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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는 2월 전기 학위수여식과 8월 후기학위수여식을 4월에 통합해 진행키로 하고, 지난 23일 학교 잔디밭에서 통합 졸업식을 진행했다.
▲ 인하대 인하대는 2월 전기 학위수여식과 8월 후기학위수여식을 4월에 통합해 진행키로 하고, 지난 23일 학교 잔디밭에서 통합 졸업식을 진행했다.
ⓒ 사진제공 인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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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정석인하학원, 조양호 이사장) 최순자 총장이 준비한 2015학년도 '4월 꽃피는 졸업식'이 빛을 발하기는커녕 오히려 '총장 갑질' 파문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인하대는 매년 2월과 8월에 하던 졸업식을 4월 개교기념일에 맞춰 통합진행키로 하고, 지난 23일 졸업식을 개최했다. 인하대는 학사 2704명, 박사 89명, 석사 746명 등 총 3556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최순자 총장은 "제59회 인하대 학위수여식은 '대혁신'을 보여주는 날이다. 오늘은 추운 2월과 더운 8월이 아닌 1년 중 교정이 가장 아름답고 초록이 만연한 4월 개교기념일에 맞춰 모두가 함께 즐기는 진정한 축제의 날"라고 말했다.

조양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은 "졸업식이 열리는 이곳 정석학술정보관은 고(故) 정석 조중훈 이사장님께서 평생 가지셨던 육영의 꿈이 구체화된 곳"이라며 "신뢰를 주는 사회인, 창의적인 사람, 그리고 독립된 인격체로써 여러분을 키워준 사회와 국가에 봉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인하대는 최 총장 말대로 학사일정에 따라 2월과 8월에 졸업식을 하는 기존 관행을 깨고, 학부와 대학원의 졸업식을 1년 중 '꽃피는 4월'에 열어 졸업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인하대는 졸업식을 마친 후, 오히려 홍역을 치르고 있다.

'총장 갑질' 파문은 4월 졸업식을 뒤늦게 알게 된 대학원생이 졸업식이 있기 전인 지난 21일 오후 인하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학교행정을 비판하는 취지로 글을 올린 것에서 시작됐다. 최 총장이 학생 인성을 거론하며 해당 학생의 학위를 평가해 학위를 주지 않겠다고 한 것.

자신을 문과대학 박사과정 수료생이라고 밝힌 윤아무개 학생은 자유게시판에 "갑자기 졸업식을 다음 주에 통합하겠다고 합니다. 아직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연락할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8월 학위를 받게 되는 날 불러서 졸업을 기념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변경 및 통합 공지에 어째야 할지 대책이 서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선거도 없고 소식도 없던 (대학원)원우회는 갑자기 나타나서 4월 졸업식에 학위복을 빌려주겠다는 메일 하나만 떡하니 보내주더군요"라고 글을 올렸다.

그런 뒤 4월 졸업식에 항의하는 표시로 "이날 시간이 된다면 졸업식장에서 학위복 없이 논문을 작성하는 퍼포먼스를 하고자 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대학)원생 분들이 있다면 졸업식장에 같이 노트북을 들고 오셔서 대학원 졸업생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그리고 국민의례를 제외한 모든 시간동안 서로의 논문을 작성하십시다. 그래서 4월 졸업식이라는 퍼포먼스가, 사실은 학생들의 실존 없이 이뤄지고 있는 강압과 폭력이라는 점을 똑똑히 보여줍시다"라고 퍼포먼스를 제안했다.

