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기 저녁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진행자 김상중의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이 눈에 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저녁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진행자 김상중의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이 눈에 띈다. ⓒ SBS


이른바, 탐사보도의 실종 시대다. 지상파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정부 비판에 해당하거나 논쟁적인 수위의 다큐멘터리들은 죄다 TV가 아닌 극장으로 탈출해야 했다. <다이빙벨>부터 <나쁜 나라> <업사이드 다운>에 이르는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가 대표적이다.

<추적60분> <세계는 지금> 등을 만든 KBS 허양재 PD의 tvN 이적 소식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다. 지상파 드라마·예능 PD들이 끊임없이 케이블과 종편으로 이적하는 시대, 이제는 시사교양과 탐사보도의 영역마저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붕괴는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의 친정부 편향과 안일한 대처에 힘입은 바 크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2주기를 맞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아래 <그알>)편과 같은 날(16일) 방송된 <KBS 스페셜> '지옥고, 청년의 방'(아래 <지옥고>)은 지상파 탐사보도와 시사교양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또 왜 변함없이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나 <그알> '세월호'편의 경우 뉴스를 제외한 지상파의 유일한 세월호 2주기 관련 프로그램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KBS는 세월호 대신 <지옥고>를 통해 주거 현실로 바라본 이 시대 청년들의 열악한 실상을 조명했다. 혹시 지난 토요일 이 프로그램을 놓친 분들이 있다면 다시보기를 통해서라도 꼭 시청하시기를 권하는 바다.

세월호 참사 2주기, <그알> 제작진의 질문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세월호 편'의 한 장면. 청와대와 VIP의 메시지. 화면 왼편 상단 프로그램 로고 옆 노란 리본이 선명하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세월호 편'의 한 장면. 청와대와 VIP의 메시지. 화면 왼편 상단 프로그램 로고 옆 노란 리본이 선명하다. ⓒ SBS


진행자 김상중은 "처음 접하는 사실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시 세월호 참사의 그 현장을 화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일은 여전히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알> '세월호 편'은 왜 우리가 그 버겁고 꺼려지는 참사 현장을 다시금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적절하고도 소중한 질문들로 빼곡히 차 있었다.

먼저 <그알>은 도대체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가 어디서 나왔는지 끈질기게 추적했다. 이를 위해 고 양대홍 사무장의 통화 기록과 세월호 탑승 직원의 증언 등을 종합했다. 국정원과 세월호와의 '특별한 관계'는 윤곽이 거의 드러났고, '해체'라는 철퇴를 맞은 해양경찰의 미흡한 구조 역시 또다시 지탄을 받기에 충분해 보였다.

"첫째, 단 한 명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명피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그다음에 여객선 내의 객실, 엔진실 등을 포함해서 철저히 확인해가지고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 자, 그 두 가지를 말씀하셨으니까 일단 청장님한테 메모로 넣어 드리고."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25분, 청와대 직원은 "받아 적으라"거나 "영상 기록을 빨리 보내달라"는 요구를 포함한 채 VIP(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해경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이날 하루 수차례 보고와 지시가 오갔지만, 잘 알려진 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그날 사고 후 7시간이 지나서야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어이없는 말로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

<그알>은 국정원과 해경, 청해진 해운과 '콘트롤타워'가 실종됐던 청와대 역시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단원고 희생자들의 영상도 재차 공개됐다. 더불어 지난달 열린 2차 세월호 청문회 현장도 담겼다. 아마도 <그알> '세월호 편'은 지금 지상파가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의도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김상중은 세월호 2주기 추모문화제가 마무리된 그 시각, 프로그램 말미에서 이렇게 전했다.

"2년 전 우리는 어른이어서 미안하다고 했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들을 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요. 아이들이 떠난 지 어느새 두 번째 봄이 왔습니다. 여전히 아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는 그만하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충분히 진실 곁으로 다가온 걸까요.

아직 세월호는 수심 44m 탁한 바닷물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찾은 진실 역시 아직은 그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인양되는 시점은 마침표가 아니라 진짜 여정을 시작하는 진정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문제의 답을 오롯이 품고 있는 세월호, 그 속에서 그날의 진실들을 모두 찾아낼 때 매년 돌아올 4월 16일이 그저 아프기만 한 후회의 날로 남겨지지는 않을 겁니다."

빚쟁이 청년을 옥죄는 주거문제

 <KBS 스페셜> '지옥고, 청년의 방'의 한 장면.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을 향해, 어른은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지옥고, 청년의 방'의 한 장면.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을 향해, 어른은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 KBS


"대학에 입학했을 때요? 그때만 해도 제가 철이 없었던 게 대학이라는 게 제 미래를 보장해 줄줄 알았었던 거 같아요. 제가 바보였던 거죠. 제 탓이죠. 성공 못 한 거."

서울대 졸업생 조은혜씨는 "지금은 5평"이지만 "열다섯 평 정도가 저에겐 지금 꿈의 크기인 것 같아요"라며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중등 임원 고시를 준비 중인 그는 지금 모든 연락을 다 끉고 공부에만 매진 중이다. 방세를 내주는 부모님이 있어 자신은 '금수저'라고 말하는 은혜씨는 그러나 수 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지옥고>, 그리니까, '지하', '옥탑방', '고시원'에 사는 이 시대 청년들의 공통점은 다들 '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많게는 수 천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고, 여차하면 생활비가 필요해 또 대출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지하 단칸방이나 옥탑방, 고시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삼 남매가 단칸 원룸에서 함께 동거하기도 한다. 우리보다 10년은 앞선 경제사회 지표를 보여주는 일본도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취직을 해도 20대 평균 임금은 '130만 원'에 불과하고, 서울 1인 청년 가구 주거 빈곤율은 36.3%에 달한다. 그렇게 부모보다 빈곤한 첫 번째 세대인 지금의 청년들은 빚에 허덕이고, 기록적인 청년 실업에 시달리면서도, 남루하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주거 공간을 찾아 헤매며 힘겨운 생활을 버텨 나가는 중이다. 그래서 <지옥고> 제작진은 "청년의 방에 봄이 오지 않았습니다"라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4.13 총선이 끝났다. 그에 앞서 '20대 개새끼론'이 횡횡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최고의 사전투표율과 확 뛰어오른 투표율로 자신들의 존재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지옥'과도 같은 삶을 버텨내고 있는 그 청년들에게, "결혼은 애초부터 꿈꾸지 않는다"는 그들에게 어른들은, 정치권은 이제 뭐라고 답해 줄 것인가. 세월호 2주기에 방영된 <지옥고>가 건조하게 던진 질문이다.

그것이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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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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