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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이 선거혁명으로 결론 났지만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혼탁한 가운데 치러졌다. 남북간에 전쟁을 불사한다는 말 폭탄이 작렬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야당 심판론과 여당의 종북 공세, 여야 공천 파동과 탈북자 파문 등으로 선거판이 얼룩졌다. 그 가운데 역시 국보법이 여당의 전가의 보도로 악용된 것도 과거의 선거를 빼닮았다.

국보법은 이승만이 1948년 만든 이래 대소 선거를 지배하면서 수구세력에게 부당이득을 안겨주고 있다. 수구세력은 상대를 반사회적 존재로 격하시키거나 공동의 적으로 몰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즉 국보법으로 공격하거나 국보법에 뿌리를 둔 종북이념 공세를 퍼붓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국보법이나 종북공세가 잘 먹히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그것은 모든 교과서는 초등학교부터 국보법의 위반 여부에 대한 검증을 거쳐 만드는 등 모든 간행물이 국보법의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져 배포된다는 점이다. 국내 언론은 매일 국보법에 걸리지 않도록 자기 검열을 지속하면서 뉴스정보를 생산, 보도하고 있다. 남한 주민은 알게 모르게 국보법에 순치되어 국보법의 폐해를 의식치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국보법이 만들어진지 70년 가까이 되면서 오늘날 남한 대부분의 세대는 국보법의 독기에 중독된 국보법 불감증 환자가 되어 있다고 할까. 수구 세력이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해 선거 등에서 국보법을 악용할 유혹을 느끼는 부분이다.

국보법은 북한이 아닌 남한 사회의 불통과 상호의심과 대립을 부추긴 부작용이 큰 악법이다. 이승만이 조봉암 선생의 평화통일론을 빌미로 사법살인하고 박정희가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도 국가보안법으로 걸어 살해한 뒤 이 땅에 진보세력의 기성정치 진입은 오랜 시간 차단되었다.

전두환 독재가 87년 6월항쟁에 굴복한 뒤 수구세력은 선거 때마다 민주화 세력에게 국보법의 철퇴를 가하거나 종북이념 공세를 퍼부었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도 정권 위기시마다 국보법을 휘두르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정치적 위기 상황에 대해 국보법을 동원한 이벤트를 일으켜 그것은 덮는 식의 통치 방식을 지속해 왔다. 박정희 독재자의 철권통치 기법이 동원된 것이다.

국보법은 유엔 등이 철폐를 요구하는 악법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그 결과 남한 사회는 불통과 불신의 사회, 경쟁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그것은 헬조선의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더욱 불행한 것은 국보법이 미래에 대한 상상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한반도에 대한 미래학이 북한을 흡수통합하는 방식외에는 연구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번 선거에 여당과 거대 야당 진영은 국보법을 악용하거나 그 테두리 안에서 안주하는 식의 선거 운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은 공식선거 초반부터 선거전 막판까지 야당에 대해 종북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남북간 전쟁 일보 직전의 상태까지 한반도 사태가 악화된 가운데 종북공세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를 계산한 막가파식 정치다.

국보법이 존속되는 한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국보법은 상호 윈윈의 공동체 논리에 역행한다. 그 결과 정상적인 경쟁이 자취를 감추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 죽고 나 살자'는 논리만이 횡행한다. 고위공직자 청문회 등에서 불거진 탈세, 위장전입, 투기, 논문 표절 등이 그것을 입증한다. 더욱 한심한 것은 사회 고위층의 수치심이 마비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라는 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궤멸시켜야 한다'는 국보법의 논리가 이 사회에 만연된 결과로 추정된다. 이승만이 지하에서 자기가 만들어 놓은 국보법의 족쇄가 계속 독기를 뿜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불통의 사회는 건전한 소통과 대화, 협상이 불가능한 사회로 더욱 악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국보법의 폐해에 대한 사고가 마비된 이 사회는 자살율 최고, 출산율 최저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나도 살기 싫고 후손이 태어나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사회적 기류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민족적 재앙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 문제의 치유책이 강구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보장되는 열린사회가 우선이다. 국보법이 존속되는 한 투명한 토론의 사회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소야대가 된 상황에서 국보법 철폐 문제가 시급히 논의되어야 한다. 지구촌은 동서냉전이 종식되면서 이념 논쟁은 종식되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국보법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면서 냉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사회에 엄청난 낭비를 초래하는 친북, 종북몰이와 이념 공세가 뿌리 뽑히도록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노무현 정부시절 여소야대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줄기찬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보법 개폐문제가 결실을 맺지 못한 뒤 이 사회가 시대착오적인 사상 공세 등으로 얼마나 고통받고 사회적 낭비가 자심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국제사회가 악법으로 오래전부터 그 규정하고 폐기를 요구하는 국보법, 이제는 이 땅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그래야 사상적 후진국의 멍에를 벗어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 등에 실렸습니다.



태그:#국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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