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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해와 벚꽃에 휩싸인 파노라마 요시노야마 장관, 처음 마주친 순간 나 자신이 압도되는 느낌은 산 기운이라고 해야할까? ⓒ 김재일
일본에서 4월이면 연례행사처럼 빼놓을 수 없는 벚꽃구경! 전국 방방곡곡 명소는 많지만,그중 단연 으뜸은 나라현에 위치한 천년전설을 간직한 요시노야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있다. 3만 그루가 빛어내는 핑크빛 파라다이스는 글로 표현하기 힘든 황홀경 그 자체였다.

밑에서부터 산등성이를 향해 하, 중, 상, 안쪽이라고 하는 4개 구역이 있는데, 한눈에 천그루의 벚꽃을 볼 수 있는 화려함 때문에(一目千本, 히토메센본), 시모센본(下千本, 아랫쪽 천 그루), 나카센본(中千本, 중간 천 그루), 카미센본(上千本,윗쪽 천 그루), 오쿠센본(奥千本, 안쪽 천 그루)으로 불린다. 역앞이 바로 벚꽃행렬의 출발점인 시모센본이다.

요시노산 벚꽃은 한 번에 전부 만개하는 게 아니고 산높이에 따라 겹겹히 쌓여가는 독특함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4월부터 약 한 달에 걸쳐 산 아래 계곡에서 계곡으로, 능선에서 능선으로 산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분홍빛 행렬은 누가 뭐래도 천하일품이다.
벚꽃을 품은 요시노산 계곡,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우뚝솟은 34미터 높이의 긴푸센지 자오도와 마을전경 ,카미센본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 김재일
나라현에 위치한 요시노산은 봄엔 일본 최고의 벚꽃, 여름엔 시원한 짙은녹음과 수국꽃, 가을엔 붉게 물든 단풍, 겨울엔 하얀 설경으로 사시사철 눈을 즐겁게 하지만, 그중 으뜸은 단연 봄이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을 지나 조금만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3만 그루나 된다는 어마어마한 벚꽃나무와 짙은 운해가 어우러져 만든 세상.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풍경에 한순간 강한 충격에 빠졌다. 어릴적 동화속에서 본 백발에 긴 흰수염 기르고 지팡이 짚은 산신령이 구름위로 나올 것만 같은 신비한 세계였다. 무릉도원이 이런 걸까?

두 번 찾아간 기행문을 옮겨볼까 한다. 첫째날 이른 새벽 긴테쯔기차를 타고 우리에게 익숙한 아스카(飛鳥 6세기후반부터 8세기초까지 일본 고대문화 발상지) 지역을 지나 요시노역(해발 207m)에 도착하니 산악지방이라 날씨변동이 심했고, 일기예보와 달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산행은 비록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사진촬영엔 이런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


역에서 산 위로 올라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센본구치역(千本口駅)에서 로프웨이(Ropeway, 케이블카)를 타고 요시노산역까지 바로 갈 수 있고, 두번째는 요시노역 앞에서 버스 타고 중간위치인 나카센본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 마지막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데 로프웨이 도착하는 곳까지 걸어서 대략 20~30분 걸린다. 가능하면 이른 아침시간대에 자연이 빛어낸 환상적인 녹색과 연분홍색을 사진에 담고 싶어서 버스를 타고 바로 나카센본까지 올라갔고, 반대로 내려올 때는 천천히 걸어서 절과 신사를 보기로 했다.

녹색과 분홍빛 대비는 환상적이면서, 안개와 함께 아주 몽환적인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한순간의 꿈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고, 도저히 이 세상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는 아름다움이 서려있었다. 예로부터 많은 시인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 이 지역은 일본인에게 일종의 파라다이스이다. 지금은 해마다 일본 전국뿐만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있다. 이날 만난 외국인을 대충 헤아려봐도 중국, 대만, 미국, 독일, 프랑스, 누벨칼레도니아 등등 많았다.

'신앙의 증표'로 심은 벚꽃나무들이 울창한 삼림으로

벚꽃나무가 이렇게 많게 된 이유는 벚꽃이 긴푸센지(金峯山寺) 자오도(藏王堂)의 본존인 자오곤겐(藏王權現)의 신목(神木)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며, 약 1300년 전부터 산을 방문한 이가 신앙의 증표로서 나무를 심은 것에서 비롯됬다고 전해진다. 울창한 삼림으로 덮인 경관은 옛날 일본 문명의 중심지가 나라(奈良)와 교토(京都)였던 시절 극락정토를 의미하는 정남쪽에 위치하여 신화속의 신들이 사는 신성한 장소로 신성시 되어 왔다.

