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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유원지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강정보 4대강 홍보관 디아크 앞으로 들어오고 있다
 화원유원지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강정보 4대강 홍보관 디아크 앞으로 들어오고 있다
ⓒ 박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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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 중에서 가장 화려한 보인 강정보와 4대강 홍보관인 '디아크'를 바로 코앞에 두고 유람선이 하나 들어온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잘 정비된 인공의 수변 환경에 다양한 뱃놀이라, 지난 MB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홍보 방송에서 자주 보이던 모습이 아닌가.

그러나 홍보 방송의 그런 장면은 실제 4대강엔 없다. 해마다 봄만 되면 나타나는 심각한 녹조 현상과 물고기 떼죽음, 최근에는 기생충 창궐까지. 이 모든 생태 환경의 변화가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니 이런 4대강에서 무슨 뱃놀이를 할 마음이 나겠는가?

그러나 역발상의 힘인지,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인지, 아니면 악수를 둔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구 달성 군수는 유람선 사업을 강행했다. 그에겐 심각한 녹조 현상인 이른바 '녹조라떼'도 보이지 않고, 해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흑두루미 같은 희귀한 철새들도 보이지 않는가 보다.

대구 달성군은 '독성 남조류 때문에 승객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녹조 현상이 극심해지는 한여름과 철새가 찾아오는 겨울철에는 유람선 운항을 자제해달라'는 환경 단체의 요구도 묵살한 채 뱃놀이 사업을 강행했다.

게다가 달성군은 지난 2014년 8월에 시작된 뱃놀이 사업(유람선)을 2015년 10월엔 쾌속선 사업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리고 올해 4월 2일엔 강정보 앞까지 계류장을 설치해 뱃놀이 사업을 점점 확장하려 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하는 뱃놀이 사업 vs. 습지와 멀어 문제 없다

뱃놀이 사업은 화원유원지에서 출항하여 강정보 앞에서 회항해 다시 화원유원지를 가는 코스에서, 강정보 앞의 4대강 홍보관인 디아크 아래까지 와서 새로운 손님을 태우고 화원유원지를 지나 옥포면까지 9km를 운항하는 코스로 경로가 변경됐다. 

이것이 지난 4월 2일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달성군의 사업 추진을 비판한 이유다. 기자회견 참가자는 "달성군은 달성습지 생태계 교란하는 뱃놀이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흑두루미 내쫓는 달성군을 규탄한다"라고 함께 외치면서 유람선 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비판이 일자 김부섭 달성군 부군수는 지난 3월 31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디아크가 모래톱에서 100m보다는 훨씬 많이 떨어져 철새들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 유람선의 운항코스도 습지와는 멀다. 습지 주변에는 배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소음 등의 피해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숙자 대구환경운동연합 교육국장은 "그것은 달성군의 자의적 해석"이라며 "유람선 운항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유명한 철새도래지 옆으로 유람선을 운행한다면 세계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다. 큰배가 움직이는 동선과 그 자체 소음들이 철새들의 교란행위가 되고, 특히 흑두루미가 도래하는 바로 인근에 선착장을 설치한다는 것은 생태 무지의 행정이다"

달성습지, 대구시는 보호하고 달성군은 교란시키고

대구 달성군이 유람선 사업을 강정보까지 확대 운영한다. 철대도래지이자 야생동물보호구역인 달성습지로 유람선을 운항을 강행하는 대구 달성군. 이날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에서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 달성군이 유람선 사업을 강정보까지 확대 운영한다. 철대도래지이자 야생동물보호구역인 달성습지로 유람선을 운항을 강행하는 대구 달성군. 이날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에서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신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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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가 어떤 곳인가?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 습지이자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로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이다. 도심 바로 부근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환경부는 이곳을 자연경관 1등급 지역으로, 대구시는 야생 동식물 보호 구역과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대구시와 환경부마저 나서서 보호하고 있는 천혜의 자연 습지 구간에 대구 달성군이 유람선을 띄워 뱃놀이 사업을 벌이겠다고 하는 것이다. 대구시는 보존하고, 달성군은 그것을 교란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더구나 강정보 디아크 앞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모래톱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도래한다. 마찬가지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도 이 일대를 찾고 있다. 이 모래톱이 생태적으로 건강한 곳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뱃놀이 사업을 강행하겠다니.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종원 계명대 교수는 이렇게 비판했다.

