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 여성감독 클레르 드니 회고전이 개최된다.

프랑스의 대표 여성감독 클레르 드니 회고전이 개최된다. ⓒ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감독이자 동시대 가장 중요한 시네아스트(cineaste)인 클레르 드니의 영화들을 조명하는 회고전이 개최된다.

4월 12일(화)부터 5월 8일(일)까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마련되는 클레르 드니 회고전은 데뷔작 <초콜릿>부터 2013년 작 <돌이킬 수 없는>까지 16편의 영화들을 망라하며 20여 년간 구축해온 드니의 영화세계를 조명할 기회다.

서아프리카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민족, 언어의 충돌과 주류 바깥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삶에 관심을 보였던 드니의 영화들을 규정하는 중요한 특징은 전복과 틈이다.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에 맞서며 붕괴한 틈 사이로 신음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선 땅 위의 풍경을 관조하는 드니의 시선은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영화언어다. 또한 그는 집요한 영화적 관찰과 사유를 끌어내며 관객들에게 낯선 충격을 선사했다.

 이번 클레르 드니의 회고전에서 상영될 영화 <백인의 것>의 한 장면.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았다.

이번 클레르 드니의 회고전에서 상영될 영화 <백인의 것>의 한 장면.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았다. ⓒ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초콜릿>부터 기울인 서로 다른 배경의 삶,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과 경계 위의 이방인에 관한 관심은 이후 더욱 집요하고 묵직한 목소리로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한다.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탈식민주의 테마 위에서 이주민과 주변인의 삶은 다양하게 변주된다. 개인과 사회의 욕망을 바라보고,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젠더의 감성을 질문하는 녹록치 않은 대가의 솜씨는 관객들로 하여금 어둡고 불편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 공존하는 매혹의 지점으로 이끈다.

또한 카메라의 윤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드니의 영화는 페미니즘 텍스트에서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위선이 개입되지 않은 섹슈얼리티의 풍경과 타협하지 않는 여성들, 내면의 풍경에 밀착해 인물의 상처를 응시하는 드니의 시선은 부조리한 삶에서 대담하고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인물을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한다.

클레르 드니 회고전에서 상영될 영화 16편은 이처럼 기존 영화 관습에서 벗어나 낯선 풍경과 이미지를 선사하고 장르를 비트는 다채로운 작품들로 빼곡하다. < 35 럼 샷 > <네네트와 보니> <백인의 것> 등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과 사회의 시스템을 다룬 영화, 남성 군인들의 영혼과 육체에 관한 사유를 담은 <좋은 직업>, 고통스러운 욕망의 이미지로 채운 <트러블 에브리 데이>와 내밀한 욕망의 풍경을 몽환적으로 그린 <금요일 밤> 등 다양한 장르와 이미지의 파격을 선사하는 영화들이 상영된다. 이번 회고전은 클레르 드니의 영화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될 것이다.

클레르 드니가 내한해 자신의 영화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마스터클래스와 대담'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지난 2005년 진행된 특별전에서 빠진 영화들까지 모두 포함된 이번 자리는 드니의 영화가 구축한 독보적인 세계를 경험할 시간이 될 것이다.

 클레어 드니 감독은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에 맞서는 영화를 선보인 바 있다.

클레어 드니 감독은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에 맞서는 영화를 선보인 바 있다. ⓒ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클레르 드니 서울아트시네마 여성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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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영화와 영화제에 관해 주로 씁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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