요시노산이 속한 일본 긴키자방(近畿地方)의 오사카 남쪽 태평양을 향해 돌출한 기이반도는 나라현, 와카야마현, 미에현 3개 현에 걸쳐있다. 거칠고 험한 해발 1000m 이상의 산이 즐비한 기이산지(紀伊山地)와 요시노산, 쿠마노산잔(熊野三山)일대 해안가와 계곡은 1936년 일본정부에 의해 '요시노쿠마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기이산지의 영지와 참배길"(紀伊山地の霊場と参詣道)이라는 이름으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현재 순례길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와 일본의 이곳이 유일하다.

지금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참배길 일부지역은 여자는 오를 수 없는 일본에서 마지막 남은 금녀구역이 현재까지 존재하는데 ,이는 천 년 이상 내려온 전통이라고 한다.
'아이를 돌보는 신'이라 불리는 요시노미쿠마리진자(吉野水分神社). ⓒ 김재일
나카센본에서 카미센본으로 올라가다 인적이 드문 사잇길로 살짝가면, 긴푸센지(金峯山寺) 자오도(藏王堂)와 함께 멋지게 어우러진 계곡에 핀 헤아릴 수 없는 벚꽃의 파노라마를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올라가던 중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나야구라(花矢倉) 전망대에서 사진을 더 멋있게 찍을 수 있게 몇 계단 높은 사다리를 준비해 놓고 돈을 받는 곳이 있었다. 거기서 좀 더 올라가면 카미센본인데 해발 596m에 위치한 요시노미쿠마리진자(吉野水分神社)는 헤이안시대(794년~1185년) 중반부터 '아이를 돌보는 신'이라 불리웠으며, 우리 역사와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이곳을 방문하여 아들을 가졌다고 전해지고,현재의 신전은 아들인 히데요리에 의해 건축되었다.

한눈에 벚나무 천 그루를 볼 수 있는 요시미즈진자
요시미즈진자에서 바라본 전경. ⓒ 김재일
요시노 토산품으로 손수 만든 떡, 말랑말랑해서 맛있고 부드럽다. 자연환경이 좋아서인지 아주 건강하시다. ⓒ 김재일
오쿠센본에 가까워질수록 몇 미터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점점 더 안개가 짙어지면서 인적도 드물었다. 글자 그대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인데, 화려한 벚꽃나무 다음으로 놀란 건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스기(杉, 삼나무)와 히노끼(檜, 편백나무)들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이었다.

연강수량이 한국보다 많고, 게다가 청정지역인 요시노산의 요시노 히노끼와 스기 원목은 결이 곱고 단단하며 피톤치드 함량이 많아 일본에서도 최고급 목재 중 하나로 친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내려오는 길에, 올해 72세 되시는 할머니께서 운영하는 작은 가게에 들러 손수 만드신 떡이랑 맛차(抹茶)로 허기를 달랬다. 주위를 둘러보니 삼삼오오 빨간천위에 앉아 벚꽃을 감상하며 점심을 먹는 이들이 보인다.

자오도로 내려가기 전에 만나는 요시미즈진자(吉水神社)는 1300년 전 원래 요시미즈인이라는 명칭의 슈겐도(修驗道)의 승방(스님들의 거처)으로 세워졌으나 메이지시대 신불분리 정책으로 요시미즈진자로 개명되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꽃구경의 숙소로 이용했던 일화도 있으며 14세기 고다이고왕이 정치분쟁 와중에 교토에서 도망나와 임시 거처로 사용한 곳이기도 하다. 한 번에 천 그루 벚꽃을 볼 수있는 전망 또한 훌륭하다.
긴푸센지 자오도의 웅장한 모습. ⓒ 김재일
긴푸센지 자오도. 줄지어 참배하는 사람들. 기둥이 1미터에 육박한다. ⓒ 김재일
요시노산의 상징이며 슈겐도의 발상지이며 총본산인 자오도를 향해 걷다보면 길 양편으로 기념품 파는 가게, 다양한 먹거리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기다리고 있다. 슈겐도(修驗道)는 깊은 산속에서 고행속에 깨달음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본 고유의 산악신앙과 불교가 결합되고 거기에 토속신앙이 가미되어 탄생된 일본의 독자적인 신앙이다.

