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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는 맛 봉오리가 발달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요리사는 맛 봉오리가 발달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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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입맛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예로, 추운 겨울철에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던 찌개나 탕 종류도 이상하게 봄 들어 접하면 맛이 겨울 같지 않다고 푸념하는 것이다. 가을이나 겨울 등 날씨가 쌀쌀하거나 추운 시기에 입맛이 살아나는 건 몸이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반면 봄이 되면 낮 시간이 길어지면서 활동량이 늘어나고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커지는 까닭에 입맛을 잃기 쉽다.

그러나 봄철 입맛 부진이 모두에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예컨대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도 입맛을 쉬 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왜 사람에 따라서 계절이나 상황 별로 입맛 변화의 정도가 천차만별일까? 같은 음식을 놓고도, 입맛이 차이 나는 건 십중팔구는 생래적이라 할 수 있다. 즉, 맛에 대한 감응도가 태생적으로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입으로 느끼는 음식의 맛은 보통 '맛 봉오리(미뢰)'라는 혓바닥 등에 분포한 미세한 감각기관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의 입안에는 평균적으로 1만개 안팎의 맛 봉오리가 있다. 이들이 흔히 말하는 대표적인 5가지 맛을 감지한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감칠맛 등이 바로 그들이다. 헌데 맛을 감지하는 이들 맛 봉오리의 숫자가 사람에 따라서는 5천 개 정도로 평균치 절반에 불과할 수도 있고, 최고 2만개 정도로 평균의 2배에 이를 수도 있다.

학자들은 맛 봉오리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맛에 예민하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그만그만한 음식도 보통 사람들보다 맛있게 느끼는 '슈퍼 입맛'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입안에는 필경 보통 사람들보다 맛 봉오리가 많이 분포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유명 요리사나 음식 평론가 등 가운데는 맛 봉오리 숫자가 많은 사람들이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맛에 관한 감각이 그만큼 뛰어난 사람들이 음식을 보다 맛있게 조리하거나 예리하게 음식 맛을 볼 확률 또한 높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특정 입맛 즉 쓴맛이나 신맛 등에 둔감한 사람들도 있다. 특정한 맛은 맛 봉오리에 분포하는 이런 저런 단백질 수용체들에 의해 좌우되는데, 맛을 감지하는 단백질 수용체들의 숫자가 적거나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단백질 수용체 숫자는 정상인데 쓴 음식이나 약을 억지로 잘 참으며 먹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쓰거나 신 음식을 도저히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입맛이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맛 봉오리가 과도하게 잘 발달돼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인종 별로는 동양인과 흑인의 맛 봉오리가 백인보다 더 발달돼 있다고 한다. 유명 요리사들 중에 흑인과 동양인이 두드러지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또 젊었을 때부터 입맛이 좋지 않았던 사람은 물론 청장년기에 남다른 입맛을 자랑했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입맛이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맛 봉오리의 재생이 나이가 들수록 시원찮은 까닭이다.

맛 봉오리는 청장년기 성인이라면, 보통 수명이 10일 내외다. 그러나 노년기에 접어들면 한번 수명을 다한 맛 봉오리가 잘 재생이 되지 않거나, 재생을 멈추고 마는 까닭에 입맛이 없는 것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짜게 먹는 건, 짠 맛을 감지하는 맛 봉오리가 숫자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태그:#입맛, #봄 , #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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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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