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이런 분들이 재경부장관, 경제수석, 금감위원장을 지내면서 카드정책을 주물러 왔던 분들이고, 이분들이 카드정책을 잘못해 가지고 400만 카드 신용불량자가 발생을 하고 그분들 중 많은 분들이 자살을 하고 가정 파괴를 당하고 이런 형편에 있고, 지금도 카드 사태는 진행 중입니다."- 2004년도 국정감사 정무위원회회의록 중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발언 일부

김대중 정부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인 카드대란은, 4백만의 신용불량자를 만들면서 파국을 맞았다. 숱한 자살과 파산·가정 파괴는 개인의 잘못이기보다는 빚 권하는 정책의 타살이었다. 당시 경제 수장이 이번에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이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강봉균 전 장관과 경제 관료들을 국정감사에 세워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패한 경제 관료에서 경제 살리기 적임자로 변신한 강봉균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는 IMF 직격탄을 맞는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카드 활성화 대책을 꺼내 들었다. 길거리 카드 모집을 허용하고, 현금 서비스의 상한 제한을 폐지했다. 카드 전표를 복권화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LG를 비롯한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으로 몸짓만 불렸을 뿐, 신용 불량자가 폭증하고 내수 시장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소비와 내수를 살리겠다는 발상. 모래 위에 누각을 짓겠다는 어리석은 카드 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의 대명사라 할만하다. 강봉균 전 장관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3월 23일 강봉균 전 장관은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희망을 주는 정치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 입당의 변이었다. 김무성 대표는 '평소에 국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경제정책 대안을 제시해 온 분으로, 포퓰리즘에 맞서 진짜 경제 살리기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민생정책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새누리당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강봉균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부터 경제 소신을 피력하고 20대 총선의 경제 공약을 발표하는 등 역할을 다잡아나가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주창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영입이라는 시각을 의식한 듯 취임 일성은 야당의 경제민주화와 기초연금 공약에 대한 비난이었다. 경제민주화를 대기업의 족쇄로, 70% 노인에게 월30만 원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공약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이라고 날을 세웠다.

발표한 경제공약 또한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기업 지원을 바탕으로 해 청년 실업을 극복하겠다는 적극적인 재정금융 정책 실현 공약은 기업이 잘되어야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친기업 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 수준으로 조정, 서민금융 활성화 및 자영업자 지원, 장기분할상환제 도입을 통한 가계부채 해결 공약도 그렇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줄기차게 추진되었던 저금리, 쉬운 대출 정책과 맞닿아 있다.

'기업 지원·서민 대출' 진부한 새누리당의 경제 공약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3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7대 주요 경제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3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7대 주요 경제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무성 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영입한 강봉균 선대위원장을 김무성 대표는 실용적인 경제정책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사람으로 추켜세우고 있지만 카드대란의 가장 큰 책임자, 실패한 경제 관료라는 것이 국민의 정부 때 한나라당의 주장이었다. 12년이 지난 지금, 국정감사장에 세워야 한다고 했던 사람을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경제 인식은 낡았고, 공약은 진부하다. 김대중 정부 카드 활성화. 이명박 정부 친기업 정책, 박근혜 정부의 빚 권하는 정책. 이들의 공통점은 기업을 배불리고 국민들을 빚더미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카드 활성화가 내수를 못 살렸듯이, 국민에게 빚을 떠안겨 경제를 살린 예도 없다. 카드 남발이나 대출 완화 공약이나 국민의 실질 소득 향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국민의 빈주머니를 대출로 채워 내수를 일으키고, 기업을 지원해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는 주장.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여론몰이의 나쁜 습관이다.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첫 선대위 회의에서 강봉균 선대위원장은 양적완화를 주장했다.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기업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계부채가 폭발 지경에 이른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돈을 푼다고 가계부채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저금리와 각종 대출제도로 시중에 돈이 풀렸지만 국민의 생활이나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건 기업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국민들에게로 되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서민 경제의 위험이 증폭되고 물가가 치솟을 때마다 한국은행에 가득 쌓인 돈더미를 보여주며 돈을 풀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돈을 푼다는 것, 양적완화는 국민들에게는 대출, 기업에게는 지원으로 차별되었다. 국민의 실질적 소득을 높이려는 임금인상. 자영업자 보호는 매번 뒷전이었다. 강봉균 선대위원장의 인식이나 새누리당의 경제 공약을 지지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약대로라면 기업의 돈잔치, 가계의 빚잔치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강봉균 선대위원장은 실패한 경제 관료다. 박근혜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기업 지원을 위한 경제 성장론의 적임자일지는 모르지만, 그의 경제 철학으로 민생정책을 만들고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논리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두고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본인은 정작 경제 정책은 누구를 위해서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는 듯하다.

박근혜 정부 나팔수 자처한 강봉균의 정치 복귀, 달갑잖다

3월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20대 총선 공천자대회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연단에 오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에게 말을 걸자, 김무성 대표가 내려가라며 손짓하고 있다.
▲ 김무성에 밀려난 최경환 3월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20대 총선 공천자대회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연단에 오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에게 말을 걸자, 김무성 대표가 내려가라며 손짓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닮았다. 기업 지원을 위한 청년 실업 해소 공약. 낙숫물 효과를 강변하던 박근혜 정부의 친기업 정책과 닮았다. 비정규직 구조는 방치하면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다를 바 없다. 대출 제도를 바꾸어 가계 부채를 해결하겠다는 공약도 수없이 들어왔던 이야기다. 박근혜 정부 3년의 친기업 경제 정책은 국가와 국민 경제에 희망을 제시하지 못했다. 실패한 경제 정책을 일자리와 경제 회생으로 포장해 공약으로 내거는 새누리당. 국민 눈속임 일 뿐이다.

4월 3일 오전 새누리당은 경제 공약 발표 때 법인세 인상, 부자 증세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오후에 열린 기자오찬회 자리에서는 일본 아베정권의 소비세 인상을 거론하고 부가세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인상을 이야기하며 서민증세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업엔 혜택을, 서민에겐 부담을 지우겠다는 셈이다. 

'부자 감세·서민 증세'라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편향성을 막아서지는 못할망정 나팔수를 자처하는 여당의 선거 공약은 위험하다. 강봉균 선대위원장의 정치 복귀는 이명박근혜의 경제 수장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것 같다. 썩 달갑잖은 일이다.


태그:#20대 총선, #강봉균
댓글1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