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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지 않는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사람조차 낯설어하는 상상적 이미지를 혼자 사는 사람에 관해서 만들어내고, 이 이미지에 따라 혼자 사는 사람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판단하고 참견하고 간섭하고 조언한다. - 노명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우선 이 글이 나 자신의 신세한탄이 되지 않게 애를 써야겠다. 불행히도 혼자 살고 있다. 일어나보니 유난히 눈이 부신 햇살이 가득한 일요일 아침인데, 누가 깨워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배가 고팠다.

어슬렁거리며 부엌에 가보니, 식빵 한 덩이와 컵라면 한 개가 있다. 일단 토스터에 빵을 넣고, 물을 끓인다. 아직 얼굴에 물도 못 묻힌 채 대충 차린 아침으로 허기를 달랜다. 아주 평범한 마흔살 여자의 싱글라이프이다. 불쌍하다 생각하진 마시길, 주변의 눈총에 신경이 쓰이는 것만 제외하면 대부분은 '거의' 괜찮다.

'거의' 괜찮은 싱글의 삶, 그래도 필요한 것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겉표지.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겉표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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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한 개를 입에 넣은 채, '어디야? 같이 밥 먹자!'라는 문구가 시선을 끄는 책을 집어 들었다.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라는 제목을 보며 '독립은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고립되고 싶진 않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슬퍼진다.

휴대 전화기의 연락처들 중에서 '같이 밥먹자' 하고 연락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렵다. 얼른 책의 주인공들에게서 비법을 훔쳐와야겠다. 나는 '거의' 괜찮은데, 밥은 혼자 먹기 지겨울 때도 있으니까(이번 식빵은 맛이 왜 이래?).

우리 나라의 1인가구 비율은 2015년 현재 27퍼센트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대강 네 명 중 하나가 혼자 살고 있다는 얘기인데,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책에서 만나본 용기있는 '다양한' 1인가구들은 같이 밥먹을 수 있는 '동료'들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제목처럼 '독립된 1인 가구'지만 더 이상 '고립되어 있지 않은' 공동체의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에겐 '평범한 보통의 인생'과는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공동체는 '정상적인 결혼가구'의 구성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서의 개념이 아니다. 공동체 안에서 결혼을 하게 되는 가구도 있지만, 비혼을 선택한 사람도 있고, 성소수자의 가구도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공동체는 가족의 끈끈함 대신, 각자의 삶이 지닌 자율성을 존중하는 '느슨한' 관계를 추구한다.

하지만, '느슨함'에 대한 각각의 구성원이 허용하는 거리의 차이는 그들 사이의 중요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계속 어떠한 '편견도 환상도 사양한다'고 얘기한다. 어떠한 관계에도 '좋은 점'만이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갈등을 다스리기 위한 규칙을 지니고 있고, 운영 방식은 서로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적게 벌면서도 삶의 수준이나 질이 떨어지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요. 왜냐하면 저는 이번 생에서는 돈을 많이 못 벌 것 같거든요. 하하. 돈이 많고 적음에 좌우되지 않고 내 삶을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이런 마음이 있어도 지식이 없고 체계가 잡혀있지 않으면 작은 충격이나 변화에도 흔들리게 돼요. 게다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면 소외감을 느끼고, 자신감이 결여되기도 하죠. 그래서 '동지'를 만나려고 모임을 시작했어요. 의외로 관심갖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 기민 (p.106)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공동체의 모습은 다양하다. 여러가지로 기운이 많이 빠져있던 요즘이었는데, 이처럼 다양한 삶의 모습이 존재하고 있음을 만나는 것은 무척이나 신나는 체험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예술가나 요리사가 되기도 하고, 고향 마을의 할머니들과 함께 농사를 거드는 '젊은 일꾼'이 되어 보기도 했다.

그들의 삶을 쫓아가는 동안은 나도 무언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으로 신이 났지만, 위에서 옮겨 적은 고민은 오랫동안 나의 것이기도 했다. 조직에 속해서 살아가는 지금도 소외감을 느끼는데, 나와 같은 뜻을 가진 '동지'를 만나 기운을 얻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까? 나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위로해준 수많은 1인가구들

시골에서 태어났다. 그 시절 대부분의 또래 친구들이 그랬듯이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집을 떠나,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기숙사에서 보내는 것으로 '독립'이란 걸 했다. 직장을 찾아 다른 도시로 두 번이나 옮기는 동안, 여전히 혼자 살고 있다.

솔직히 지금의 삶이 '평범하고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두려웠고, 열등감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책에서 만나는 수많은 젊은이들은 계속 나를 위로해 주었다. 잘못된 삶은 없다고,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갈 뿐이라고. 그들의 위로가 고마웠고, '평범하지 않지만' 유쾌한 그들의 삶에서 전해지는 행복에 감사했다.

'사실 동성애자들도 동성애자들끼리 모여사는 마을을 꿈꾸곤 하거든요. 저는 이런 마을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모두 같기 때문에 눈치 볼 일이 없는 마을이 아니라 서로가 다 달라도 그것때문에 눈치 볼 일이 없는 마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사실 사람들이 같으면 얼마나 같겠어요. 잠깐의 이해관계가 같을 뿐이지 하나에서 열까지 알고 보면 다 다른 사람들일 텐데 말이지요.' - 한채윤 외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 p.206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우리의 세상은 그들의 서로 다른 삶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어 일정한 틀에 맞춰주기를 원하고 있다. 언뜻 모두가 '같은 모습'일 때 갈등이 해결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억지로 맞춰진 삶에 진심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나도 당신도 잘못된 게 아니다. 진심으로 이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나이가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에서 은퇴를 할 때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장을 찾아, 고향을 떠나 도시의 빈민으로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에겐 더욱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가야한다고 규정해 놓은 길을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세상은 더욱 더 풍부하고 안전해 질 것이다. 어느 누구의 삶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존중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모두가 원하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하니, 나의 열등감도 덩달아 가벼워진 것만 같다.

바베트의 만찬 스틸컷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바베트가 정성껏 준비한 만찬을 즐기고 있다. 음식을 나누는 것, 그것이 공동체의 시작인가보다.
▲ 바베트의 만찬 스틸컷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바베트가 정성껏 준비한 만찬을 즐기고 있다. 음식을 나누는 것, 그것이 공동체의 시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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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가난하지 않아요. 그에겐 정성을 다하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요.'

<바베트의 만찬>(1987)이라는 영화가 있다. 청교도적인 교리를 지키며 살아가던 마을 공동체에 갈등이 생기자, 주인공인 바베트는 전 재산을 털어 성대한 만찬을 열기로 한다. 마을 사람들은 바베트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을 같이 나누면서 그들을 괴롭히던 갈등을 풀어낸다. 그들이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도구였고, 공동체의 복원이었다.

그래서인가, 책의 뒤표지에 쓰여진 '같이 밥먹자'의 힘에 의지하고 싶어진다. 바베트에게 요리가 예술이었듯, 우리도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는 '예술가'일테니 말이다. 내 주변에도 느슨하게 관계를 맺고,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선 나부터 용기를 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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