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해온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의 압력으로 인해 운명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영화계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외치며 결사항전 분위기입니다. 당장 올해 영화제 개최조차 점점 불투명해지는 상황입니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오마이스타>는 누구보다 이 사태를 애가 타며 지켜보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그 열두 번째로 <양치기들>의 김진황 감독입니다. [편집자말]
 영화 <양치기들>의 한 장면.

영화 <양치기들>의 한 장면. 영화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 마음을 담아 영화를 항상 만들었습니다. ⓒ 김진황


안녕하세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인 <양치기들>을 연출한 김진황입니다. 저의 부족한 작문능력으로 인해 부산국제영화제와 동료 영화인들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염려스럽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제가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하였을 때가 2006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부산국제영화제도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전 군대를 전역한 후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영화학과 새내기생활을 시작하면서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중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찾았을 때의 경험은 지금까지 제가 영화를 꾸준히 공부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열정의 발판이 되곤 하였습니다.

10년 전과 후 나는 변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양치기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 장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양치기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 장면. 부산국제영화제는 저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 김진황


제가 만든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꿈을 이루는데 정확히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만큼 저와 동시대를 보내며 영화를 공부했던 모든 영화인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시간을 언젠가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위로해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 이유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떠한 선입견도 품지 않고 영화를 온전히 그 영화 자체로만 바라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다른 데서 찾아본 적은 없습니다. 그냥 영화 보는 걸 좋아했고, 영화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감정의 울림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좀 더 윤택한 삶을 살기보다는 영화 그 자체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하였고 매번 어려움에 봉착하면서도 아직 영화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제 동료들 또한 비슷한 환경과 생각을 가지며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조금 더 가치 있는 영화가 세상에 많이 나오는 것입니다. 좋은 영화는 인간을 좀 더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그런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하며, 그 중심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청합니다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제가 만든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제가 가진 것에 비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 영화인들이 자신의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과 자신의 재능을 한탄하면서도 어떻게든 끝까지 영화를 완성해 낼 것입니다. 영화가 완성되고 그 영화가 상영되는 순간 지금의 고생을 위로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위로의 터전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지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20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고 성인이 된 영화제가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부산국제영화제가 좀 더 단단해지기 위해 저희의 목소리에 잠시나마 귀를 기울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저 또한 앞으로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영화가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진황 감독은 누구?
1983년생인 김진황 감독은 단편영화 <보편적 순간>(2012), <갑과 을>(2012) 등으로 연출 데뷔했으며 첫 번째 장편 <양치기들>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진출했다.

<양치기들>로 그는 당시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 상을 받았다.

[BIFF를 지지하는 젊은 목소리]

[① 백재호] 부산시민 여러분, 부디 부산국제영화제 지켜주세요
[② 이승원] 누가 BIFF라는 오아시스를 소유하려 하는가
[③ 이근우] "저는 이 영화 부산국제영화제에 낼 거예요"
[④ 조창호] 서병수 시장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한 장의 사진
[⑤ 박석영] 저는 믿습니다, BIFF 키워온 부산 시민들을

[⑥ 이돈구] 부산국제영화제는 내게 기적이다
[⑦ 박홍민] 영화제 제1명제: 초청되는 영화에는 성역이 없다
[⑧ 지하진] 영화 속 유령들까지 부산영화제를 지킬 것이다
[⑨ 이광국] 부산시장님, 많이 외로우시죠?
[⑩ 김대환] 많이 아픈 부산국제영화제야, 내가 너무 미안해

[⑪ 김진도] 부산 뒷골목, 노숙자 같은 남자가 세계적 거장이었다

* 우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 백만서명운동 사이트'(http://isupportbiff.com)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isupport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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