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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후보 페이스북.
 표창원 후보 페이스북.
ⓒ 표창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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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난다. '기획'과 '작전'의 냄새가.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김용민 막말' 논란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새누리당이 또 한 번 '기획 작품'을 내놓은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김용민 막말'이 출처가 불분명한 유튜브 동영상으로부터 촉발됐다면, 이번에 다른 점은 초반부터 보수단체와 보수언론, 새누리당이 적극 결합했다는 점이리라.

경기 용인정에 출마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후보의 '포르노 합법화' 발언 논란 말이다. 6일 새누리당의 사퇴 촉구와 7일 표 후보의 SNS 사과로 이어진 과정에서 그런 작전의 기운이 엿보인다. 핵심만 간추려 보자. 발단은 이랬다.

지난 5일 오후 <뉴데일리>는 동성애 반대자에 거침없던 표창원… 선거철 맞아 '곤혹'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기독교수연합, 전국학부모·교사연대, 전국유권자연맹 등 4개 대표단체와 73개 참여단체가 지난 4일 내놓은 '레이디 가가 공연과 동성애·포르노 합법화 관련 표창원 박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인용보도 한 것이다.

무려 4년 전인 2012년 4월, 표창원 당시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와 블로그를 통해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을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 단체를 비판한 바 있다.

"[레이디 가가와 성소수자] 21세기 대한민국, 기독교 종주국도 아닌, 단 한번도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한 적도 없는, 오히려 국가인권위원회법이란 국법에서 성소수자 차별 금지하는 나라에서 동성애 차별, 공격 웬말? 한국 기독교는 법 위에 군림?"

표창원 후보는 이에 대해 지난 4일 오후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를 차별과 혐오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활동 중에 교회나 성도들의 명예나 신심을 손상하게 한 언행이 있었다면 반성하고 회개한다"며 "더 신중하고 더 지혜롭게 언행하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뉴데일리>가 어떤 매체인가. 박근혜 정권이 낳은 희대의 대변인, 윤창중씨가 칼럼을 기고하며 활약했던 그 매체가 아니던가. 7일까지 이어진 논란은 새누리당이 발을 들여놓으면서 본격적으로 개시된다.

'<뉴데일리> 받아쓰기' 넘어선 프레임 전환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회(아래 여성위) 소속 의원들은 <뉴데일리> 기사가 나간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6일 오전, "대한민국 여성 우롱하는 표창원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 그런데 여기서 프레임이 살짝 전환된다. 아니 좀 더 깊숙해진다. <뉴데일리> 기자가 놓쳤던 바로 그 지점. "'김용민 막말'을 연상시켜라"는 미션이 추가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기 용인시정 표창원 후보는 특정 종교 비하 발언에 이어 지난 3월 16일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포르노를 합법화하는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찬성한다고 하였다."

여성위의 성명서 도입부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과 <뉴데일리>가 초점을 맞췄던 '동성애' 이슈에 대해 표 후보가 즉각 사과하자, 이번엔 '포르노 합법화'로 타깃을 단일화한 것이다. 마침 <딴지일보>와의 인터뷰도 버젓이 게재돼 있으니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전날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안형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종교계에 따르면 표 후보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 성직자들에 대해 상식적으로는 쓸 수 없는 표현을 써가며 이상한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자, 이제 보수 언론이 참전할 차례다. 선봉장인 <조선일보>는 여기에 '김용민 막말'을 연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7일자 표창원 "포르노 합법화에 찬성"… '동성애 반대'한 목사를 나치 비유 기사를 보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경기 용인정·사진) 후보가 과거 동성애를 옹호하는 가수의 공연에 반대한 기독교인을 비판하고, '포르노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표 후보의 '포르노 합법화' 발언은 지난달 16일 '딴지일보' 인터뷰에서 나왔다. 딴지일보는 팟캐스트 '나꼼수(나는 꼼수다)'로 유명한 김어준씨가 운영하고 있다."

도대체 헤드라인 바로 아래, 기사 도입부에 "딴지일보는 팟캐스트 '나꼼수(나는 꼼수다)'로 유명한 김어준씨가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나는 꼼수다>를 기억하는 <조선일보> 독자들을 위한 주석에 가까워 보일 지경이다.

