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해온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의 압력으로 인해 운명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영화계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외치며 결사항전 분위기입니다. 당장 올해 영화제 개최조차 점점 불투명해지는 상황입니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오마이스타>는 누구보다 이 사태를 애가 타며 지켜보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그 스무 번째로 <진옥언니, 학교 가다> <나쁜 나라>의 김진열 감독입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의 한 장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의 한 장면. ⓒ 김진열


"부산국제영화제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나쁜 나라> 제작진들은 어떤 불이익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요?"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를 본 관객과의 대화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관객들은 청소년부터 60~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분들입니다. 이 분들 중 대부분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간 적도, 영화에 대해 큰 관심이 있는 분들도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시거나 혹은 세월호 관련 영화를 보기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표할 수 있기에 극장을 찾으신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 살고있는 우리가 어쩌다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까지 걱정하게 되었을까요?

어쩌다가 우리가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는 영화인들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이미 우리가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이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지는 않는지, 영화제의 제작지원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닐지, 평범한 시민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피해가족이 스스로를 '계급'이라 하고, '세월호'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어가 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이 시기에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자칫 영화인들과 창작자들이 자기검열을 내면화 하도록 만드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습니다. 나아가 영화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시민들에까지 자기 검열의 내면화가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영화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창작물입니다. 영화제는 다양한 관점의 영화들을 발표하는 장이며, 관객들을 만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합니다. 누구의 생각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없습니다. 자유로운 토론 속에서 각자가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나누며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영화 역시 일정 부분에 자리할 뿐입니다.

BIFF 사태는 2016년 우리의 자화상

 김진열 감독은 유독 사회 약자와 여성의 삶에 천착해왔다. 그의 작업 당시 모습.

김진열 감독은 유독 사회 약자와 여성의 삶에 천착해왔다. 그의 작업 당시 모습. ⓒ 김진열 제공


부산국제영화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제라면, 그 대표성에 걸맞는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면, 그래서 창작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담은 작품들이 상영된다면, 다른 영화제 역시 상영 작품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릴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정부정책에 반하는 영화들을 상영한다"는 이유로 상영관 대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지금의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로 인해 각 지역 영화제들 역시 타격을 받는 게 아닐지, 아니 이미 타격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문화적으로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훗날 후손들이 2016년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려 한다면, 바로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그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진열 감독은 누구?

1974년생인 김진열 감독의 작품에서는 장애인, 그리고 여성에 대한 섬세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1999년 <여성장애인 김진옥 씨의 결혼이야기>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한 그는 <잊혀진 여전사>(2004) 등을 연출했다.

첫 다큐의 후일담 격인 <진옥언니, 학교 가다>가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그리고 지난해 그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를 발표했다.


[BIFF를 지지하는 젊은 목소리]

[① 백재호] 부산시민 여러분, 부디 부산국제영화제 지켜주세요
[② 이승원] 누가 BIFF라는 오아시스를 소유하려 하는가
[③ 이근우] "저는 이 영화 부산국제영화제에 낼 거예요"
[④ 조창호] 서병수 시장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한 장의 사진
[⑤ 박석영] 저는 믿습니다, BIFF 키워온 부산 시민들을

[⑥ 이돈구] 부산국제영화제는 내게 기적이다
[⑦ 박홍민] 영화제 제1명제: 초청되는 영화에는 성역이 없다
[⑧ 지하진] 영화 속 유령들까지 부산영화제를 지킬 것이다
[⑨ 이광국] 부산시장님, 많이 외로우시죠?
[⑩ 김대환] 많이 아픈 부산국제영화제야, 내가 너무 미안해

[⑪ 김진도] 부산 뒷골목, 노숙자 같은 남자가 세계적 거장이었다
[⑫ 김진황] BIFF에 대한 믿음, 흔들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⑬ 서은영] 자부산심 : 우리는 부산을 가졌다는 자부심
[⑭ 김태용] 해외영화인들이 계속 묻는다 "BIFF는 괜찮아요?"
[⑮ 홍석재] 영화제는 꿈! 꿈은 결코 당신 마음대로 꿀 수 없다

[⑯ 정윤석] 서병수 시장님, 성수대교 참사 유가족이 제게 묻더군요
[⑰ 민용근] 부산국제영화제라는 나무를 기어코 베려 한다면
[⑱ 김동명] 거짓말 같은... 결단코, 부산국제영화제
[⑲ 이용승] 정치야, 축제에서 꺼져주면 안될까?

* 우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 백만서명운동 사이트' (http://isupportbiff.com)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isupport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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