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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커피 한 잔보다 빨리 읽히는 그림책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음식도 알고 먹으면 더 맛있지요. 책 만드는 과정도 알게 되면 그림책이 또 다르게 보일 거예요.

 그래서 창작 그림책 제작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실 책의 제작은 작가마다, 출판사마다, 책마다 다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시키는 건 쉽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말

1. 이야기 만들기

<민들레는 민들레>는 글 작가가 자유로를 운전하다가 발견한, 중앙분리대 틈새에서 피어난 민들레가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는 글 작가가 자유로를 운전하다가 발견한, 중앙분리대 틈새에서 피어난 민들레가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 김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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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책에 담기는 내용,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꼭 있어야겠지요. 보통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서 글감을 찾게 됩니다.

유지연의 <엄마의 초상화>는 작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이야기도 물론 할 수 있습니다. 유리의 <돼지 이야기>는 몇 년 전 있었던 구제역 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이웃의 이야기,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옛이야기도 있지요. 내 안에 숨겨 놓은 이야기, 꿈 속에서 가져온 듯한 이야기,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 등등. 이야기의 소재만 읊어도 이 페이지가 모자라겠어요. 그만큼 이야기의 세계는 방대하다는  말입니다. 


그 이야기라는 것은 꼭 기승전결을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는 제목 그대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한 그림 열네 장을 나열해 놓았습니다. 거기엔 기승전결은커녕 눈에 보이는 개연성도 없습니다.

반복의 효과를 사용한 그림책도 있지요. <시작, 다음>의 경우는 소재만 바뀌고 반복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책은 글이 아예 없기도 하고, 어떤 책은 책 속에 또 책이 있기도 하고. 이렇게 내용도 형식도 제각각입니다. 작가는 그중 자신의 내용에 잘 맞는 형식을 고르면 됩니다. 아, 물론 내용보다 형식이 더 중요한 책도 있고 말고요.


2. 구성하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했으면 이제 다듬어야 됩니다. 그 방법은 소조처럼 뼈대를 만들어 놓고 살을 붙여 나가는 방식일 수도 있고, 조각처럼 이미지를 머리에 그려 놓은 다음 돌을 쪼아서 정교하게 그 이미지를 뽑아내는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쓰든 목적은 독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막연한 것들을 구체화 하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 작가들은 섬네일과 스토리보드를 만듭니다. 중간중간 편집자나 다른 조언을 구할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스토리보드를 만들지만, 주된 목적은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 번 그 과정을 거쳐서 짜임새를 보다 탄탄하게 만들어 갑니다.

첨부한 <대추 한 알>의 스토리보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처음엔 거칩니다. 그리고 점점 다듬어가기 시작하죠. 중간에 다른 길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스토리보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요.

그림 1. <대추 한 알> 초기 스토리보드. 섬네일에 가까운 러프한 상태.
 그림 1. <대추 한 알> 초기 스토리보드. 섬네일에 가까운 러프한 상태.
ⓒ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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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대추 한 알> 스토리보드 중 하나.
 그림 2. <대추 한 알> 스토리보드 중 하나.
ⓒ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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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대추 한 알> 스토리보드 중 하나. 현재 그림책과 전개가 흡사합니다.
 그림 3. <대추 한 알> 스토리보드 중 하나. 현재 그림책과 전개가 흡사합니다.
ⓒ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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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스토리보드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중간중간 작업에 필요한 대상을 관찰하거나, 캐릭터 연구를 위한 드로잉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구상이 끝나면 스케치에 들어갑니다. 물론 스타일에 따라서 스케치 없이 바로 원화 작업을 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다음회에서는 원화 완성, 더미북, 출판사 만나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그림책을 만드는 프리랜스 디자이너입니다. 이 글은 그림책 출판사 이야기꽃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그림책제작과정,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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