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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면 '격전 지역'이 주목을 받습니다.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누가 당선 될 지 알 수 없는 지역을 그렇게 부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당선 가능성만 따지는 건 재미가 없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가 숨겨진 선거구를 '꿀잼지역'으로 골라 생생한 선거 현장을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말]
 20대 총선에 출마한 서울 용산구 후보자들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스튜디오에서 합동토론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 곽태원 국민의당 후보, 정연욱 정의당 후보.
 20대 총선에 출마한 서울 용산구 후보자들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스튜디오에서 합동토론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 곽태원 국민의당 후보, 정연욱 정의당 후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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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인가? 더 멋있어졌다. 그런데 우리 단일화 안하나?"
"(웃음) 이게 강자의 논리야, 접어달란 얘기거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느닷없는 단일화 제안에 정연욱 정의당 후보가 난감한 웃음을 터뜨렸다. 1일 오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20대 총선 서울 용산 지역구 후보자 대기실에서다.

정 후보는 "2004년 때 제가 표를 갉아먹지 않았습니까"라며 "요새 제가 (지지율이) 좀 나오기 때문에 장관님(진 후보) 속마음을 잘 알고 있다"라고 응수했다. 진 후보가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서 김진애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7110표 차로 승리했을 때를 말한 것이다. 이때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섰던 정 후보는 5467표를 얻었다.

진 후보에게 "용산에서도 야권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총선 때) 표를 계산해서 그런 게 아니라 (대선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힘을 모아가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 후보를 수행하던 이원영 정의당 용산구위원회 부위원장은 "저희는 지역 당원들의 요구가 있어야 되는데 쉽지 않아요"라며 "당원들이 (야권 단일화) 요구가 있어야 하는데 없습니다, 이유는 아시죠?"라고 반문했다. 진 후보가 불과 보름 전만 하더라도 새누리당 소속이었음을 꼬집은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20대 총선 최대 관심 지역구 중 하나로 꼽힌 서울 용산의 현 상황을 압축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현역 지역구 의원이 당적을 바꾸면서 야권이 방어해야 할 지역구로 바뀌었다. 그러나 통상적인 '철새 논란'은 없다.

진 후보는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번복에 반발하며 사표를 던졌다. 이후 '친박(친박근혜)'에서 '멀박(멀어진 친박)'으로 분류됐고,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당 정체성 부적합자'로 찍혀 공천에서 배제됐다. 즉, 진 후보가 여권 주류에게 당한 '피해자'로 인식되고 있다. 그 대신 새누리당이 용산에 전략공천한 이는 "진실한 진짜 일꾼"을 내건 황춘자 후보다.

"진영씨 자른 이유 모르겠다" VS "대통령에 항명할 때부터 별로였다"

'총선 승리' 다짐하는 진영 후보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서울 용산구)가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역 부근 선거사무소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총선 승리' 다짐하는 진영 후보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서울 용산구)가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역 부근 선거사무소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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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용산 승부의 열쇠는 이촌1동 주민들이 진영 후보의 이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4년간 큰 선거에서 용산구 일대는 대부분이 야당 우세지역이지만 이촌1동, 서빙고동, 한강로동 정도가 여당 우세지역이다. 그중 가장 인구가 많은 이촌1동은 새누리당 후보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왔다. 19대 총선 당시 진 후보는 이촌 1동에서 8148표를 얻어, 3687표를 얻은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조순용 후보를 2배 이상으로 이겼다.

이촌1동 주민들은 진영 후보를 '배신자'로 봐야 할지 '공천학살의 피해자'로 봐야 할지 엇갈리는 분위기였다. 이촌1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김아무개(60, 남)씨는 "(새누리당의) 공천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진영씨를 자른 이유를 모르겠다, 이번엔 당과 관계없이 진영씨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서도 "지난번 용산구청장 선거 때 야당 후보가 두 명이나 나왔는데도 떨어진 후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후보가 지난 2014년 용산구청장 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 성장현 후보에게 약 6000표 차로 패배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는 진 후보 측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정의당 후보의 득표수까지 감안하면 황 후보가 야권 후보들보다 1만 표 이상 덜 얻었기 때문이다. 즉, 경쟁력 없는 후보를 새누리당이 '오만하게' 용산에 내리꽂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진 후보를 '배신자'라고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전날(3월 31일) 용산을 찾아 "운동권 정당 더민주로 출마한 진 후보는 새누리당을 배신한 것"이라며 "실세로 불리며 온갖 혜택을 받고 정치적으로 성장한 사람이 운동권 정당에 들어간 것은 (국회의원)배지를 달기 위해 정치적 도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유아무개(55, 여)씨는 "박 대통령에게 항명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대통령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김 대표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난 계속 1번을 찍었다, 당보고 찍는 것"이라며 "야당은 '무조건 반대하는 정당'이라서 마음에 안 든다"라고 말했다.

