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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엘리트가 주도권을 쥔 사회에서, 대다수의 시민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13일 20대 총선에서 시민의 선택을 받은 300명의 당선자들이 5월 30일부터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한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투표 이후에 시민들이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그것은 부조리한 일이 아닐까.

20대 총선 당선자 300명의 학력을 전수조사해본 결과, 고졸 이하는 불과 5명(약 1.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사급은 121명(약 40.3%), 석사급은 94명(약 31.3%), 박사급은 80명(26.7%)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더민주가 학사급(58명)→석사급(40명)→박사급(25명) 순의 피라미드 구조다. 새누리는 석사급 인원이 비교적 적은 데 반해(35명) 학사급(41명)과 박사급(42명)은 두꺼운 구조를 띠고 있고, 국민의당은 전체적으로 고른 편이다.

정의당은 학사급 비중이 6명 중 4명으로 가장 많지만 당선자 수가 적어 일정한 경향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20대 국회 당선자들이 전체적으로 가방 끈 긴 엘리트들이란 건 분명하다.

이쯤 되면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쌓았는데 거기에 걸맞은 권력을 취하는 게 뭐가 문제냐,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의문을 가질 독자도 있으리라. 틀린 말은 아니다. 당선자들이 이만한 학력을 갖추는 데는 분명 당선자들의 노력이 '어느 정도' 들었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당선자들의 최종 학력을 각 교육단계별로 졸업, 수료, 중퇴 등으로 세분화한다. 하지만 기자는 조사 과정에서 대학원 졸업과 수료를 굳이 나누지 않고 '박사급' '석사급'으로 묶어 통칭하였다. 한편 학부 학력의 경우, 몇몇 당선인이 학생·노동 운동 경력으로 인해 대학을 중도에 그만둔 경우 등을 감안하여 중퇴했더라도 입학 이력이 있다면 '학사급'으로 인정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당선자들의 최종 학력을 각 교육단계별로 졸업, 수료, 중퇴 등으로 세분화한다. 하지만 기자는 조사 과정에서 대학원 졸업과 수료를 굳이 나누지 않고 '박사급' '석사급'으로 묶어 통칭하였다. 한편 학부 학력의 경우, 몇몇 당선인이 학생·노동 운동 경력으로 인해 대학을 중도에 그만둔 경우 등을 감안하여 중퇴했더라도 입학 이력이 있다면 '학사급'으로 인정했다.
ⓒ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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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한국의 계층 이동 사다리는 붕괴됐다. 개인 '노력'의 범위를 넘어선 불평등 경제 '구조'가 경제력을 결정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을, 경제학자들은 꾸준히 문제 제기 해왔다. 2015년 '수저계급론'의 유행은 이 현상을 대중이 인식한 결과다.

둘째로, 경제 불평등 상황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사교육비'라는 환전 방식(경제 자본→문화 자본)을 통해 '학교 간판'을 대물림시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와 특목고 출신 중 부촌 출신의 비중이 높다는 건, 입시철마다 교육학자들이 꾸준히 문제제기 해왔다.

셋째로, 사람은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엘리트들은 이 노선 밖에 있는 대다수 서민들의 삶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질 수 있는 불안 요소가 잠재돼 있다.

낙수효과의 또 다른 버전인 '개천에서 용나는 모델'에 환상을 갖고 '대기업 후원하듯' 서울에서 유학·출세해 선거철에나 귀향한 정치인들에게 표를 줘서는 안 된다. 재벌과 '개천에서 난 용들'을 팍팍 밀어주면 거기서 떨어지는 콩고물로 경제와 지역이 살아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방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일 뿐, 준 만큼 받는다는 제도적 보장은 없다. 공약이 시민들의 삶에 적합한지, 또 공약을 지킬 만한 정치적 일관성을 갖췄는지를 보고 투표해야 한다(자세한 내용은 강준만의 책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참고).

넷째로, 고졸 이하가 전체 의원 중 1.6%에 머무른다는 점은 지나치다. 여전히 30%의 시민들은 대학에 가지 않는다. 삶의 값어치가 고작 대학 간판으로 결정되는 건 부당하다. 물론 SKY 출신이라서 표를 얻은 게 아니라 뽑히고 보니 SKY 출신인 걸 수도 있다. 또한 실제 능력을 제대로 시험해보면 고졸자보다 SKY 출신이 뛰어난 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졸자들이 권력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회는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어떤 사회든 주도적인 집단은 존재한다. 대학평준화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대학 진학률이 낮기로 유명한 프랑스나 독일조차 그렇다. 다만 이 나라들은 중등 교육 단계에서 철학·작문·정치(특히 노동법) 등을 폭넓게 가르쳐 누구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정치 참여에 능동적인 '강한 시민'을 육성한다. 엘리트주의와 아마추어리즘 사이에 견제가 작동한다.

