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날, 보러와요>에서 시사프로그램 PD 나남수 역의 배우 이상윤이 3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날, 보러와요>에서 이상윤은 시사프로그램 PD 나남수 역을 맡았다. 정신병원 강제 납치 사건을 파헤치는 그 역시 한편으로는 자신의 출세욕에 충실한 인물이다. ⓒ 이정민


 영화 <날, 보러와요> 한 장면

물리학도-모델-배우. 이상윤은 "그 어느 것 하나 내 선택이 아닌 게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깨달아 가는 것 또한 인생이다. 그는 삶에 그만큼 충실한 사람이었다. ⓒ OAL

갈수록 배고파 보였다. 이미 TV 드라마로 널리 알려졌고 부족할 게 없어 보이는데 넘겨짚는 것 아니냐고? 지난 3월 31일 영화 <날, 보러와요>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자마자 "영화 속 모습이 어땠는지 궁금하다"며 그가 먼저 물었다.

<내 딸 서영이>(2012), <라이어 게임>(2014) 등 TV 브라운관 속 이상윤을 영화 스크린에서 보니 낯설다. 이전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본격 상업영화로 한정하자면 이번이 첫 영화나 마찬가지다. "동선이든 감정 표현이든 어떤 틀을 깨고 싶었는데 분명 영화엔 그 여지가 있다"며 그가 말했다. 이걸 자유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걸 만끽했을 때 이상윤은 또 다른 면모를 품고 있었다.

그가 먼저 물었다 "영화 속 모습이 어땠나요?"

<날, 보러와요> 속 이상윤은 고발프로로 명성을 떨친 스타 PD 나남수 역을 맡았다. 승승장구하던 남수는 윗선의 조작방송 파문으로 함께 징계를 먹고 절치부심하던 차에 한 여성(강예원 분)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단순히 끔찍한 장면을 나열하는 대신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반전 또한 강렬했다"는 게 출연 이유였다.

영화는 여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물이다. 이상윤으로선 장르적 재미와 함께 나남수 PD가 지닌 상징성이 작품의 또 다른 기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 시나리오에선 정신병원 속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잔인한 장면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이철하 감독님이 맡게 된 뒤부터 생각하게 하는 스릴러 요소가 담겼죠. 시나리오를 읽고 느꼈던 재미를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며 직접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참여했을 땐 이게 실화 바탕인 걸 몰랐어요. 촬영 직전 관련 사건들 얘기를 듣고 엄청나게 놀랐죠. 정신병원에 사람을 강제 입원시키는 게 생각보다 간단하더라고요. 다만 실제 사건을 두고 뭔가 각성시켜야겠다는 사명감보다 전 일단 영화적으로 접근하려 했어요."

나 PD를 두고 이상윤은 "굉장히 일반적인 사람"으로 해석했다. 나 PD는 결정적으로 두 차례 방송 조작에 연루되는데, 이상윤 입장에선 "누구나 마음에 품고있는 욕심이 행동으로 발현되는가 아닌가의 차이"였다. 그렇게 여긴 채 이상윤은 상대 배우인 강예원의 진폭이 큰 감정 연기를 받아냈다.

 영화 <날, 보러와요>에서 시사프로그램 PD 나남수 역의 배우 이상윤이 3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윤을 둘러싸고 있는 바른 청년이라는 이미지. 그는 "감사한 일이지만 동시에 연기자로서 그런 이미지가 계속된다면 부담을 느낄 것도 같다"며 다양한 캐릭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넌지시 드러냈다. ⓒ 이정민

"편집을 거치면서 나남수가 좀 더 중립적인 인물이 됐어요. 본래는 좀 감정적인 면이 있는 인물이었는데 박자감을 위해 생략된 분량도 있어요. 제 입장에선 첫날 첫 촬영이 가장 어려웠어요. 감정이 격해지는 수아를 자극해야 했던 장면이었거든요. 자연스러움을 위해 몰입 시간을 좀 더 요청해서 대사를 직접 써보기도 했는데 스스로 아쉬운 면도 있어요. 숙제가 많이 남았습니다. 그런데도 감독님이 어색할 수 있는 부분을 잘 다듬어 주셨어요."

물리학도와 연기자 사이

상대의 감정 연기를 잘 받아줄 고민, 시나리오에 표현된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에서 그만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2004년 직후, 그러니까 물리학도로서 공부에 정진하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갑작스럽게 연예계에 진출한 이후 "이런 고민은 계속돼왔"단다.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연기자의 길을 걷는 그에게 절대 좋지만은 않았다. 대중에게 바른 사람이 아닌 배우로 각인시키는 건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물리도 좋아하지만,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모든 게 제 의지였습니다. 20대 들어 나름 사춘기를 겪긴 했어요. 부모님껜 반항처럼 보였겠죠(웃음). 감사하게도 지금은 작품 기회가 예전보다 많아졌는데요. 기회가 없든 적든 많든 그 안에서 최선을 선택해왔어요. 결과적으로 실패했어도 연기하는 걸 후회해본 적 없습니다. 크게 보면서 나아가려고요.

데뷔 직후 연기 수업을 받았을 때니까 공익근무요원을 할 때겠네요. 그때 연기한다는 자체만으로 행복감을 느꼈어요. 역할에 몰입해 있는 날 발견했고, 함께 수업받던 동료들도 집중하던 그 순간 짜릿함을 맛봤죠. 그걸 잊을 수가 없고, 지금까지 연기하게 하는 힘인 거 같아요. 방송이나 영화도 좋지만, 무대 위에서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거 같은데 꼭 연극과 같은 무대 연기도 해보고 싶습니다."

연기에 집중한다고 물리 자체에 등 돌린 건 아니니 오해 말자. "취미 이상의 물리를 공부하려면 연기를 포기해야만 했기에 그렇게 됐지만, 여전히 물리는 재밌는 분야"라며 "물리 대중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으니.

영화 <날, 보러와요> 이후가 어쩌면 그의 두 번째 분기점이 될 수 있겠다. 10여 년 전 인생의 방향성을 정했다면, 이제 그는 자신의 영역을 보다 확장할 과제를 안고 있다. 늘 그래 왔듯 그는 "주어지는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선택할 것"이다.

 영화 <날, 보러와요>에서 시사프로그램 PD 나남수 역의 배우 이상윤이 3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날, 보러와요>에서 시사프로그램 PD 나남수 역의 배우 이상윤이 3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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