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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연 한국여성편집인클럽 회장
 박수연 한국여성편집인클럽 회장
ⓒ 신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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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기 전에 모임에 대한 자료를 좀 부탁했다. '간단한 연혁'이라고 하여 건네받은 문서는 A4용지 네 쪽. 1989년 창립됐으니, 정말 '간단하게' 역대 집행부 이름과 주요 활동들만 몇 줄씩 담았는데도 그만큼이 됐다. 27년간 여성 편집인들의 든든한 '빽'이 돼준 모임, 한국여성편집인클럽(여편클) 말이다.

3월 29일 서울 동교동 경문사 사옥에서 박수연 한국여성편집인클럽 회장을 만났다. 그녀는 경문사의 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1994년에 출판계에 입문한 23년차 베테랑 출판 편집인. 박수연 회장은 "햇수만 보면 뭔가 대단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창피해요"라고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단행본 교양서 출판사에서 일하다 2003년 수학 전공서적 전문 출판사인 경문사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박수연 회장은 2001년 여편클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지난해 1월 26대 회장이 된 뒤 올해까지 연임하고 있다. 1989년 창립 당시 네 명이던 여편클 회원은 현재 50명까지 늘어났다. 모임의 기본은 세미나. '출판, 여편클 그리고 나의 혁신', '스마트 에디터(Smart Editor)' 등을 주제로 열리는 연중 세미나와 '코틀러의 마케팅원리' 등 다양한 기획강좌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에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한-일 편집자 교류 세미나를 열기도 했고, 2001년에는 편집인대회를 공동개최하기도 했다.

박수연 회장은 여편클이 '기 센 언니들이 모여서 공부만 하는 곳'으로만 알려져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여편클을 "내가 편집자로 일하는 이유"라고까지 표현했다. 창립 30주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여편클의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회원들에게 문을 여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선배들의 열정 듣고 배우는 게 좋은 자극 됐다"

 박수연 한국여성편집인클럽 회장
 박수연 한국여성편집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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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편집인클럽 소개부터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27년 전 당시에는 편집장이 여성인 경우가 별로 없었고 사장도 남자고 주간도 남자가 많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여성 편집자들 소수가 스터디 모임으로 (여편클을) 시작했어요. 편집자로서 놓치지 말아야 할 최신 이론 같은 것들을 공부하자는 취지로 모였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정보 교환의 목적도 있고요. 지금이야 정보도 많고 외부 교육 기회도 많지만, 당시에는 거의 없었잖아요. 지금도 정기모임에서 이슈를 공유하고 토론도 하고 강사를 초빙해서 강연도 듣고, 스터디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 공부 말고 '어울림'을 위한 활동들은 없나요?(웃음)
"1년에 한 번 MT도 가고 영화도 보러 가고 공연도 보러 가요. 올해도 4월에 MT를 가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하고 나면 꼭 뒤풀이를 하고요.(웃음) 그리고 저는 꼭 여기서 무슨 지식이 오고가는 것보다는, 저 선배가 어떻게 살고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책을 내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이 모임이 편집자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기준점도 되고요. 그런 점에서 여편클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스터디를 하고 싶으면 친구들끼리 하면 돼요. 하지만 똑같은 공부를 하더라도 목적과 대의가 있는 데서 하면 흐트러지지 않으니까 더 오래갈 수가 있죠."

- 회원들은 대개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지금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많게 보면 50명, 적게 잡아도 30명은 돼요. 연령대는 40대 중후반이 주축이고요. 저희 모임 정관에 회원 가입 자격을 '경력 5년 이상 편집자'로 정해놨어요. 그 때문에 아무래도 회원들의 경력도 오래되고 연령대도 높죠. 그 규정을 정할 당시에는 각 편집 책임자 급으로 회원 자격을 정해서 눈높이를 좀 맞추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정기모임에서 기획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신입 편집자랑 10년차 이상 편집자들은 눈높이가 다르잖아요. 하지만 이제 그 자격 규정을 좀 낮춰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초대 멤버인 1대 선배님들이 아직도 출판 현역에 계시고 27년째 저희 활동도 하고 계세요. 초대 멤버들이 그렇게 활동을 해주시니까 아직도 모임의 성격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회원들이 다 욕심들이 많아요. 작년에는 저희가 외부 강사한테 의뢰해서 마케팅 강좌까지 개설했어요. 항상 그렇게 뭔가를 더 알고자 하는 욕심이 많아요."

