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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오찬 때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오찬 때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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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검정제로 나온 기존 역사교과서에 대한 비판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 검정제를 국정제로 '바꿔치기'한 집권여당은 4·13 총선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를 향한 박 대통령의 보폭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익 문제'까지 끌어들인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 청와대 출입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고교<한국사> 검정교과서들을 비판하기 위해 '북한의 이익 문제'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박 대통령 발언이다.

"통일이라는 것도 우리가 중요한 앞으로의 국가 목표인데, 통일이 됐을 때 자유민주주의에 기반 한 올바른 통일이 되어야지,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오히려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역사 문제라는 것은 이만큼 중요하기도 하고 잘못 나가면 위험하기도 하다, 예를 들면 어떤 문제가 있느냐 교과서 문제. 예를 들면 기술을 하는 데 있어서 대한민국은 정부수립이라고 표현을 했어요. 그런데 북한은 국가수립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정통성이 어디에 있느냐 이거죠."(<프레시안> 대통령 발언 전문 보도 재인용)

하지만 이렇듯 '이적 교과서'라고도 읽힐 수 있는 '위험한 교과서'에 합격점을 준 정부는 어디였을까?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있는 '박근혜 정부'였다.

지난 2013년 8월 30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는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심의위원회 최종 심사에서 8종을 합격 판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교과서들이 바로 박 대통령이 비판한 그 '북한을 위한' 교과서다. 현 정부의 교육부가 합격점을 줘 현재의 고교생들이 배울 수 있게 된 교과서인 것이다.

또한 지난 26일 박 대통령은 '북한을 위한 통일'을 가르치는 교과서의 예로 "(교과서) 기술을 하는데 있어서 대한민국은 정부수립이라고 표현을 했고 북한은 국가수립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기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교과서 기술은 박근혜 정부의 전신인 이명박 정부가 만든 <한국사> 교육과정에 따른 것이었다.

2011년 8월에 공포된 역사교육과정은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과 발전 과정을 다루도록 했다"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3·1 독립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였음을 (교과서를 통해) 이해하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19년 3·1 운동 뒤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했음을 이해시키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서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임시정부가 건국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아 1948년 대한민국이 재건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같은 교육과정에 따라 '비상교육'을 뺀 나머지 7종의 <한국사> 교과서들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서술했다. 비상교육은 유일하게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썼다.

북한에 대해서는 7종의 교과서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적었다. 유독 '천재교육'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 수립'이라고 표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 정부가 추켜세운 '교학사' 교과서도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적었다는 것. 이명박 정부가 만든 역사교육과정을 충실하게 따른 결과다.

교학사 교과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 왜 그랬을까?

그렇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명칭은 왜 교과서에 등장한 것일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2월에 나온 <교과서 편수용어>가 이렇게 쓰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 편수용어집에는 '북한'이란 단어를 찾을 수 없다. 북한이라는 말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서술하라는 것이다.

조한경 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북한을 부르는 편수용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데 이 가운데 '공화국'이란 용어만 떼어내 마치 현재 교과서가 북한 '국가 수립'이라 치켜세웠다고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전 회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으로 잡고, 그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대한민국이 계승했음을 강조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임시정부 계승 사실을 부정하는 것일뿐더러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그대로 베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80여 개 교육역사단체가 모인 한국사 국정화저지 네트워크(국정화저지넷)의 방은희 사무국장도 "이번 박 대통령의 교과서 비판은 자기 정부가 통과시킨 교과서에 대해 스스로 색깔론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면서 "역사교육과 역사교과서에 대한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유체이탈'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정화저지넷은 박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조만간 정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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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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