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19 14:26최종 업데이트 16.04.19 14:26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그래픽]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지난 2012년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577만3128표(51.6%)를 얻어 1469만2632표(48.0%)에 그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제치고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근혜 후보는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자 '과반의 지지를 얻은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얻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후보단일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108만496표'라는 예상 밖의 큰 표차이로 패배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원인을 둘러싸고 후보단일화 이후 안철수 후보의 소극적인 선거운동, 문 후보가 가진 표 확장력의 한계 등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런데 19대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사용내역(2012년-2014년)을 분석해본 결과 문 후보가 패배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주는 실마리가 잡혔다. 그 실마리를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야당 의원들은 열심히 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야당 의원들에게는 '집권'이 여당 의원들보다 절실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의도 정가를 떠도는 '야당 의원들은 집권보다 재선에만 관심있다'는 얘기가 어느 정도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결과여서 흥미롭다.  



여당은 언론관리 3.7배, 야당은 정책 7.1배 더 많이 지출 

<오마이뉴스>는 59개 지출항목 가운데 경상비 성격의 인건비, 사무실 유지비, 렌터카 비용 등을 제외하고 22개 항목을 뽑은 뒤 대선 30일 전인 2012년 11월 19일부터 대선일인 2012년 12월 19일까지 나타난 22개 항목의 지출내역을 살펴봤다. 22개 항목에는 ▲ 교통-철도 ▲ 철도-항공 ▲ 홍보-문자 ▲ 홍보-현수막 ▲ 후원-일반당비 ▲ 후원-직책당비 ▲ 후원-특별당비 ▲ 정책-비용 ▲ 정치-여론조사와 컨설팅 ▲ 언론-기자식대 등이 포함돼 있다.

먼저 대선 직전 31일 동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당시는 민주통합당)이 22개 항목에서 지출한 정치자금은 각각 7억646만(17억3120만 원)여 원과 약 4억 원(12억5736만 원)이었다(괄호 안 수치는 같은 기간 59개 항목에서 지출한 정치자금 액수).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3억여 원을 더 많이 지출한 것이다. 

외부인사들과 만나 차를 마시거나 식사하는 데 들어간 간담회-다과와 식대에서도 새누리당의 지출 액수가 훨씬 많았다. 새누리당은 간담회-다과와 식대에 9683만 원을 쓴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6594만여 원에 그쳤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여론전이기 때문에 언론관리가 상당히 중요하다. 각 정당들은 간담회, 차담회, 오찬과 만찬 등을 통해 기자들과 접촉하면서 언론사 취재동향을 수집하고 이를 참고해 언론대응책을 세우기도 한다. 

새누리당은 약 2867만 원을 언론-기자다과와 식대에 지출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약 782만 원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약 3.7배나 더 많이 지출한 것이다. 그만큼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언론관리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정책-비용 지출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보다 훨씬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약 957만 원을 지출한 반면, 새누리당은 134만여 원에 그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보다 7.1배나 많은 정치자금을 정책부분에 지출한 것이다. 

선거운동이 '이동'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교통비와 주유비 지출도 중요하다. 교통비(버스-철도-항공)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2805만여 원을 써서 2027만여 원을 지출한 새누리당보다 조금 많았다. 차량-주유 비용에서는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많은 지출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1억1384만여 원을 썼고, 새정치민주연합은 7749만여 원에 그쳤다.

사무실-다과와 식대 지출에서는 양당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새누리당은 1736만여 원을, 새정치민주연합은 1628만 원을 사무실-다과와 식대에 썼다. 다만 사무실-인테리어 비용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1110만 원)이 새누리당(871만여 원)을 앞질렀다.



특별당비 '1억3654만 원 대 1350만 원'의 의미 

선거결과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는 '홍보'와 '자금'이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새누리당은 홍보와 자금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앞질렀다.

새누리당은 문자, 현수막 등 홍보비에 약 1억864만 원을 썼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약 8169만 원에 그쳤다. 홍보-문자에서는 '5304만 원 대 5085만 원'으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홍보-현수막에서는 새누리당(3119만 원)이 새정치민주연합(2319만 원)보다 더 많이 지출했다.

새누리당의 '대선 현수막' 제작비용은 2012년 4월-6월(2/4분기)와 2012년 7월-9월(3/4분기)에 3000만 원 미만이었다가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2012년 10월-12월(4/4분기) 약 1억3244만 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대거 '대선 투표 독려 현수막'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수막 제작비용은 3000만 원 미만에서 약 8093만 원으로 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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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의 차이는 후원-당비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대통령과 장관, 당 대표, 국회의원이 내는 직책당비 납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5050만 원)이 새누리당(560만 원)을 압도했다. 하지만 일반당비와 특별당비 납부에서는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크게 앞질렀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황우여 의원 등이 나서서 1인당 수천만 원씩의 당비를 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거둔 일반당비는 1억3910만 원이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2875만 원에 그쳤다.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4.8배나 많이 모금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직책당비를 꾸준히 많이 냈지만, 대선 직전에는 당비 증가(당비 총액 : 3/4분기 2억5806만 원→4/4분기 2억4625만 원)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대선이 끝난 직후에서야 당비를 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비율이 80%를 넘었다. 지난 2012년 12월에 납부한 당비 96건 1억여 원 가운데 81건 7725만 원(72명)은 대선이 끝난 직후인 12월 20일에 당에 입금됐다. 

총선이나 대선 등 특별한 시기에 내는 당비가 특별당비다. 특별당비는 당내에서 선거자금을 동원하는 중요한 통로 가운데 하나다. 특별당비 납부에서도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도했다. 새누리당은 약 1억3654만 원의 특별당비를 거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1350만 원으로 초라했다.

새누리당의 특별당비는 2/4분기부터 4/4분기까지 1억8000만 원대에서 약 3억 원을 유지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특별당비는 4130만 원(2/4분기), 545만 원(3/4분기), 2150만 원(4/4분기)에 그쳤다.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야당의 특별당비 납부가 저조했던 반면 새누리당은 대선 막바지까지 당내 자금을 집중적으로 동원한 것이다.  

이는 의원 개인별 재산이나 후원금 규모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당비는 의원 개인이 얼마나 당에 충성하는가를 보여주는 척도의 하나라는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당 충성도는 새누리당 의원들에 비해 매우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재인 후보에게 간 후원금은 610만 원에 불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게 후원한 금액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에게 2300만 원을 후원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후보에게 610만 원을 후원하는 데 그쳤다. 의원 1인당 평균 후원금으로 따져보면 새누리당은 15만7534원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5만 원이다.

이러한 큰 차이는 '대선주자 줄서기'가 덜했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당내 의원들조차 문 후보에게 상당히 인색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2012년 문 후보가 대선주자 신분으로 받은 후원금이 1000만 원에 불과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친노(친노무현) 핵심인 홍영표.김용익 의원만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때 문 후보에게 각각 500만 원씩을 후원했을 뿐이다. 의원 신분으로 받은 600만 원(김용익.한명숙 의원)까지 합쳐도 당내 의원들이 그에게 후원한 정치자금은 1600만 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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