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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앞에 세워진 높이 5미터짜리 박정희 동상.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앞에 세워진 높이 5미터짜리 박정희 동상.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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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신제와 숭모제를 지내고 있는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핵심 사업으로 '박정희 뮤지컬' 제작에 나서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구미시는 오는 2017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비와 도비 등 약 40억 원을 들여 국제학술대회 개최, 뮤지컬 공연,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기념주화 발행, 사진전시회, 근대화세대 인물 초청 구미투어, 불꽃축제, 휘호집과 근대화 관련 책자 발간 등을 구상하고 있다.

구미시는 이중 28억 원의 예산을 들여 박정희 뮤지컬인 <고독한 결단>(가칭)을 제작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의 주제는 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이지만 아직까지 대본은 나오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우상화 작업에는 남유진 구미시장의 의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미 문화담당관실에서 전담팀(TF)까지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남 시장은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을 통해 구미시를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남유진 시장은 지난 2013년 11월 14일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에서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반인반신, 하늘이 내린 천운이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구미참여연대는 26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의 세금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우상화하려는 의도"라며 '박정희 뮤지컬'의 제작 계획을 전면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구미참여연대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100주년 기념사업'의 축소와 '박정희 뮤지컬' 제작 계획의 전면 취소를 요구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미화와 우상화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유신시대의 인권침해와 관련한 판결들이 지금도 계속 뒤집히는 상황과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100주년 기념사업이 시민들과 국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에서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 숭모제례'가 딸인 박근령씨, 남유진 구미시장,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영우 경북교육감, 노석균 영남대총장, 현경대 평통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각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박정희 생가서 96회 탄신제 개최 지난 2013년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에서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 숭모제례'가 딸인 박근령씨, 남유진 구미시장,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영우 경북교육감, 노석균 영남대총장, 현경대 평통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각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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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참여연대는 이어 "이미 박정희생가 공원화 사업과 새마을 테마파크 사업에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새마을 테마파크와 생가 주변 시설에 대한 유지관리 비용으로 매년 수십억 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1회성 행사에 4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붓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구미시가 박정희 사업의 기대 효과로 '국가적 행사 개최로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의 위상 제고',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된 관내 다양한 문화자원과의 연계를 통한 관광 활성화'를 들고 있지만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는 대부분의 국민들로부터 비웃음과 비아냥이 될 뿐 아니라 경기침체와 서민들의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구미참여연대는 지난달 22일부터 시민들에게 박정희 뮤지컬 제작에 대한 의사를 물은 결과 80% 이상의 시민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며 사업이 철회될 때까지 1인 시위와 시민들의 의사를 묻는 캠페인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한편 구미시는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뮤지컬 제작에 대해 아직 계획 단계일 뿐 사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구미시 예산으로는 자체적으로 무리여서 도비와 시비를 통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구미시 문화담당관실 관계자는 "예산 등 세부적인 사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오는 5월이나 6월 중에는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만 확정되지 않았을 뿐 사업의 대부분이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태그:#박정희 뮤지컬, #구미시, #구미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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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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