해발 365m에 위치한 높이가 무려 34미터인 거대한 목조건물인 긴푸센지(금봉산사)의 본당인 자오도. 일본 최대인 나라의 동대사(東大寺) 대불전에 이은 두 번째로 큰 목조건물이다. 기둥은 현지의 삼나무(스기, 杉)가 사용되었는데 직경은 1m에 육박한다. 거대한 지붕은 노송나무껍질을 엮어서 덮어놓은 구조로 1300여 년 전 아스카(飛鳥) 시대 후기 전설적인 수행승 '엔노교자'(役行者)가 슈겐도의 수행장으로 처음 세운 본당은 이후 화재로 인한 손실과 중수를 거듭하였다. 현존하는 건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에 준공된 것으로 요시노산의 다양한 역사적 무대로도 유명하다.

요시노 명물인 담백하고 맛있는 아유꼬치구이
벚꽃을 감상하며 점심먹는 관광객. 요시노 명물인 아유(은어) 소금구이, 봄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 담백하고 맛있다. ⓒ 김재일
인왕문을 지나 도다이지(東大寺, 동대사) 대불을 주조할 때 남은 동으로 만들었다는 설이 전해지는 가네노 도리이(銅の鳥居)를 통과하면, 글자 그대로 구로몬(黑門, 흑문)을 만나는데, 요시노산의 총문이기도 하여 귀족영주도 여기서부터는 창을 거두고, 말에서 내려 통과했다고 전해진다.

좀 더 내려가면 작은 주황색 다리를 건너기 전에 요시노강에서 잡은 명물인 아유(鮎)(あゆ, 銀魚 은어)구이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 꼭 한번 맛보시길. 바로 앞에서 구워주기 때문에 쫄깃하고 담백해서 맛있다. 손에 들고 뜯어먹는 맛이 쏠쏠하다. 간판에 한국어로 소금구이 500엔이라고 적혀있다. 맑은 물에 서식하며 최고급으로 치는 민물고기 중 하나이며, 초식성이라 내장까지 맛있게 전부 먹을 수 있다.

스님으로부터 들은 아유에 관한 전설이 있다. 요시노산 벚꽃나무에서 떨어진 분홍빛 꽃잎이 요시노강에 이르면, 아유들이 꽃잎을 먹고 자라서 향기가 난다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며 내려오다보면 처음 도착한 요시노역이 보인다. ​​덧없이 흩날리는 꽃잎에 잡념도 함께 바람에 실려보내 머리가 맑아지고, ​꽃구경도 하면서 삼림욕도 하니 일석삼조였다.

이국적인 자오도 벚꽃공양의식
벚꽃 공양의식 행렬, 산의 요괴와 승려... 그리고 특이한 복장을 하고, 소라고동 나팔을 불면서 행렬하는 야마부시. ⓒ 김재일
​두 번째로 찾아간 요시노산 벚꽃은 또 다른 색깔로 나를 반겼다. 날씨 좋은 휴일에 벚꽃이 절정인데다 마침 자오도 본존불인 자오곤겐에게 벚꽃의 개화를 알림과 동시에 인간의 죄를 참회하는 자오도 벚꽃공양의식이 있어 요시노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竹林院(찌쿠린인, 죽림원)부터 자오도까지 소라고동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행렬을 하는데, 산의 요괴인 적귀, 녹귀, 흑귀와 승려, 어린아이, 복장이 좀 특별한 야먀부시(山伏, 산에 올라가 수행하는 슈겐도의 수도자), 깃발을 들고가면서 이국적인 춤을 추는 사람들과 수많은 관람객들을 보는 것도 요시노산 벚꽃을 보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여행 준비하시는 분은 4월10일~17일 사이가 벚꽃 절정시기로 예상되고, 워낙 유명하다보니 가능하면 이른 아침에 도착하는 게 좋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요시노는 벚꽃뿐 아니라 온천도 유명하니 여관에 하루 묵으면서 밤과 아침에 벚꽃을 감상해보시길 추천한다.
요시노산까지 교통정보
- 오사카출발 : 긴테쯔 미나미오사카선 '오사카아베노바시'역에서 요시노역까지 직통(특급 : 약 1시간 15분, 급행 : 약 1시간 35분)

- 교토출발: 긴테쯔 교토선으로 '가시하라진구마에'역까지 가서 그곳에서 요시노선으로 갈아타고 요시노역으로. (모두 특급 이용시 약 1시간 40분, 모두 급행 이용시 약 2시간 10분)

- 요시노산 관광협회 공식사이트 http://www.yoshinoyama-sakura.jp/

덧붙이는 글 | 더 많은 요시노 벚꽃 관련 사진은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soleilkim

태그:#요시노야마, #요시노산, #요시노 벚꽃, #벚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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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사진가. 프랑스 파리,일본 간사이 나라현에 살면서 기록한 사진에세이.더 많은 사진은 블로그 blog.naver.com/jlkimphoto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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