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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 결과, 강원도에서는 총 8개 의석 중 새누리당이 6석, 더불어민주당이 1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당시 총 9개의 의석을 독차지한 것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강원도에서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는 데 성공했다.

강원도 지역의 총선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읍소 전략은 먹혀들지 않았다. 4월 13일 선거일을 이틀 앞둔 11일, 김 대표는 횡성과 원주를 방문해 "우리가 오만했다, 지금까지 잘못한 게 많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했다.

선거 막판, 새누리당은 강원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이 의외로 선전을 하자 바짝 긴장했다. 김 대표가 바쁜 시간을 쪼개 강원도까지 찾은 것은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선거 결과, 새누리당은 원주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추월을 막는 데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주을 선거구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인식되고 있는 강원도의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춘천에서는 예상 밖의 격전이 치러졌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가 당선됐다. 애초 김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를 큰 차이로 누르고 쉽게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결과는 상당히 달랐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를 맞아 신승을 거뒀다.

동해·삼척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에 불만을 품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철규 후보가 당선됐다. 이로써 새누리당 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그의 주장이 간접적으로 증명이 된 셈이다.

태백·평창·영월·정선·횡성 선거구에서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진선 후보는 새누리당 염동열 후보와 혈전을 벌인 끝에 약 1%포인트 차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지난 3일 김진태 의원 춘천 선거사무실 개소식 장면. 김 의원은 개소식에서 "힘 있는 춘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김진태 의원 춘천 선거사무실 개소식 장면. 김 의원은 개소식에서 "힘 있는 춘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김진태 후보 선거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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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논란' 김진태, 춘천서 신승

춘천 선거구. 19대 국회 임기 내내 막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가 14일 새벽 2시 40분경 당선이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를 맞아 압승을 거둘 거라는 예상과 달리,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밤늦게 신승을 거뒀다. 득표율 차이는 약 4.6%포인트였다.

지난 6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마지막으로 보도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김 후보에 비해 22.3%포인트나 낮았던 허영 후보는 선거 종료 후,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김 후보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낙선을 했지만 선전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허 후보 지지율이 김 후보에 비해 반도 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불과 일주일 만에 김 후보를 턱 밑까지 따라붙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지만 끝내 반전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출구조사가 발표되던 순간, 김진태 후보 선거사무실에서는 짧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곧바로 침묵이 흘렀다. 출구조사에서 김 후보가 허 후보를 앞서기는 했지만, 김 후보가 49.0%의 득표율로, 47.4%의 득표율을 보인 허영 후보를 불과 1.6% 포인트 차로 앞섰기 때문이다.

낙승을 예상했던 김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출구조사가 어디에서 진행이 된 거냐", "혹시 도심에서만 진행한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끝까지 가봐야 알겠구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표가 시작된 직후엔 김 후보가 앞서나갔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허 후보에게 역전을 당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 후, 두 후보는 서로 근소한 표 차이로, 여러 차례에 걸쳐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마다 개표를 지켜보는 두 후보 선거사무실에서는 환호와 한탄이 엇갈렸다.

이번 총선에서 김진태 후보만큼 시민단체들의 이목을 끈 후보도 없었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김 후보가 막말과 색깔론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를 낙천대상자로 선정했다. 전국의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2016 총선시민사회네트워크도 그를 '최악의 후보 10인' 중 1명으로 선정해 낙선운동을 벌였다.

2016총선시민네트워크가 4월 11일 춘천에 있는 김진태 후보 선거사무실 앞에서 '낙선투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6총선시민네트워크가 4월 11일 춘천에 있는 김진태 후보 선거사무실 앞에서 '낙선투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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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진태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중 총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한 TV토론회에서 19대 국회의원 임기 동안 자신이 한 말들은 "막말"이 아니라 모두 "맞는 말"이었다며, 전혀 잘못된 게 없다는 강한 소신을 드러냈다.

김 후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말자,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거다'라는 말을 해서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그런 그를 두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인 전인숙씨는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이 나라의 국회의원인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권씨는 지난 11일,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가 김진태 후보 선거사무실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저런 철면피한이 다시 국회로 돌아가 권좌에 앉으면,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참사를 겪을지 모르니 이번 총선에서 김진태와 같은 자들은 기필코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원주, 200여 표 차이로 당락 결정돼

원주갑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김기선 후보가 당선됐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권성중 후보를 200표도 안 되는 근소한 표 차이로 이겼다.

원주을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후보가 당선됐다. 송 후보는 새누리당 이강후 후보를 400여 표 차이로 이겼다. 두 지역의 후보들 모두 근소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패자는 상당히 큰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원주에서는 일찌감치 혼전이 예상됐다. 지난 6일 마지막 여론조사 당시, 원주갑에서는 새누리당 김기선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권성중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을에서는 새누리당 이강후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구 조사 결과도 그런 양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두 지역의 후보들은 개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원주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당선을 바라볼 수 있었던 지역이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강원도 내에서는 원주을에서 유일하게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원주을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후보.
 원주을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후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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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삼척 선거구에서는 무소속 이철규 후보가 당선됐다. 새누리당 공천에 불만을 품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후보는 새누리당 박성덕 후보를 약 1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서 새누리당 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그의 주장이 간접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이철규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자신이 당선될 경우, "지역 주민들의 뜻에 따라 복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복당 문제와 관련해 새누리당 강원도당은 무소속 출마 후보들이 복당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때마다 "복당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철규 후보가 새누리당에 복당을 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 결과,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단 한 석이라도 더 늘려 잡는 것이 간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백·평창·영월·정선·횡성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염동열 후보가 당선됐다. 이철규 후보와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공천에 불만을 품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진선 후보는 염 후보와 혈전을 벌인 끝에 약 1%포인트 차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김진선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새누리당 염동열 후보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염 후보 측은 김 후보를 "배신자"라고 비난했고, 김 후보 측은 염 후보의 전 보좌관이 폭로한 비리를 물고 늘어졌다. 선거가 끝났어도 혈전을 치른 뒤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릉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권성동 후보가 당선됐다. 이로써 권 후보는 3선에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는 약 20%포인트 차의 득표율을 보였다.

속초·고성·양양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이양수 후보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주학 후보와는 약 24%포인트 차의 득표율을 보였다.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황영철 후보가 당선됐다. 황 후보의 오랜 맞수인 더불어민주당 조일현 후보와는 약 15%포인트 차의 득표율을 보였다. 황 후보는 지금까지 조 후보와 총 5번의 승부를 벌여, 3승 1무 1패의 전적을 기록하게 됐다.


태그:#김진태, #송기헌, #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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