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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세토우치마린뷰호의 정면 모습. ⓒ 서규호
세토우치마린뷰 측면 모습. ⓒ 서규호
일본의 혼슈와 시코쿠 사이의 내해를 세토 내해(瀬戸内海, 세토나이카이)라 부르며 그 내해의 잔잔한 바다 풍광을 달리는 관광열차가 바로 세토우치마린뷰(瀬戸内マリンビュー)입니다.

세토우치마린뷰는 외관부터가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파란색과 흰색의 외관은 마치 바다의 배를 연상시킵니다. 10시 2분 히로시마역(広島駅)에서 출발 준비를 합니다. 주말 한정으로 운행하는 관광열차이다 보니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열차를 타기 위해 모입니다.

열차의 모습은 마치 배를 연상시킬 만한 광경을 연출합니다. 정면에는 배를 연상시키는 노가 4자루 X자 모양으로 양쪽에 걸려 있고, 한쪽에는 구명 부환까지 걸려 있습니다. 제가 열차를 타러 온 건지 배를 타러 온 건지 잠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아마 파란색의 외관은 세토 내해의 아름다운 바다를 표현하고 하얀색은 세토 내해의 파도 포말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외관부터 강렬하죠.
마린뷰의 실내 모습. ⓒ 서규호
열차 안으로 들어가보니 다시 한 번 더 감동의 물결이 밀려 옵니다. 사방이 배에 승선해서 느낄 만한 소품들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둥근 창문이 인상적입니다. 배에서 보면 둥근 창문이 있죠? 지정석인 1호 차에는 박스시트가 ㄷ자 구조로 되어 있고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 어느 카페에 잠시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좌석도 바다 쪽으로 향해 있어 세토 내해의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세토우치마린뷰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세토 내해의 잔잔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히로시마역 출발기준으로 지정석을 받는다면 바다 쪽이 홀수가 되니 지정석 예약도 전략적으로 해보시기 바랍니다.

열차는 50여 분을 달려 쿠레역(呉駅)에 도착합니다. 쿠레역에 도착하니 뭔가 심상치 않은 역 표지판을 만나게 됩니다. 역 표지판에 2차 대전 당시의 전함 하나가 그려져 있습니다. 바로 '전함 야마토'이고 그 박물관이 이곳 쿠레역 근처에 위치합니다. 저도 하차해 한 번 방문해 봅니다.
야마토뮤지엄이 있는 쿠레역 표지판. ⓒ 서규호
쿠레는 일본 근대 조선 산업의 태생지로 태평양 전쟁 당시 중요한 군항(軍港)으로 유명하며, '전함 야마토'의 박물관이 있습니다. '야마토 뮤지엄'에는 일본의 제국주의가 끝나가던 1940년에 진수 후 1945년 4월 7일 침몰할 때까지 그 당시 최대전함이었던 야마토의 1/10 축소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역사는 역사로 받아들이고 다시 열차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쿠레역을 출발한 열차는 타다노우미역(忠海駅)에 도착합니다. 잠시 하차 후 배를 타고 오쿠노시마(大久野島)에 가 봅니다. 이 섬을 방문한 이유는 오쿠노시마가 최근에 토끼 섬으로 유명해져 수많은 토끼들을 볼 수 있어서 입니다. 열차여행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죠.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오쿠노시마는 자연 그대로 토끼가 방사되어 있습니다. 토끼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 차량은 운행이 금지되고 오로지 지정된 차량만 운행이 가능합니다. 이 섬에 2차 대전 때 독가스 제조 시설이 있었다고 하니 지금의 수많은 토끼를 보며 잠시 역사의 아이러니에 빠지게 됩니다.
오쿠노시마 토끼들. ⓒ 서규호
열차는 계속 달려 세토우치마린뷰 열차의 최고 절경인 타다노우미역에서 아키사이자키역(安芸幸崎駅)구간을 천천히 달립니다. 이 구간은 일본 내에서도 바다와 가장 가까운 철도 노선이고, 이 해안은 일본의 해안 100선에도 선정된 아름다운 구간입니다. 손을 내밀면 바로 바다가 닿을 듯합니다. 열차가 달릴 때 마치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를 타는 느낌입니다. 천천히 달리며 내부를 더 살펴보면 항해시 필요한 나침반도 전시되어 있는데 나침반이 실제로 움직이며 방향을 지시해줍니다.

특급이 아닌 쾌속열차이지만 세토 내해의 아름다움과 2차 대전의 슬픔 그리고 토끼섬 등 볼거리가 많은 세토우치마린뷰 열차는 주말 여행객들을 모시고 쿠레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미하라역(三原駅)에 도착하면 2시간 30여 분의 열차여행은 마무리가 됩니다. 미하라역에서는 이곳의 마스코트인 문어가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미하라 문어요리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하죠.

세토우치마린뷰의 종착역인 미하리역에서 문어요리도 드셔보실 겸 주말에 떠나는 것은 어떠실지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세토우치마린뷰, #쿠레역, #야마토뮤지엄, #오쿠노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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