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업사이드 다운> 스틸컷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이틀 앞둔 오늘(14일)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이 개봉했다. 사진은 영화 <업사이드 다운>의 한 장면. ⓒ 시네마달


2014년 10월 23일 스크린 수 20개로 출발한 <다이빙벨>은 전국 관객 5만여 명을 동원했다. 2015년 12월 3일 개봉한 <나쁜 나라>는 스크린 수 19개로 출발해 2만1천여 명이 관람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이틀 앞둔 오늘(14일)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이 개봉했다.

참사 2주기에 맞춰 도착한 세번째 세월호 다큐는 개봉 자체만으로 망각과의 힘겨운 투쟁을 벌여나가는 중이다. 일단 전작들보다 줄어든 스크린 수와 싸워나가야 하고, 한국사회가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여놓은 선입관으로 인해 "또 세월호 다큐야?"라고 물을지 모를 관객들의 피로감과도 싸워야 한다. 그렇다. 고작, 아니 벌써 2년이 지난 것이다.

4명의 단원고 '희생자' 아버지와 16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을 두루 인터뷰한 <업사이드 다운>은 그 피로감의 본질이야말로 망각과의 사투가 필요한 이유라고 단언한다. 다큐멘터리는 세월호 참사가 던져준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2014년 여름으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기레기'에 분노했고, 대통령에 눈물에 반신반의했으며, '유병언'의 죽음을 믿지 못했던 그해 여름 말이다.

2014년 그날로 우리를 데려간다

 영화 <업사이드 다운> 스틸컷

영화 <업사이드 다운>은 '왜'와 함께 '어떻게'에 집중한다. ⓒ 시네마달


"마지막 말이 뭐였는지 알아?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것도 '아버지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날도 평상시처럼 잘 다녀오라고 했지. 그 뒤로 못 볼 줄 알았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카메라 앞에서 아버지들은 하나같이 담담하거나 심지어 웃어보였다. 지금은 곁에 없는 그 아들딸들의 부재를 믿지 않은 얼굴들처럼. 누구는 법관이 되고 싶었고, 누구는 영화감독을 꿈꿨으며, 자신의 요리를 엄마의 그것보다 좋아했다는 아버지들의 회고는 정겹게 다가온다.

그때만 해도 그랬다. 그들도, 우리도, 저 '아버지의 싸움'들이 이리 길어질지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그렇게 평범한 듯 행복했던 가족의 모습과 그 아이들의 빈자리를 상기시키며 시작하는 <업사이드 다운>은 그 이후로 '세월호 참사'라는 전무후무한 사건의 복판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직설적인 듯 신중하게, 총 20인의 인터뷰를 담아낸 <업사이드 다운>의 카메라는 충격적인 사안에 대해 이성적인 태도로 접근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법조인과 정치인, 노동자와 언론인, 교사와 전문가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각계각층 인사들의 견해를 들려준다. 이러한 총체성은 참혹한 참사의 원인과 그 후 벌어진 한국사회의 참상을 구체적이고 다각도로 조명하겠다는 김동빈 감독의 의지로 읽힌다.

<업사이드 다운>은 '왜'와 함께 '어떻게'에 집중한다. 참사의 원인 규명 못지않게 수많은 생명을 살려낼 수 있었던 참사 직후의 양태들. 유족들과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인 정부와 언론들의 참사만큼이나 참혹한 대응을 고발하고 있다. 이를 종합한 결론은 공정식 코바범죄연구소장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보라니까요. 역지사지라고 했잖아요. 내 가족이 그랬다면 가만히 있겠어요. 절대 가만히 못 있는다니까요."

"절대 가만히 못 있는다니까요"

영화 초반 딸 얘기에 살며시 미소도 짓던 성빈 아버지 박영우씨는 결국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고 "내가 지금 이렇게 울고 있으면 걔는 피눈물 흘릴 거야"라며 기어이 눈물을 쏟는다.

65분의 러닝타임 내내 카메라가 냉철함을 유지했기에 그 인터뷰이의 눈물은 훨씬 정직하게 다가온다. <업사이드 다운>이 지키는 태도가 그러하다. 세월호 참사와 진상규명으로부터 "빨리 빨리" 도망만 치려던 한국사회를 조망한다. 더불어 화면에 담긴 내용이 2년 전이기에 더 부끄럽고, 2년이나 지났음에도 변한 것이 없기에 더더욱 참혹하고 미안하다.

4월 16일, 그래서 다시 세월호다. 2주기에 맞춰 추모제와 문화제 등이 열리고 있다.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16일 하루 <업사이드 다운>과 함께 다큐 <망각과 기억>과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나쁜 나라>를 함께 상영하는 '세월호 2주기 4.16 추모 기획전'도 마련했다. 수많은 이들이 "잊지 않을게"라고 했던 2년 전 그 다짐들을 기억한다면, 잊지 마시길.

 영화 <업사이드 다운> 포스터

65분의 러닝타임 내내 카메라는 냉철함을 유지한다. 사진은 영화 <업사이드 다운> 포스터. ⓒ 시네마달



업사이드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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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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