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 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노원병 당선이 유력해지자 당선 소감을 말하자 지지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 당선확신 안철수, 지지자들 함박웃음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 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노원병 당선이 유력해지자 당선 소감을 말하자 지지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그가 제1야당을 탈당해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라고 말했을 때, 제3정당의 성공을 장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은 한 자리수로 떨어진 지 오래였고, 다수의 야권 지지자들은 개인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야권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새정치'를 보여주겠다면서 호남의 기존 정치인들과 손을 잡고, 여당 압승의 우려 속에도 야권연대를 거부하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커졌다.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4.13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인공이 됐다. 호남을 석권했고, 여소야대로 개편된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을 막강한 캐스팅보트로 안착시켰다. 수도권에서 2석을 확보하고, 정당득표에서도 더민주를 앞서며 '호남자민련'이라는 꼬리표도 떼어버렸다. 무엇보다 정계에 입문한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성과를 내면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했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도 되찾았다.

호남을 기반으로 보수를 포괄하려는 안철수

안 공동대표의 총선 과정 행보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야권연대 압박을 견디고 독자노선을 관철 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라는 당 내외에서 강한 압박을 받았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당무를 거부하면서까지 안 대표의 '야권연대 불가'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안 공동대표는"황야에서 죽겠다"라며 끝까지 버텨냈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이 국민의당 38석이라는 성과를 얻는데 가장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호남에서 줄곧 더민주를 앞섰던 국민의당 지지율은 본격적인 선거전을 앞두고 하락세를 보이다가 일부 조사에서는 역전되기도 했다. 전국 지지율은 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안 공동대표가 내부의 반발을 잠재우고, 더민주의 압박까지 떨쳐내면서 지지율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비타협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선거유세를 통해 점수를 뽑았다. 안 공동대표는 3당 대표들 가운데 가장 많은 140개 선거구 지원 유세에 나섰다. 지지자들은 '홍길동'에 이름을 따 '안길동'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안 공동대표는 선거운동 초반 호남을 공략한 이후에는 수도권에 집중했다. 서울 71개, 경기 27개, 인천 13개 등 수도권에만 111개 선거구다. 전체 일정의 80%를 수도권에 투여했다. 그 노력은 정당득표 약 26.7%와 수도권 2석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선거운동 막판으로 갈수록 수도권 지역 국민의당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초 국민의당은 안 공동대표 외에 확실한 당선권이 없는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여권 성향의 김성식 후보가 야권의 텃밭이었던 관악갑에서 유기홍 더민주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문병호 부평을 후보와 김영환 안상상록을 후보는 각각 불과 26표, 399표 차이로 떨어졌다. 그밖에 수도권 대부분의 후보들이 10~20%의 고른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당 득표를 보면 안 공동대표의 수도권 집중 전략의 성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국민의당은 서울에서만 29%가량을 득표했다. 새누리당과 불과 1%p 차이고, 더민주 보다는 3%p가량을 더 얻었다. 인천과 경기도에서도 26% 가량을 얻었고, 모두 더민주를 앞섰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에서도 20% 이상을 달성했다. 또 대구 17%, 울산 21%, 경북 14% 경남 17% 등 영남권에서도 선전했다. 그 결과 당초 목표를 초과해 비례대표 13석을 확보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안 공동대표가 보수층으로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19대 총선결과와 비교해보면 국민의당은 더민주 뿐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층의 상당수를 흡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 실정을 심판한 민심은 기존 제1야당뿐 아니라 제3당으로도 흘러들어갔다. 안 공동대표는 유세기간 내내 "1번과 2번에게는 기회가 많았다, 합리적 보수가 국민의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 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노원병 당선이 유력해지자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 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노원병 당선이 유력해지자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런 결과를 종합하면 안 공동대표는 '호남을 기반으로 보수를 포괄'하는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졌다고 할 수 있다. 여태껏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 가운데 찾아보기 어려운 유형이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새누리당 지지층을 끌어와야 한다"라고 강조해왔고, 이번 선거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안 공동대표는 앞으로도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중도보수 쪽의 영향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 넘은 안철수 앞에 놓은 또 다른 산

안 공동대표가 이번 선거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며 유력 대선주자로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 전망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무엇보다 더민주 전반에 퍼져있는 '반안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 물론 새누리당의 참패로 선거 결과가 나오면서 '야권분열'이라는 책임론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안 공동대표를 향한 반감도 어느 정도 희석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선거기간 내내 더민주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지지층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또 안 공동대표는 호남 입지를 굳건히 하고, 보수 확장성을 보여주면서 대선후보로 입지를 높이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은 다르다. 정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새누리당의 저항이 더욱 강해진다. 또 대선 때는 총선보다 훨씬 강한 지지층 결집이 이뤄진다. 3자구도로 대선이 치러진다면, 전통적인 지지층이 확고한 쪽이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호남과 합리적 보수'라는 지지층은 안 공동대표에게 취약점이기도 하다.

호남 민심은 선거과정에서 여러 번 요동쳤다. 한 때 국민의당 지지율이 추락했지만 결과는 몇 주 사이에 완전히 다르게 나왔다. 안 공동대표의 정면돌파가 승리 요인이라면 거꾸로 더민주의 패인은 '공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안 공동대표의 정치력과 더민주의 실책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것은 호남 민심이 언제든 어떤 계기로 인해 변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호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절대적인 지지를 보여준 적이 없다.

'합리적 보수'의 지지층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참패한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이 서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한동안 혼돈에 빠지겠지만 곧 수습할 것이다. 또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후보의 복귀가 유력하고, 그가 당 혁신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기존 '수구보수' 이미지에서 탈피해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게 되고, 안 공동대표를 지지했던 보수층도 본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당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이 더할 수 없는 성과를 내면서 안 공동대표의 당내 입지도 굳건해졌다. 당분간은 그를 중심으로 당 운영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과거 더민주의 비주류 세력과 과거 '안철수 신당' 세력이 연합한 형태다. 여기에 천정배 공동대표도 광주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존재감을 지켰다. 또 진보적 노선을 명확히 하고 있는 정동영 후보도 당선되며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 세력은 선거가 끝난 이상 안 공동대표에게 무조건적으로 의존할 이유가 없다. 창당 초기 불거졌던 불협화음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천정배-정동영 두 사람이 대선에 나서게 되면 당내 헤게모니 싸움이 불가피하다. 만약 그 과정에서 기존 양당의 계파 분란과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면, 제3당을 향한 기대는 급격히 사그라질 수 있다. 당 안에서부터 안 공동대표의 다음 과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태그:#안철수, #천정배, #정동영, #국민의당, #문재인
댓글1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