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대강 탄압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난 7일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가 공동으로 저술한 <녹조라떼 드실래요> 출판 기념회가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 카페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은 22조 원의 대국민 사기극인데, 거기에 일조했던 사람들은 아직까지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며 "도대체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지, 한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창근 교수가 격앙된 건 이유가 있다. 4대강 소송 정부 측 증인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4대강 만능론'을 펼쳐 4대강 A급 찬동인사로 선정된 한 대학교수가 있다. 그에게 4대강 사업은 수질 및 생태계 개선, 홍수 및 가뭄 극복 등 못할 것이 없는 전지전능한 사업이었다. 이런 그가 MB 정권 말기에 수백 억 원 규모의 정부 발주 연구 사업을 맡은 것.

뿐만 아니라 매년 수십억 원 규모의 연구용역도 총괄하고 있다는 것이 박창근 교수의 말이다. 4대강 사업에 적극 찬동했던 다른 학자들은 대한토목학회, 한국수자원학회, 한국생태학회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학술단체의 수장이 되기도 했다.

4대강 곡학아세한 이는 잘 나가는데, 진실을 외친 이는...

환경운동연합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기록한 책 <녹조라떼 드실래요>를 발간했다. 부제는 ‘4대강에 찬동한 언론과 者들에 대하여'다.
▲ "녹조라떼 드실래요" 환경운동연합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기록한 책 <녹조라떼 드실래요>를 발간했다. 부제는 ‘4대강에 찬동한 언론과 者들에 대하여'다.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그럼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전문가들의 상황은 어떨까? MB 정권 시절 운하반대교수모임, 대한하천학회 소속 전문가들은 경찰과 국정원의 사찰 대상이 됐고, 학연, 지연 등에 따라 직·간접적인 압박도 적지 않았다. 최근 대한하천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겪은 일이 이들의 현재 상태를 말해준다.

지난해 12월 경북 안동시는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가 벌이려는 길안천 취수장 공사와 관련해 지역 민간단체들의 반발을 수용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안동시는 민간단체들이 추천한 대한하천학회에게 사업성 재검토를 의뢰할 예정이었는데, 수공 관계자가 민간단체 관계자를 찾아가 대한하천학회를 제외 할 것을 요구했다. 그에 따라 하천학회 전문가 참여가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또 환경부가 4대강 반대에 적극적이었던 특정 교수를 콕 찍어, 그를 제외하는 조건으로 연구 과제를 발주했다는 주장도 나와 뒷말을 낳았다. 박창근 교수가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학자들이 아마 열 손가락 정도 되는데, 그분들은 정부 위원회나 정부 연구에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탄압을 받고 있고, 당분간 계속 받을 것"이라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자적, 학문적 양심에 따라 진실을 지적한 이들은 탄압 등 불이익을 받고, 정권과 권력의 입맛에 따라 양심을 팔아먹고, 곡학아세를 일삼은 전문가들이 떵떵거리는 사태는 우리 시대를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원인 중에 하나다. 정치인들의 행태는 더욱 심하다.

MB는 여전히 4대강 사업은 꼭 했어야 했다는 억지를 쓰고 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나성린, 박맹우, 심재철, 오세훈, 박준영, 이재오 의원 등은 '녹조라떼'로 변해버린 4대강의 진실을 외면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하다. 정치는 사기가 돼서는 안 되지만, 4대강 사업은 명백한 사기였고, 이 사업에 앞장서 고무, 찬양했던 것이 바로 이들이다.

환경운동연합·대한하천학회의 신간 <녹조라떼 드실래요>는 4대강 사업을 적극 찬동했던 이들의 발언을 담았다. 2007년 8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만 95개월 동안 전문가, 정치인, 공직자, 언론인, 언론사 등이 4대강 사업을 어떻게 '신성불가침'으로 만들었고, 또 어떻게 국민들을 속여 왔는지를 추적한 기록서다.

<녹조라떼 드실래요>는 '시민판 정책 실명록'

사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한결같다.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는 "국토환경에 대한 반역, 반란"이라 했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대국민 사기극"이라 평가했다. 하천 분야에 있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독일 칼스루헤 대학), 맷 콘돌프 교수(미국 버클리대) 등은 "4대강 사업은 복원을 가장한 파괴"라고 평가했다.

"4대강 사업은 전형적인 불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으로 여기에 투입된 혈세는 결국 낭비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녹조라떼 드실래요>는 '시민판 정책 실명록'이다. 요즘은 시골에서 생산된 사과 하나에도 생산자의 실명이 박힌다. 이는 생산자가 품질을 책임질 테니 국민들은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의미다.

하물며 2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혈세가 들어간 사업에 대해, 그리고 매년 추가적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것에 대해 책임지는 이가 없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4대강 찬동인사를 기록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후세들이 이들의 불량 양심이 어떻게 나라를 좀먹었는지 알리기 위한 것이다. 기록되고, 기억되면 언제든 역사가 심판한 테니 말이다.

<녹조라떼 드실래요>는 4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담았다. 전문가들과 환경 운동가들이 현장에서 느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담아냈고, 2장은 MB를 비롯해 4대강 사업을 찬동했던 정치인 및 사회인사의 발언을, 3장은 4대강 사업 왜곡에 앞장섰던 언론사들의 행태를 분석했다. 4장에서는 4대강의 대안을 담았다.

<녹조라떼 드실래요>는 박창근 교수, 김좌관 교수, 박재현 교수, 홍종호 교수, 정민걸 교수, 안병옥 박사, 송미영 박사 등 전문가들과 염형철, 정수근, 이철재, 최지현 등 현장 운동가, 남준기, 김종술, 김기범 등 현직 기자들이 분담해서 내용을 담아냈다.

<녹조라떼 드실래요> 곳곳에서 4대강 사업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우리는 왜 막지 못했는지 자괴감이 전해진다. 또한 이런 사업이 다시 나타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성찰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환경연합 장재연 공동대표(아주대 교수)는 발간사에서 "강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과 함께 공유해야 하는 재산"이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일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을 기록한 책 <녹조라떼 드실래요>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지난 7일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을 기록한 책 <녹조라떼 드실래요>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녹조라떼 드실래요 - 4대강에 찬동한 언론과 者들에 대하여

환경운동연합.대한하천학회 지음, 주목(2016)

이 책의 다른 기사

물, 녹조 곤죽 만들어 미안해

태그:#4대강, #녹조라떼, #환경운동연합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유/미' 세상을 꿈꿉니다. 강(江)은 흘러야(流) 아름답기(美)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