<조선일보>는 친절하게도 기사 하단에 "[인물 정보] '문재인 키즈' 표창원 후보는 누구?"라며 표창원 후보가 문재인 전 대표 영입인사라는 점을 부각한다. 대단한 편집능력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는 친절하게도 기사 하단에 "[인물 정보] '문재인 키즈' 표창원 후보는 누구?"라며 표창원 후보가 문재인 전 대표 영입인사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대단한 편집능력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는 친절하게도 기사 하단에 "[인물 정보] '문재인 키즈' 표창원 후보는 누구?"라며 표창원 후보가 문재인 전 대표 영입인사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대단한 편집능력이 아닐 수 없다.
ⓒ 조선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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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꼼수, 치졸하다

"'포르노 합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겉으로는 엄숙주의, 뒤로는 성문란이라는 우리 사회의 가식적이고 이중적인 성 문화의 문제를 지적하고, 청소년층에 무분별하게 공급되는 음란물 문제를 차단해 부모님의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전제, 그리고 종교계 등 반대하는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이라는 조건을 붙여서 포르노 합법화를 할 수 있다는 답을 했습니다. 아울러, 관련 종사자의 인권 보호장치의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추가 조건도 덧붙였고요."

표 후보는 논란과 공격이 계속된 7일 오후, SNS에 '소위 포르노 합법화 논란 관련'이란 제목의 글로 사과와 해명에 나섰다. 그는 "결코, 포르노 합법화를 하자는 '주장'이 아니었습니다"라면서도 "포르노 합법화라는 말 자체로 우려와 불안을 느끼셨을 부모님들과 종교인들께는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적었다.

'포르노 합법화' 관련 <딴지일보> 인터뷰
국정원 댓글 사건을 계기로 경찰대 교수직을 던지고 대중 앞에 서면서 던졌던 셀프사상검증에 의하면 표창원은 '보수'다. 먼저 표창원의 '보수성'에 대해 노크하고 싶었다.

마사오(이하 마): 포르노 합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표창원(이하 표): 어... 단도직입적으로 찬성이구요.

(중략)

표: 음... 그 가장 큰 이유는 소라넷이라든지, 잘 아시잖아요.

마: (화들짝 놀라며) 저... 전혀 모르는데요?!

표: 너무 성에 대한 일탈과 왜곡된 인식 그리고 침략적, 폭력적, 일방적 이런 성이 마치 남성들에게 쾌락을 주는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오용되는 것들이 많구요. 그런 것들이 대부분 성의 음성화, 성에 대한 이중적 접근, 이런 것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해요. 다만 찬성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여전히 우려도 있죠, 당연히. 학부모님들 중심으로 합법화 자체가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음란물에 대한 무방비적인 노출로 이어질 것이 아닌가라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담론이 형성되면서...

마: 규제 체계라든지...

표: 예. 규제 체계가 마련되고 충분히, 특히 포르노물에 출연하는 분들의 인권, 동의, 문화, 이런 부분들이 동반이 되어야만 가능한 거라서 논의 출발부터 해야 될 것 같아요.

인터뷰 전문 보기

이쯤 되면, 논란은 종식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럴 리가. <조선일보>의 선공에 맞춰 각종 보수·경제 매체들이 '포르노 합법화' 논란을 확대 재생산 중이다. 얼마나 섹시한 헤드라인인가. 표 후보가 <딴지일보>와 나눈 인터뷰 내용의 전체 맥락은 거세시킨 뒤 '막말'이나 '여혐' 이슈로 몰아가기 얼마나 편리한가 말이다.

그러나 표 후보의 '포르노 합법화' 논란은 19대 총선의 '김용민 막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방송에서 정리가 안 된 언어로 떠든 막말 수준도 아니요, 버젓이 논리와 맥락이 존재하는 인터뷰다. 여기서 더욱 논란이 가열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수준이다.

사실 출발 자체도 지엽적이고 반인권적이었다. 출발이 된 <뉴데일리>가 밝힌 대로,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라는 단체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후보자 19명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벌이는 중이라고 한다. 표 후보는 그중 하나다. 

이는 성소수자 단체인 '레인보우 보트'가 지난 3월 진행한 '레인보우 유권자 선언'과 성소수자 혐오 예비후보 투표 등의 반대급부이다. 이 정도 사안으로 '후보 사퇴'를 운운한 새누리당 여성위는 소수자의 인권을 고려하는 것에 있어 그 수준을 의심케 한다.

나쁜 버릇은 쉬이 고치기 힘든 법이다. 19대 총선에서 '김용민 막말'로 재미를 본 새누리당.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기 전에 못된 버릇을 고치시길. 심지어 <뉴데일리>나 보수 기독교단체의 힘을 빌리는 건 과반수 여당으로서 할 짓이 아니지 않나. 아니, 일간베스트와도 연합하는 새누리당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꼼수'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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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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