하지만 한국의 일선 학교에서는 철학 교과 시수를 거의 배정하지 않다시피 하고 있으며, 철학 교사 역시 거의 뽑지 않는다. 일부 대학에서 철학 교원 자격증을 발급하지만 그것은 장롱 면허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벌 국회'는 엄연히 씁쓸한 일이다. 대학을 나와도 출신 학부 별로 격차가 확연하다. 거대 3당 별로 각 당의 총 당선자 수 대비 출신 학부 비율을 정리했다. 특히 SKY 등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대 간 격차가 얼마나 큰지 인포그래픽으로 확인해보자(비율은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 함).

[더민주] SKY 48%, 지방대 13%... '서울대' 출신 가장 많은 당

 '사관·경찰학교'는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간호사관학교, 경찰대학교를 말한다. '포공'은 포항공과대학교, '외대'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방통대'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다.
 '사관·경찰학교'는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간호사관학교, 경찰대학교를 말한다. '포공'은 포항공과대학교, '외대'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방통대'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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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SKY 44%, 지방대 15%... 사관·경찰이 가장 많은 당

 '과기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한예종'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다.
 '과기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한예종'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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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SKY 53%, 지방대 11%... SKY 많고 지방대 적은 당

 '시립'은 서울시립대학교다. '기타'는 비례대표 13번 최도자 당선인이며 학부 학력 조사가 어려워 예외적으로 미분류하였다.
 '시립'은 서울시립대학교다. '기타'는 비례대표 13번 최도자 당선인이며 학부 학력 조사가 어려워 예외적으로 미분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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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 정당의 당선자들의 출신 학부는 '수도권대', 그중에서도 'SKY'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정의당과 무소속 당선자 몇몇의 출신 학부 비율까지 반영해보니, 20대 총선 당선자 중 47%가 SKY 출신이고, 이를 포함한 총 수도권대 출신은 79%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지방대는 14%(지방거점국립대 포함)에 그쳤다. 당선자 대부분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에 원내에 입성한 각 정당들이 내놓았던 총선 공약은 서민의 실제 삶과 괴리돼 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정의당 정도를 제외하고는 청년 공약 대부분이 '청년 실업' 위주에만 초점을 맞춘다. 새누리당은 총선 전부터 '일자리 쪼개기'와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대학을 산업수요에 맞게 구조조정을 하면, 취업률이 늘 거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노동 유연화 이전에 법인세와 상속세 등 증세를 통한 안전망(실업수당과 사회보장) 확보의 필요성은 무시하고 있다. 또한 대학 구조를 기업 입맛대로 조정하는 정부 방침을 지지해왔다. 정부는 현재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기업의 전횡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는 인문·사회 학생이 줄거나 친기업 성향으로 동화되는 결과를 초래 중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청년고용할당제'와 '구직 수당'을 제시했고 국민의당은 '청년고용촉진법'이나 '청년창업지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업 문제가 청년층의 '공통 관심사'는 아니다. 청년 사이에도 명문대 출신과 비명문대 출신·고졸자의 고통은 그 결이 다르다.

명문대 출신일수록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춘들 능력에 걸맞은 일자리에 취직하지 못해 고통 받는다. 하지만 비명문대 출신·고졸자는 대기업 입사를 일찌감치 포기한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 대신 노동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일도 고되다. 그러면서도 받는 임금은 낮다.

정의당까지 와서야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가 추가된다. 기간제 고용과 파견 노동을 규제해 비정규직 비중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거다. 아예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최저임금 1만 원' '노동시간 단축' '재벌 증세' 등을 내세우는 노동당은 원내로 입성하지 못했다.

분명 투표는 정당 의석수의 비중을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지만 누군가 투표가 세상을 극적으로 바꿔놓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가 주저된다. 세상의 변화가 실제로 완성되려면 엘리트들은 겸손한 자세로 늘 시민들의 실제 삶 속으로 뛰어들어 이해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시민들은 엘리트들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 중고등학교에서는 시민들에게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조사 방법 상의 일부 한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당선자들의 최종 학력까지 밖에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 조사는 다음 포털의 인물정보를 일일히 전수 조사하여 이루어졌다. 만약 인물정보가 등재되지 않은 당선자의 경우, '구글 검색' 등의 방법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근소한 오차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하지만 오차가 존재하더라도 'SKY' '수도권대' 출신의 압도적인 우세 경향까지 뒤집기에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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