름굿을 본 적이 없다. 가끔 눌름굿을 한다고 소문이 나서 찾아가보면 일반적인 굿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거기다가 한 번으로 그치는 것도 아니고 3년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는 소리에 조금은 의아해 한 적도 있다.

"신이 내린 사람을, 신을 누르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면 굳이 무당을 누가 하겠어요. 신이 온 사람은 쉽게 벗어날 수가 없어요. 한 가지 방법은 신을 전임하는 것인데 아무나 전임을 받으려고 하지 않아요. 전임을 제대로 받는 사람들도 없지만, 전임을 받은 사람 또한 그리 수월하게 넘어가지를 않거든요."

신이 들린 사람의 신을 전임을 받은 사람은 많은 애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기에 먼저 신령들의 신복을 주문하고 신이 온 사람이 먼저 그 신복을 입고 신령들에게 예를 올린 후 다시 굿을 주관하는 무격에게 그 신을 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절차도 복잡하지만 굿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방법 또한 알 수가 없다고 설명한다.

전임굿에서 이여인이 고성주씨에게 절을 하고 있다
▲ 예식 전임굿에서 이여인이 고성주씨에게 절을 하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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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름굿을 먼저 만나보다

3월 말께 고성주씨의 전안에서는 몇 명의 무격들이 모여 이아무개 여인의 눌림굿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안택굿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갑자기 여무 한 명이 이아무개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더니 주문이 적힌 베옷을 입히고 머리에도 두건 같은 것을 씌워놓는다. 그리고 칼로 여인의 몸 구석구석을 찌르는 시늉을 낸다. 다음에는 소지에 불을 붙여 여인의 머리 위로 넘기더니 붉은 팥을 여인의 몸에 끼얹는다. 바로 허주를 벗기는 것이다.

8시간 정도 걸친 안굿이 끝나고 나자 고성주씨가 장고를 앞에 놓고 큰 머리를 얹고 말미를 시작한다. 여인의 조상들을 천도시키는 것이다. 그런 의식 하나하나가 새롭기만 하다. 하루종일 걸린 눌름굿을 마치자 언제까지 신복을 제작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다음 굿날을 잡아 연락을 하겠다는 것이다..

눌름굿과 전임굿의 사이는 보통 30여 일이 지나는 듯하다. 바로 신복을 일일이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복을 여인이 한 벌씩 몸에 걸치고 일일이 전안에 삼배를 올린다. 신령들에게 하직 인사를 올린다는 것이다. 신의 제자로 살아가야 할 사람이지만 신령들을 모두 전임시키겠다고 전안에 고하는 의식이다.          

이여인의 신복을 번해 받은 고성주씨가 굿을 하고 있다
▲ 굿거리 이여인의 신복을 번해 받은 고성주씨가 굿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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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인이 예를 마치고 평번한 신도가 되어 합장을 하고 있다
▲ 비손 이여인이 예를 마치고 평번한 신도가 되어 합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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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을 하는 내내 피리소리가 들려요"

전임굿의 전임 절차가 끝났다. 신복을 일일이 갈아입고 전안을 예를 마친 이 여인이 고성주씨에게 큰절을 하면서 신령들을 전임한 것이다. 전임의식을 마치자 고성주씨는 이 여인에게 너는 이제 평범한 사람이 됐으니 세상에 나가서 많은 사람들을 돕고 살라고 덕담을 한다. 무격으로 살아야 할 팔자를 면했으니 그 대신 덕을 쌓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굿을 하는 내내 이상하게 피리소리가 들렸어요."
"어떻게 하냐? 용한 무당 하나가 사라졌으니."

전임 의식을 마치고 난 이 여인이 함께 굿을 진행 한 여무(女巫)에게 한 말이다. 눌름굿과 전임굿을 하지 않았으면 바로 박수를 치고 뛰쳐나갈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신내림을 받지 않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하면서 앞으로 잘 살라고 이야기를 한다.

굿판에 동참한 임영복 무녀가 굿을 하고 있다
▲ 임영복 굿판에 동참한 임영복 무녀가 굿을 하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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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절차를 마친 후 무격들이 이 여인이 제작한 신복을 갈아입고 다시 굿을 시작한다. 신복을 입고 신을 놀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30여 일의 기간을 거쳐 벌어진 눌름굿과 전임굿. 굿을 마친 후 이 여인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평소 집안을 책임지다시피 한 이 여인은 사회생활을 다시 할 수 있게 되고, 이 여인이 받아야 할 신령들은 고성주씨가 받아들였다.

눈으로 보이는 것 없이 두 번에 걸친 굿만을 사진촬영하면서, 한 여인이 무당으로 살아가야 할 운명을 바꿨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쉰다.

"젊은 나이에 무당이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알 수 없어요. 제가 전임을 받은 것도 저도 어린 나이에 신이 내려 엄청난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죠. 저는 당분간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 생명을 구했으니까요."

하루종일 걸린 전임굿을 마친 고성주씨의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눌름굿, #전임굿, #고성주, #임영복, #신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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