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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랜드 우화를 아시나요?

지구 어딘가에 '마우스랜드'가 있다. 생쥐나라의 생쥐들은 선거철만 되면 자신들의 대표자로 항상 검은 고양이를 뽑는다. 검은 고양이는 생쥐들을 위한 정책을 편다고 하면서 생쥐들이 살고 있는 쥐구멍을 넓히거나 네모로 바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생쥐들의 삶은 힘들어진다. 그래서 생쥐들은 다음 선거에선 흰고양이를 선택한다. 그렇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쥐 중 누군가 생쥐들의 대표자는 생쥐가 돼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러나 생쥐들은 자신들은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다면서 여전히 검은고양이나 흰고양이를 뽑는다. 그리고 생쥐를 대표로 뽑는 게 어떠냐고 말한 그 생쥐를 향하여 "혹시...당신은 빨갱이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마우스랜드
▲ 마우스랜드 마우스랜드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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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1962년 캐나다 정치인 토미더글라스가 양당제를 비판 하기 위한 연설에서 했던 유명한 연설을 애니매이션으로 만든 것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생쥐 나라의 고양이들은 선거에서 당선이 돼도 결코 생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 고양이들이 쥐구멍을 넓히고 원형을 네모로 바꾸는 것은 자신들의 먹이인 생쥐를 좀 더 쉽게 잡기 위해서이다.  

자장면도 먹고 짬뽕도 먹고 볶음밥도 먹어야 한다

이 애니매이션을 본 사람들은 생쥐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우리가 그 어리석은 생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선거철이 되면 훌륭한 정치인을 뽑기 위해서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만 맞다. 투표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어떤 투표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삼겹살 오십년 구워 먹었으면 이제 그만 불판을 갈아야죠."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이 오래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대한민국의 양당제를 비판하며 했던 말이다. 지금도 가끔씩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촌철살인이다.

다른 비유를 하나 더 들어보자. 50년간 짜장면과 짬뽕만 먹었으면 질릴 때도 됐다. 우리는 정당이라는 그릇 안에 볶음밥과 탕수육도 담아서 먹어야 한다. 잡채밥도 먹고 쫄면도 먹어야 한다. 그래야 질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우리는 질리지 않았을까? 우리의 혀와 의식이 둔감했던 탓일까? 아닐것이다.

소선거구제의 문제점과, 비례대표제 전국구의 한계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이다. 소선거구제란 1개 지역구에서 1명의 국회의원만 당선되는 제도다. 선거에서 상대 후보가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구조다.

투표율이 높고 후보자에 대한 판단이 쉬워 유권자가 정확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소선거구제의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사표가 발생하기 쉽고 군소정당에 불리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선거에서의 민의가 왜곡된다는 점이다.

이런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제5공화국부터 비례대표제 '전국구'를 도입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 의석수는 300석이다. 지역구로 246석을 선출하고 비례대표로 54석을 선출한다.

각 정당은 전국 득표율의 비율대로 비례대표 54개 의석수를 나눠 갖는다. 이런 방식은 언뜻보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문제가 있다. 현재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으로는 선거에서 제1당이 비례대표 의석의 50%를 가져간다. 

그 이외의 정당들은 득표율 만큼의 의석을 가져가지 못한다. 그만큼 민의가 왜곡된다. 지난 20대 총선 총선 결과를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 국민의당이 38석, 정의당은 6석이다.
  
야당에서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20대 총선 결과에 대입하면 민주당은 123석에서 110석, 새누리당은 122석에서 105석으로 의석 수가 줄어든다. 반면 국민의당은 38석에서 62석으로, 정의당은 6석에서 12석으로 늘어난다.

즉 연동형비례대표제는 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는 불리하고 민주통합당이나, 정의당·민중당같은 군소 정당에 유리한 구조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를 미루고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가 단식을 했던 이유다. 하지만 정당의 유불리를 따질 게 아니라 국가와 정치의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정치권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거구제 개편 방식은 '연동형비례대표제'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선거에서 각 정당의 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배분 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국회 의석수는 대폭 늘어난다.

하지만 국민감정상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 의석은 300석이다.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말 많은 것일까? 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의원 1인당 인구수는 평균 9만9400명이다. 한국은 16만7400명으로 최하위권이다. 영국은 4만5000명당 1명이다. 또한 의원 정수가 늘어나는 만큼 국회의원의 세비를 현재의 의석수 기준 세비 총액에 동결시키면 된다.
 
다스뵈이다 42편에서 정청래 의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표로 설명하고 있다.
▲ 연동형비례대표제 다스뵈이다 42편에서 정청래 의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표로 설명하고 있다.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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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문제점은 있다. 헌재의 판결에 배치되는 측면도 있고 농어촌 지역 대표성도 약화되며,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의원 정수가 느는 것에 대한 국민 감정도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극복하고 나면 선거때마다 반복되던 민의 왜곡 현상은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국회 안에서 다양한 계층과, 외면받던 사회적 이슈를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하나의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 할 가능성도 줄어들어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연합정권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2020년 선거구제 개편, 다당제 가능할까?  

형식상으로는 지금도 다당제라고 말할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정당 구조는 2020년 총선이 다가오면 바뀔 수 있다. 민주평화당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으로 흡수되거나 통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칼 마르크스는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다. 생쥐는 생쥐의 의식을, 고양이는 고양이의 의식을, 판사는 판사의 의식을, 그리고 노동자는 노동자의 의식을 갖는 것. 이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생쥐는 언제나 색깔만 다른 고양이를 선택한다. 그 이유는 뭘까? 홍세화 선생이 말하듯 우리는 지난 50년간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만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동네에서, 제도권 교육에서, 그리고 기울어진 운동장인 언론을 통해서 말이다.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 내부자들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 내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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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언제나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그리고 영악하다. 선을 선으로 받는 순수와 미덕은 도덕 교과서 안에만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국민을 개돼지로 가축화 시켜버린 이강희(백윤식 분)나, 법정에서 국가를 대리하던 <소수의견>의 부장검사(김의성 분)처럼 권력자들은 '자기를 공격하는 자들을 내세워서 자신을 보호하는 대리자'로 만드는 일을 수없이 행한다.

그들에게 이용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자신에게 속한 '계급'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끊임없이 우리의 요구와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그래야만 생쥐가 고양이를 선택하는, 노동자가 자본가를 선택하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극복할 수 있다.

현실은 늘 상식을 비웃으며 우리 앞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에리히 프롬이 말했 듯 사람들에게 갑자기 자유가 주어지면 두려워 한다. 투표라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투표라는 행위가 자유의지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마저 내 생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이 속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고의 감옥 벗어나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는, 날카로운 이빨을 숨긴 고양이가 아닌, 내가 힘들때 내 옆에 있어줄 생쥐들에게 행사해야 한다. 불합리한 선거구제는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개편돼야 한다. 그나마 지난 15일 여야가 연동형비례대표제, 석패율, 1월중 처리등 큰 틀에서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본 게임은 지금부터이겠지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블로그와 페이스북>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소선거구제, #다당제, #연동형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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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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