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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에서 열린 '뉴스타파·ICIJ, 조세도피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결과물 발표 기자회견에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오른쪽)와 심인보 기자가 취재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에서 열린 '뉴스타파·ICIJ, 조세도피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결과물 발표 기자회견에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오른쪽)와 심인보 기자가 취재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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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인 노재헌씨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3곳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의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위장 회사 의혹도 불거졌다.

조세회피처는 세금이 없거나 아주 적은 곳으로 버진아일랜드와 파나마 등이 대표 지역이다. 법인세나 개인소득세에 대해 원천징수(세액수납)를 하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금을 적용시켜 절세나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페이퍼컴퍼니는 물리적인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며 주로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 조세회피처에 설립한다.

한국 아닌 홍콩 주소 기재하는 치밀함 

4일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 내부 자료를 통해 재헌씨가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조세도피처의 페이퍼컴퍼니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재헌씨는 현재 서울 연희동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 주소를 기재하지 않아 195명의 한국인 명단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재헌씨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할 당시 주소를 홍콩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한국인 이름을 무작위로 검색하던 중 발견됐다.

김용진 뉴스파타 대표는 "재헌씨 이름을 보고 노 전 대통령의 아들로 추측해 자료를 찾다가 홍콩 ID 사진과 서명, 생일 등을 확인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했다.

재헌씨는 지난 2012년 5월 18일 버진아일랜드에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과 'GCI 아시아 인터내셔널', '럭스 인터내셔널' 등 3곳을 설립해 주주 겸 이사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주소를 홍콩으로 기재했다. 이들 회사는 1달러짜리 주식 1주 만을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다. 모두 버진아일랜드 지점이 있는 빌딩에 주소를 두고 있다. 재헌씨의 회사 말고도 이 빌딩을 주소로 두고 있는 회사는 수 천 곳에 달해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 장소로 꼽힌다.

자본금이 1달러인 회사의 설립 목적은 비자금 운영 때문이다. 대다수 조세회피자들은 1달러 짜리 법인 명의의 계좌를 만든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조세`금융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금을 운영한다.

김 대표는 "재헌씨는 세 번째 회사인 럭스 인터내셔널의 주주로 본인과 두 번째 회사인 'GCI 아시아'를 등재하는 등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해 놓았다"며 "이사직 사퇴 후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을 자리에 앉혔다"고 했다.

노태우 비자금 은닉? 시기적으로 맞아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에서 열린 '뉴스타파·ICIJ, 조세도피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결과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용진 대표가 취재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에서 열린 '뉴스타파·ICIJ, 조세도피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결과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용진 대표가 취재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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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헌씨는 2012년 5월 18일에 페이퍼컴퍼니를 동시에 만들었다. 이 시기는 노태우 전 대통영이 사면 이후 추징금을 내다가 232억 원을 남겨 두고 납부를 중단한 시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 납부를 두고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다툼이 있었다. 신 전 회장은 신동방그룹에서 식용유 대표 브랜드인 '해표'를 키워낸 사람이다.

앞서 2011년 3월 재헌씨의 아내 신정화씨는 홍콩법원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홍콩법원은 재산 분할을 위해 재헌씨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내용이 같은 해 12월 국내에 알려졌다. 국내 언론들은 재헌씨에게 갔을지도 모를 노태우 비자금이 이혼 소송을 통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재헌씨는 이로부터 5개월 뒤인 2012년 5월 조세도피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3곳을 만들었다. 남은 추징금 납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이혼 소송 때문에 비자금 상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페이퍼컴퍼니에 비자금을 은닉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재헌씨에게 흘러 들어갔다면 부인과의 이혼소송으로 재산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었고 이 때문에 자금을 숨길 곳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생과 사돈에게는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주면서 아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는 점은 상식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이후 재헌씨는 조세도피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2013년 5월 페이퍼컴퍼니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첸카이(원 아시아 및 GCI 인터내셔널)와 김정환씨(럭스 인터내셔널)가 이사직에 앉았다.

최태원 SK회장, 페이퍼 컴퍼니와 연관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에서 열린 '뉴스타파·ICIJ, 조세도피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결과물 발표 기자회견에서 심인보 기자가 취재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에서 열린 '뉴스타파·ICIJ, 조세도피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결과물 발표 기자회견에서 심인보 기자가 취재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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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이 페이퍼컴퍼니와 연관돼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헌씨가 설립한 '인크로스'가 처남 재헌씨를 앞세운 최태원 회장의 위장 회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재헌씨는 IT기업 인크로스를 설립했으며 최근까지 주주였다. 김 대표는 "인크로스의 성장과정을 보면 SK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매출이 SK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며 "자사보다 덩치가 큰 SK계열사 크로스엠인사이트(당시 이노베이스)를 헐값에 인수합병했다. 인크로스는 지난 2009년에는 200억 대의 매출을 올린 이노베이스를 단돈 40억 원에 인수했다.

김 대표는 "인크로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0년 홍콩에 '인크로스 인터내셔널'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한 흔적이 나온다"고 했다. 인크로스 인터내셔널의 대표는 재헌씨였다. 홍콩은 재헌씨에게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준 중개 회사가 있는 곳이다. 또 재헌씨가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시점도 재헌씨가 인크로스 인터내셔널 대표로 재직하던 시기와 겹친다.

재헌씨는 인크로스를 통해 "개인적인 사업 목적으로 1달러짜리 회사를 몇 개 설립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혼 등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태그:#노재헌, #노태우,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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