이 글을 본 최순자 총장은 졸업식 다음날인 24일 오전 직접 댓글을 달았다. 최 총장은 "윤○○군, 박사학위를 받는 성인이라면 대학 졸업한 지 적어도 5~6년은 됐을 텐데, 박사학위 받는 행사에 대해 이러한 인식과 글을 올려놓은 것을 보면 인하대의 박사학위 심사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동안 무엇을 배웠으며, 이러한 사고력 가지고 세상을 어떻게 살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런 뒤 "박사란 우리나라건 해외이건 최고의 학위입니다. 그 만큼 모든 것이 성숙되어야하지요. 박사학위를 받을 만한 성숙함. 그런데 학위날짜 가지고 이런 글을 올리는 정도라면 그 학위가 제대로 성숙한 사람에게 주는 것인지 의심이네요. 대학원에 확인하여 윤군의 박사학위에 대해 대학원학위위원회에서 제대로 평가한 것인지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사정도면 완전히 자기의 판단에 살아야합니다. 인하대는 윤군 같은 사람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박사학위 심사를 평가해 졸업을 막겠다고 밝혔다.

비판 줄 잇자 "이미 발급한 학위도 박탈할 수 있다" 엄포

파문은 컸다. 현재 25일 현재 이 글은 조회수 1만 2000건을 넘어섰고, 해당 게시판에서는 총장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최 총장은 자신을 비판한 글을 올린 교수와 학생들을 상대로 '인하대 댓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김아무개 학생은 "총장님의 성숙한 댓글 잘 봤습니다. 윤○○님을 응원합니다"라고 했고, 방아무개 학생은 "총장님은 생각을 거꾸로 하고 계신 것 같네요. 우선 총장님 마음대로 졸업식 통합해서 일 년에 한 번만 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이상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괜찮을 꺼라 생각이 되네요. 하지만 총장님은 지금 불만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불만도 표출하지 못하게 하고 계시네요. 그게 총장님께서 말씀하시는 완전히 자기의 판단에 사는 사람입니까? 자기의 판단에 살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만 따라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졸업식에 불만이 있어도 총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입 닫고 그냥 주는 대로 학위 받고 끝내겠죠. 윤○○ 선배님 응원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질세라 최순자 총장은 "박사 받는 사람이 졸업식장 앞에 노트북 갖고와 논문 작성하자고 부추기는 사람이 정상?", "입 닫으라고 하지 않았지. 합리적 사고인가(를) 묻는 것이에요. 대학원위원회에 총장으로써 이의를 제기 하겠다는 것이고", "인하대는 학생의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아 거듭 학생 인성이 잘못 돼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의 비판은 거셌다. 자신을 공대교수라고 밝힌 조아무개 교수는 "민주주의가 압살 받던 시절, 문교부 장관이 와서 축사라도 할라치면 뒤돌아 앉기, 퇴장하기 등 졸업식장에서도 본인들의 의견을 표출하곤 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조 아무개 교수는 "학사일정 상 지도교수님을 포함한 논문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최종 종심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4월 졸업식의 문제점이 있음을 말한 것이고, 또 분명하게 대학원의 경우는 대안이 있을 것이라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총장님께 문의를 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서 본인의 의지를 표현하려 한 것입니다. 민주사회에서 본인의 의견을 표출하려고 하는 것인데 박사학위 심사과정, 논문내용을 문제 삼겠다구요? 박사학위 논문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학생의 자질을 운운하며 학위 받을 자격이 되냐고 위원회에 묻겠다구요? 박사학위논문은 인성으로 수여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최 총장을 비판했다.

최 총장 또한 이 같은 비판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여러분들 중 학칙에 어긋나는 인성이나 사람 됨됨이에 문제가 있다면 학위증을 발급하지 않거나 이미 발급된 학위증도 박탈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학칙입니다.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알아야 합니다.", "이 학생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략) 인하대 모든 학위증은 총장의 직인이 있어야 합니다. 학생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면 대학원위원회에 총장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그래서 그것이 받아들여지면 학위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지도교수도 이렇게 하지 않습니까? 학생의 인성이 나쁘면, 그리고 그 인성이 학칙에 벗어나면, 인하대에서 학위를 줄 수 없죠. 학위를 받은 사람이라도 학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학위증을 박탈하지요."

