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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굿인터넷클럽 행사 패널들이 인터넷과 선거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봉신 한국갤럽 연구3본부 팀장, 류정호 중앙선관위 심의등록팀장,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이사,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굿인터넷클럽 행사 패널들이 인터넷과 선거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봉신 한국갤럽 연구3본부 팀장, 류정호 중앙선관위 심의등록팀장,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이사,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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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유권자들이 많으면 '알파고'(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가 와도 안 된다."(김봉신 한국갤럽 팀장)

4.13 총선 여론조사 비난 여론이 뜨겁다. 주요 언론사의 판세 분석이 크게 빗나가면서 여론조사 무용론도 모자라, 금지론까지 등장했다. 반면 스마트폰이 50~60대 중장년층까지 확산되면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과연 페이스북이 과거 트위터나 여론조사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민심 잣대가 될 수 있을까?

'집전화 여론조사'에 등 돌린 민심, SNS 여론은 맞아?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선거와 인터넷'이란 주제로 열린 '굿 인터넷 클럽' 행사 최대 관심사는 여론조사와 SNS를 통한 민심 읽기였다.

대표적인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 김봉신 팀장을 비롯해 류정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심의등록팀장,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이사 등 이날 참석자들은 유선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존 여론조사가 더는 총선 민심을 반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황용석 교수는 ARS(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는 선거용으로 써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전화 면접 방식보다 비용이 저렴해 많이 쓰지만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아 조사 결과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봉신 팀장조차 정당 내 경선에서 여론조사로 후보자를 결정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는 학계 의견을 들었다.

문제는 전화 여론조사가 빠진 자리를 무엇으로 메우느냐다. 지난 2008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트위터'가 유권자 민심을 측정하는 잣대로 관심을 모았지만 지난 2012년 18대 대선 이후로 한풀 꺾였다. 한때 팔로어수(구독자수)와 버즈량(언급량) 등 빅데이터에 바탕을 둔 이른바 '트위터 지수'로 주요 후보의 경쟁력을 평가하기도 했지만, 트위터 주사용자층이 20~40대 젊은층, 진보 성향에 치우친 데다, 국정원의 대선 여론 조작 사건도 찬물을 끼얹었다.

국민의당 호남 압승, 페이스북은 알았다? "누가 이길지는 예측 못해"

이번 총선에선 트위터 대신 페이스북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지난 13일 JTBC에 총선 트렌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90일 동안 국내 페이스북 가입자 190만 명이 언급한 총선 관련 키워드 2800만 건을 분석했다.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이사는 이날 "페이스북 '좋아요'와 댓글, 공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어떤 트렌드나 키워드가 이번 총선에서 이슈화됐는지 분석했더니 이슈 중에선 심판론보다 개혁론이 많았고, 지역적으로는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도적으로 언급된 반면, 대구지역에서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많이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투표와 직접 연관됐는지는 좀 더 연구해봐야겠지만)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뿐이지 이걸로 어느 당이 이길지 예측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지난 13일 20대 총선을 앞두고 90일간 조사한 선거 관련 키워드 트렌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13일 20대 총선을 앞두고 90일간 조사한 선거 관련 키워드 트렌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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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주요 정당 언급량을 보면 새누리당이 총량은 줄곧 앞섰지만 지역별로는 대구경북과 경남 등 영남권에 집중된 반면, 수도권에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에 크게 밀렸다. 또 국민의당이 전체 언급량은 더불어민주당에 뒤졌지만 호남권에선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박 이사는 "각 정당이 SNS로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정밀하게 타기팅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43일 동안 페이스북 라이브(동영상 생중계)를 진행해 (지지자들이) 직접적 연결 고리로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평가에 한 20대 청중이 반박했다. 호남권에서도 국민의당 주요 지지층이 50~60대 이상으로 나타났는데, 그동안 인터넷이나 SNS에서 잘 드러나지 않던 중장년층 민심이 이번 페이스북 조사에서 왜 갑자기 늘었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제야 박 이사는 "호남에서 국민의당 언급량이 2배나 많을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호감과 비호감이 섞여 있어 언급량이 많다고 꼭 긍정적이라고 볼 순 없다"면서 "그만큼 화두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고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국민의당 언급량이 증가했는데 그게 중장년층이 많이 쓴 탓인지는 연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끼리끼리 네트워크' 한계... "SNS 여론 예측, 부녀회만도 못해" 

실제 페이스북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끼리끼리 네트워크'여서 선거 민심 잣대로 활용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용석 교수는 "SNS에서 지역구 주민과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고 주변 사람들은 내 생각을 강화하는 메시지만 줘 (지역구) 선거 결과 예측이 틀렸는데, 이런 네트워크와 관계없는 집사람은 아파트 부녀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듣고 선거 결과를 맞췄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밝히면서 "정치는 유권자와의 상호작용인데, 대선이면 예측할 수 있겠지만 SNS 이슈 네트워크는 지역구와 관계 없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소셜미디어 참여 목적은 자기 태도를 바꾸려는 게 아니라 강화하려는 것이어서 온라인 공간의 정치 참여가 사회적으로 자기 집단화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질적 의견을 교차해서 정보를 선별하고 옮고 그름을 체크하는 전통적 매체와 SNS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전통 매체가 정당 체계와 매개자 집단의 정파화로 허물어지면서 온라인 여론 공간이 더 극단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을 맡았던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도 이날 어느 한 쪽에서 목소리를 높이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침묵한다는 '침묵의 나선 효과'를 들어 이른바 'SNS 여론'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SNS에서 인기가 많은 '필리버스터(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 스타들이 공천 과정에서 탈락했을 때 인터넷에선 공천 과정에 비판적인 특정인들 목소리가 증폭됐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한 쪽 목소리만 인터넷에서 퍼져 (SNS 여론을) 부정적으로 보게 됐다"면서 "유권자들도 그런 걸(SNS 여론의 한계) 감안해 판단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용석 교수는 사용자들과 견해가 다른 다양한 의견들을 함께 노출하는 게 포털, 검색사이트, 소셜미디어 같은 '디지털 정보매개자'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디지털 정보매개자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면 사업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에 정치 편향 의도는 없겠지만 영향력은 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소셜미디어 영향력이 더 중요해지고 검색엔진 알고리즘의 공정성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페이스북, #SNS여론, #4.13총선,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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