황춘자-진영 후보 현수막 대결 20대 총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역 부근에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진영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황춘자-진영 후보 현수막 대결 20대 총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역 부근에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진영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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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후보는 이 같은 여론에 대해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혼란스럽다는 얘기지, 더민주 지지층은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나한테) 배신자라고 하는데 당을 옮긴 입장에서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다"라면서도 "같은 논리로 따지자면 우리가 피해자다, 국민을 배신한 게 누구냐"라고도 강조했다.

진 후보 측은 용산에서 내리 3선을 한 '개인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진 후보 측 관계자는 "유세차를 안 타고 거의 혼자 다니신다"라면서 "우리(선거운동원)도 모르는 곳을 속속들이 아시니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촌1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아무개(50, 여)씨는 "여긴 33평 아파트값이 최소 9억 원이 되는 부자 동네라서 여당 후보가 강세일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나는 진 의원을 계속 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좋아서 표를 주는 건 아니고, 진 의원이 합리적이고 큰 인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황춘자 후보 측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진 후보가 새누리당에 몰표를 몰아줬던 이촌동 쪽의 표를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다. 황 후보 측 관계자는 "표밭이 좋긴 하지만 저분(진영)이 좋다고 가는 분이 있다"라며 "집토끼를 다시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대 총선에 출마한 서울 용산구 후보자들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스튜디오에서 합동토론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
 20대 총선에 출마한 서울 용산구 후보자들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스튜디오에서 합동토론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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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 양자 대결에 맞서는 국민의당 곽태원과 정의당 정연욱

'배신자 대 피해자' 프레임이 부각된 만큼,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지난 3월 28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 업체 미디어리서치의 용산 지역 유권자 511명 조사 결과, 진 후보는 34.7%를 얻어 황 후보(30.9%)를 3.8%p 차로 앞섰다. 국민의당 곽태원 후보는 5.3%, 정의당 정연욱 후보는 2.6%, 민중연합당 이소영 후보는 0.6%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이 결과를 신뢰하는 야권 후보는 없었다. 진 후보는 "유선전화로 돌린 조사인 만큼 표본(511명)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며 "정의당 지지율도 그 조사에서 (실제와 달리) 너무 낮게 나왔다, 정연욱 후보는 용산에서 인지도가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후보 본인도 "3월 말 자체 조사 결과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넘겼다"라고 밝혔다. 특히 정 후보 측은 이번에 당선되지 않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정 후보가 3년 동안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천막 농성을 함께 한 만큼 지역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선거 분위기가 살아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여야 접전지역인 효창동에서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이승극(58, 남)씨는 "진영 후보가 새누리당 지지층 표도 일부 가져오는 만큼 이길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정연욱 후보도 10% 이상 득표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진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큰 만큼, 여당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지역구 후보는 더민주 후보를 택하고 정당투표는 정의당을 찍던 이들이 정 후보에게 온전히 표를 줄 것이란 설명이었다. 다만 그는 "이곳이 일제강점기 때부터 형성된 동네라서 실향민도 많고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분들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곽태원 국민의당 후보는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로 본다"라고 불만을 토해냈다. 곽 후보는 "자체 조사를 진행하려고 한다"라면서 "지금 캠프 내부에선 유선전화로만 돌렸을텐데, 신인이 5% 이상 나왔으면 실제 현장에선 20% 가까이 지지세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특히 곽 후보는 "(진 후보는)12년 동안 새누리당이다가 갑자기 파란색(더민주)으로 옷을 갈아입었다"라면서 "새누리당 후보도 (국회의원) 급은 아니라고 보는 여론이 있어서 이번엔 새 인물을 뽑자는 민심이 형성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남영역에서 만난 김아무개(30, 여)씨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세 번이나 (국회의원을) 한 사람이 선거 앞두고 당을 바꾼 건 욕심으로밖에 안 보인다"라면서 "오히려 3번(국민의당)을 찍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투표 여부를 유보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후암동에서 만난 이아무개(42, 남)씨는 "진 의원이 그나마 여당 의원 중에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무소속 출마가 아니라 야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걸 보고 좀 생각이 복잡해졌다"라면서 "아직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후보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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