최 총장의 이 같은 엄포에 이 아무개 학생은 "혹시 인하대 출신 총장의 인성이 문제라면 학위 박탈은 누가할 수 있나요?"라고 최 총장을 비판했다.

거듭된 '총장 갑질'논란, "대학에서 총통처럼 군림"

최 총장의 교내 구성원을 향한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 총장은 지난해 문과대학 폐지를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이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문과대학 학장에게 언어폭력에 가까운 메일을 보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최 총장은 '학장의 발표능력에 테크닉이 필요할 것 같네요. 학장의 리더십에 의혹이 갑니다'라고 조 학장을 힐난하는 내용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최 총장은 결국 교수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인하대학교(정석인하학원, 조양호 이사장, 사진 앞줄 맨 왼쪽) 최순자 총장(사진 가운데)이 야심차게 준비한 2015학년도 ‘4월 꽃피는 졸업식’이 빛을 바라기는커녕 오히려 ‘총장 갑질’ 파문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 최순자 인하대학교(정석인하학원, 조양호 이사장, 사진 앞줄 맨 왼쪽) 최순자 총장(사진 가운데)이 야심차게 준비한 2015학년도 ‘4월 꽃피는 졸업식’이 빛을 바라기는커녕 오히려 ‘총장 갑질’ 파문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 사진제공 인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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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총장은 또 국내언론이 지난해 10월 인하대가 우즈베키스탄에 세운 IUT(=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 인하대학교)의 부실 운영실태를 보도하자, 같은 날 시간강사 A씨를 총장실로 불러 1시간 20분가량 추궁했다.

당시 최 총장은 '문제가 있으면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지 왜 언론에 제보를 했느냐'고 추궁했고, A씨는 '알리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최 총장은 추궁은 계속됐다. 최 총장은 A씨 말고도 다른 교직원 4명도 불러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9일에 '프라임 사업' 발표를 앞두고 국내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교수들이 정년 트랙에 들어서기 전에는 열심히 연구하다 정년이 보장되면 연구 실적이 떨어지더라. 그런데 학교는 정년 보장된 교수들에 대해 65세까지 건드릴 수가 없다. 미국 대학을 봐라. 정년 보장이 되더라도 계속 연구 업적을 내야하고, 학과장이 해당 교수의 연봉을 조정하거나 중간에 해고할 수 있다"라고 교수 구조조정을 언급해 교수회가 술렁이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학사행정을 비판한 학생들을 향해 '학위수여 금지'와 '학위박탈'을 거론하면서 '총장 갑질' 논란이 다시 부각했다. 인하대 교수회 관계자는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할 대학에서 독재시대 총통처럼 군림하고 있다."고 매섭게 비판했다.

"인성으로 문제" 최 총장 유감 표명에 다시 논란

논란이 커지자 최 총장은 25일 오후 진화에 나섰다. 그는 "우선 윤군 관련해 여러 논란이 일어나게 되어 유감입니다. 우리학교가 민주주의가 만연한 학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윤군의 글이) 인하대 졸업생(박사학위)의 인성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성에 문제가 있다면 학칙에 의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올렸고, 이것이 우리 구성원들의 관심 대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나는 인하대 행정을 짊어진 총장이며, 교육을 한 사람이기에 윤군의 문제를 교육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아침 윤군에게 전화하였지만 불통이었고, 지도교수를 찾았지요. 학과 지도교수님과 면담을 했습니다. 학생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들었고, 본인도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학생의 부모님과 지도교수, 그리고 윤군과 함께 다시 면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지도교수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구성원 모두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은 투명하게 처리될 예정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최 총장의 유감표명은 결국 화만 더 키우고 있다. '사과를 기대했는데, 실망이 크다', '학교가 이번엔 학부모한테까지 엄포를 놓고 소환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을 비롯해, 학생들의 다양한 비판과 조롱 섞인 글이 다시 쇄도하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학교, #정석인하학원, #최순자, #조양호, #총장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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