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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원내 1당의 위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시끄럽다. 당내 각 진영에서 호남의 패배를 두고 '문재인 전 대표의 잘못이다', '김종인 대표의 잘못이다'라며 입씨름 중이다. 수도권의 승리를 두고 문재인 전 대표의 역할이 큰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공이 큰지 논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일 김종인 대표의 차기 당 대표 추대 문제를 놓고 또다시 편이 갈렸다. 당 안팎에서 김 대표가 경선은 꺼리지만 합의 추대한다면 당 대표직을 수락할 의사가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다른 한 쪽에서는 셀프 공천에 이어 셀프 대표까지 하냐며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합의 추대는 당헌당규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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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여야 모두 비상 상황이다. 선거에 질 것 같으면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고 선거에서 지면 또 다른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비정상적인 임시 지도체제였다. 선거에 임박하여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고 당이 위기 상황에 다다르자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서 김종인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과 권한을 넘긴 것이다. 따라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역할은 총선까지인 것이다.

김종인 대표는 최근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당 대표의 자격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언급하며 스스로 이번 총선의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합의 추대의 당위성을 스스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김종인 대표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박영선 의원은 김종인 대표를 당의 변화를 이끌 후보군이라며 합의추대도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합의 추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당내 갈등 최소화를 거론하며 당권싸움이나 계파 갈등을 예방의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헌당규에도 어긋나고 민주주의의 기본인 절차적 정당성의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당의 대표는 당을 이끌어가는 리더이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막중한 책임과 그에 따른 권한을 가지는 자리이다. 총선에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비정상적인 체제로 당을 운영해 왔으면 이제는 정상적인 운영체제로 전환해야 함이 마땅하다.

합의추대에는 두 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첫째, 정상적 절차를 통해 대표를 선출할 수 없을 만큼의 긴급성. 둘째, 구성원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하고 경선을 통해 대표를 선출하는 것보다 추대 형식을 통해 대표를 정하는 것이 당의 단합과 발전에 효과적일 때이다.

하지만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은 이 두 가지 요건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총선은 승리했다고 평가받고 있고, 전당대회라는 정상적인 당의 운영 절차가 엄연히 존재한다. 또한 김영춘, 김부겸, 정청래 등 상당수 구성원이 김종인 대표의 합의 추대에 반대하고 있다.

부산에서 당선된 김영춘 비상대책위 위원은 19일 TBS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준비가 당헌당규상에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이 되면 경선은 불가피하다, 당 대표 경선에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오면 그 경선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거고, 그것이 정상적인 정당 정치의 한 모습"이라며 "그런 점에서 원론적으로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영입을 하고 추대를 해왔는데 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하고 국민들이 이제 좀 정상적인 정치를 하기를 바라는 거 아니겠나"라며 합의 추대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컷오프 된 정청래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에서 합의 추대는 "북한 노동당 전당대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거세게 비판하며 "더민주가 총선에서 이겼다면 당연히 국민에게 감사해야 하는데, 당 지도부는 우리가 잘해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밝혔다. 또한 "김종인 대표가 대표직에 의향이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응하라"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 체제의 지도부 중 한 사람인 박영선 의원은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당 대표는 경선이 좋으냐, 김종인 대표 합의추대가 좋으냐"라는 질문에 "두 가지 다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여론을 조금 더 들어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말은 당의 비상상황에나 할 말이다. 더구나 전당대회에서의 정상적인 대표 선출 절차가 있음에도 여론을 보자는 것은 당의 주요 정치인으로서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이다. 또한 그렇게 여론의 추이를 중요시하면서 공천 과정에서는 왜 당원들과 국민들의 여론을 듣지 않았는지 반문하고 싶다. 

이번에도 여론을 무시할 텐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게 묻는다. 이번 총선 승리가 자신들이 잘 해왔기 때문이라고 보는가? 이번 총선 승리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당시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 과반 의석의 가치에 취해 제대로 된 개혁을 펼치지 못하고 열린우리당은 풍비박산되고 정권은 교체되었다. 12년이 흐른 2016년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의 위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또다시 '합의 추대'라는 쓸 데 없는 논쟁을 벌이며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언제까지 새누리당을 심판하기 위해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여 반사이익을 누리는 대체 정당의 역할을 할 것인가? 제발 이제는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지긋지긋한 이름을 걷어치우고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정당 운영을 하길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의 당헌에는 '합의 추대'란 말은 없다. 김종인 대표와 합의 추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25조의 당 대표의 선출 조항을 읽어보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


태그:#합의추대,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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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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