"일제총독부가 식민지를 파괴하면서 돈벌이에 혈안이었던 것과 같이, 매국노의 행위이다. 즉각 중지해야 한다. 더는 이곳을 놀이터로 삼지 말고, 서대구 자연생태계 복원에 나서는 것이 땅주인의 기본자세다."

이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의 문제다

"달성군은 유람선 운항계획 즉각 중단하라!"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달성군은 유람선 운항계획 즉각 중단하라!"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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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총선에 출마한 변홍철 녹색당 후보도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달성군의 강정고령보 유람선 사업 계획이 자연에 대한 폭력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구 시민들의 생명의 젖줄인 낙동강과 금호강의 죽음을 외면하고, 천혜의 보고인 달성 습지와 거기 깃들어 사는 야생동물들의 고통과 불안을 무시한 채 오직 돈벌이와 전시 행정으로만 치닫는 이 무지하고 천박한 발상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자연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지만, 대구 시민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양심과 예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신음하는 강, 뒤척이는 습지, 불안한 눈망울의 흑두루미를 모른 체하고 저 조악한 유람선에 타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람선을 운항하는 것 그것이 뭐 그리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변홍철 씨의 말처럼 그것은 달성 습지에 대한 예의이자, 자연에 대한 예의의 문제다. 낙동강과 달성 습지는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영역이자 야생의 공간이다. 낙동강에 유람선을 띄우는 행위는 강과 습지를 인간만을 위한 유희의 도구로 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 생긴 선착장 바로 인근에 이처럼 환경부에서는 철새도래지라는 입간판을 세워뒀다. 그리고 실지로 흑두루미가 도래한 모습이다. 멸종위기종 흑두루미가 날라오는 이런 곳에 유람선이 웬말이란 말인가?
 새로 생긴 선착장 바로 인근에 이처럼 환경부에서는 철새도래지라는 입간판을 세워뒀다. 그리고 실지로 흑두루미가 도래한 모습이다. 멸종위기종 흑두루미가 날라오는 이런 곳에 유람선이 웬말이란 말인가?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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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낙동강은 1300만 영남 사람들의 식수원이다. 경남 창원에서 올라온 배종혁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의장 또한 목소리를 높였다.

"식수원 낙동강에서 뱃놀이를 ㅏㅎ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구 달성군이 무책임하게 뱃놀이를 하는 이곳 아래는 경남과 부산의 식수원이다. 기름 동력선을 운항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그 식수원 오염 사태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돈벌이에 급급해 경남인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달성군은 지금이라도 경남민에게 사죄하고 유람선 운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아무리 돈벌이가 된다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있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 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과실은 먹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돈벌이가 급하다고 대구의 생태와 미래의 자산까지 탕진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대구 달성군은 지금이라도 후손들 보기 부끄러운 짓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돈벌이냐, 인간과 자연에 대한 예의냐, 달성군은 그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부디 달성군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유람선 사업을 강행하는 달성군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서있다. "다 죽어가는 강위에서 뱃놀이사업, 자식들께 부끄럽지 않은가?"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유람선 사업을 강행하는 달성군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서있다. "다 죽어가는 강위에서 뱃놀이사업, 자식들께 부끄럽지 않은가?"
ⓒ 박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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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정수근 기자는 4대강 재자연화와 영주댐 철거를 희망합니다. 이 글은 <평화뉴스>에도 함께 실을 예정입니다.



태그:#4대강사업, #달성군, #유람선사업, #낙동강 , #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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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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