- 개인적으로 한국여성편집인클럽은 어떤 계기로 가입하게 되셨나요?
"2001년에 당시 오연조 회장님이랑 같은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이런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볼래?' 하셔서 가게 됐죠. 언제 모여도 대화가 끝이질 않았어요. 왜 친구들을 만나도 가끔 어색할 때가 있잖아요.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니까 얘깃거리가 막 넘쳐나요. 저는 그게 정말 좋더라고요."

-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회장으로 두 번째 임기를 보내고 계십니다. 좀 부담스러운 자리일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마음먹게 되셨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일단 여성편집인클럽을 정말 좋아하고요, 모임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선배들의 열정을 듣고 배우는 게 정말 좋은 자극이 됐어요. 모임에 나와서 공부하고, 실제로 일을 할 때 이렇게 저렇게 적용해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만큼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최소한 이런 식으로라도 갚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요. 이렇게 역할을 맡으면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잖아요.

그런 제 욕심으로 하는 거지,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좋아서 이 모임에 나오고 있고, 이분들(회원들)을 보는 게 즐거워요. 아마 모두 그러실 거예요. 전임 회장님들도 그런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거쳐가신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이 모이다 보니까 한편으로는 '우리끼리만 논다'는 식으로 폐쇄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그건 정말 아닌데, 그런 인식을 깨트리도록 운영을 하고 싶어요."

 한국여성편집인클럽 세미나 모습
 한국여성편집인클럽 세미나 모습
ⓒ 박수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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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로서 초심 잃지 않고 지탱하게 해주는 기준점"

- 그런 점에서 가장 주력하고 계신 사업은 어떤 건가요?
"올해부터는 '한국여성편집인클럽이 선정한 올해의 책' 시상을 한번 하자고 이야기가 나왔어요. 일단은 소속 회원들이 일하는 출판사의 책들부터 대상으로 해서요. 회원들 출판사만 해도 수가 꽤 되거든요. 내가 만든 책이 인정받는다는 건 자신이 인정받는 거잖아요. 모든 출판사의 책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저희가 아직 대외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내부적으로 시작하고 차차 갖춰 나가려고 해요. 그리고 신입회원 가입 자격 연차를(현재 5년차) 낮춰서 들어오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모임으로 문을 열어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한국여성편집인클럽이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2000년대 초반까지 회원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그 이후로 젊은 회원들이 유입이 안 되면서 회원들 간에 연령대가 벌어진 거예요. 그게 좀 고민이에요. 어떻게 하면 신입회원들을 많이 가입시켜서 지속적으로 이 모임을 끌고 갈 것인가. 그래서 이제 모임의 진입장벽을 좀 낮추고 변화를 모색하려고 고민하고 있어요. 온라인 공간도 그동안 다음 카페만 썼는데 요즘은 페이스북에도 공간을 만들고 카카오톡도 쓰고, 많이 바꿨죠."

- 여성 편집인으로서 우리 출판계의 '오늘'을 보자면, 어떻게 평가하실 수 있겠습니까?
"지금 하향이나 침체라고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출판사 하나가 기획을 잘하고 뭐 그런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그건 각론인 것 같아요.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출판 단체들이 모여서 출판계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게 필요할 텐데, 사실 한다고는 했지만 별로 많지 않았죠.

의식성은 높은데 대개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모습들이 이 산업을 위축시켜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하다못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도 출판계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 빨리 베스트셀러 만들어서 매출 올리는 데 급급해서 스스로 권리를 못 찾은 거죠.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래요."

- 개인적으로 한국여성편집인클럽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가 편집자로 일하는 이유'. 모임 끝나고 뒤풀이에서 '저 오늘 집에 가기 싫어요' 하면 '수연이가 그래? 그럼 우리가 같이 있어줘야지'라고들 하세요.(웃음) 그리고 고민 있다고 하면 바로 '그래? 그럼 모이자' 하고 받아주시는 선배들이 있죠. 여편클이 그런 '비빌 언덕' 같은 곳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그동안 너무 공부만 하는 모임으로 보였나 봐요."

- 마지막으로 여성 편집인들에게 '유혹'의 한마디 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여성 편집자로 살아가는 데 든든한 '빽'이죠, 저희 모임은. 회사에서 겪은 어려운 문제, 출판이 아닌 다른 문제들까지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또 같이 힘을 모아서 해결할 수도 있는 곳이거든요. 인생 선배도 많고, 같은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어요? 친정 오빠 아니면 친정아버지 같은 역할?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모임이에요. 기 센 언니들만 있는 거 아니냐고 걱정들을 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웃음)"

 박수연 한국여성편집인클럽 회장
 박수연 한국여성편집인클럽 회장
ⓒ 신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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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DB>(www.bookdb.co.kr)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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