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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은 야권의 분열과 여권의 공천 갈등 등 출발부터 여느 총선과 달랐다. 많은 언론은 올해 초부터 제1야당의 내홍을 집중 보도했고, 결국 '친노(노무현) 패권'을 주장한 안철수 의원과 그의 추종자들은 신당을 창당했다. 집권여당도 '친박(박근혜)'과 '비박'계의 갈등으로 내홍이 끊이지 않았다. 공천과정에서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대 총선은 여느 총선과는 다른 구도가 형성됐다. '무상급식'이나 '경제민주화' 등 서민을 위한 정책은 실종됐고, 진흙탕 같은 정쟁이 중앙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야권은 야권연대를 놓고 설전을 이어가고 있고, 여권도 여전히 내홍 중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유승민과 윤상현... 새누리의 이중잣대

교통신호 중 ‘비보호 좌회전’이 있다. 교차로에서 별도의 좌회전 신호를 주지 않고 직진 신호일 때 좌회전을 허용하는 신호 운영방식이다. 보통 직진과 회전 교통량이 적은 교차로에서 행해지며, 신호주기가 짧고 지체가 적어 효율성이 높다. 현 정권 실세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은 취중 막말 파문으로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이 공천한 후보의 경쟁력은 미미해, ‘비보호 좌회전’처럼 당이 윤 의원을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교통신호 중 ‘비보호 좌회전’이 있다. 교차로에서 별도의 좌회전 신호를 주지 않고 직진 신호일 때 좌회전을 허용하는 신호 운영방식이다. 보통 직진과 회전 교통량이 적은 교차로에서 행해지며, 신호주기가 짧고 지체가 적어 효율성이 높다. 현 정권 실세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은 취중 막말 파문으로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이 공천한 후보의 경쟁력은 미미해, ‘비보호 좌회전’처럼 당이 윤 의원을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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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 공천과정에서 유승민(무소속·대구 동구을) 후보와 윤상현(무소속·남구을) 후보만큼 언론 지면에 자주 오르내린 이는 없을 듯하다. 지난해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책적 대립각을 세우며 당내에서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였다. 결국 공천 과정에서 그와 그를 따르는 정치인 대부분이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윤상현 후보는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의 친분으로 현 정권 실세를 자처했다. '취중 막말 파문' 전까지 그가 인천 지역 공천에 개입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당 대표를 겨냥해 '죽여버려'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도 유승민 의원처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런데 무소속으로 출마한 두 후보를 대하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큰 차이를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옥새 파동'까지 벌이면서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반면, 윤상현 의원 지역구엔 당 후보를 공천했지만 인천 지역 예비후보자 중 최약체로 평가받는 인물(김정심 후보)을 공천했다.

친박계 정치인들은 '유 의원이 당선돼도 복당을 허가해줄 수 없다'고 밝히지만, 윤상현 의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번 공천과정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들의 복당을 불허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원유철 원내대표의 말이 무색하게, 윤상현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3선 의원이 되면 새누리당에 바로 입당해 원내대표, 당 대표로 지역이 발전하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지난 28일 대구 동구갑 류성걸, 동구을 유승민, 북구갑 권은희, 수성을 주호영 등, 대구지역 후보자 네 명에게 '대통령 존영 반납 촉구' 공문을 발송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린 박 대통령의 사진을 선거에 활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진박'을 자처하는 정종섭(대구 동구갑)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과 맞지 않으면 대통령 사진도 걸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대표를 겨냥해 '죽여 버려'라는 막말을 한 윤상현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활용하는 것을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묵인하고 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당을 탈당해 한나라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박 대통령 사진을 쓰는 경우가 있었다"라면서 "대구야 그 지역 정서가 있어 자체 판단을 할 것이고, 인천과는 상관이 없다"라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는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에 박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게시했다. 윤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남구 용현시장에서 만난 복수의 시민들은 윤 후보를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하는 정치인'이라고 인식했다.

용현시장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J씨(60대)는 "(윤 후보는) 새누리당을 탈당했지만, (다시) 당에 들어갈 사람 아니냐"라면서 "지역에서 많은 일을 했기에 막말 파문과는 무관하게 지지하는 여론이 높다"라고 전했다. 용현시장 근처에 있는 목공소에서 일하는 K씨(50대)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나라고 하는 사람인데, 조만간 복당하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윤상현 후보의 선거사무소 외벽에 걸린 현수막.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취재과정에서 만난 남구<을> 유권자 상당수는 그를 ‘사실상 새누리당 후보’로 말했다.
 윤상현 후보의 선거사무소 외벽에 걸린 현수막.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취재과정에서 만난 남구<을> 유권자 상당수는 그를 ‘사실상 새누리당 후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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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정심 후보 공천해놓고... 나 몰라라?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지난 30일 기자들에게 '20대 총선 후보 및 선거사무소 현황'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엔 인천지역 13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선거사무소·선거사무장·일정 담당자·홍보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록돼 있다. 하지만 남구을 김정심 후보와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도 없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선거캠프가 늦게 구성돼 어쩔 수 없었다, 오늘(31일) 아침에 유세차도 돌던데, 알아서 선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새누리당 인천시당이 탈당한 윤상현 후보를 비호하기 위해 준비가 안 된 이를 후보로 공천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새누리당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가 배제된 한 인사는 "인천에서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수십 명 중 가장 약체로 평가되는 여성 후보를 남구을에 공천했다"라면서 "만약 나 같은 사람을 공천했으면, 최선을 다해 윤상현 후보를 이겼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도 "지난 지방선거 때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했다가 안 된 사람을 공천한 것은 결국 당이 윤상현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라면서 "일각에선 (김정심 후보가) 다음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 1번이란 말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새누리 시의회 의장은 윤상현 캠프 개소식서 축사까지

최근 새누리당은 '탈당한 유승민 후보를 돕는 사람은 해당행위자'라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인천에선 당이 공천한 후보자가 버젓이 있음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상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노경수 인천시의회 의장은 지난 26일 윤상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윤상현 의원을 국회에 입성시켜 대한민국을 바꾸고 인천을 바꾸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행위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경수 시의회 의장은 "당에서 한솥밥 먹던 사이라 격려 차원에서 몇 마디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솥밥 먹던 안상수(중구동구강화옹진·무소속) 후보나 김정심(남구을) 새누리당 후보 개소식에도 참석했느냐?'라는 질문에 노 의장은 "그 사이 당에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지 말라는 공문이 와, 안 후보에게는 가지 않았고, 김정심 후보 사무실에는 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윤상현, #유승민, #박근혜 마케팅, #인천 남구<을>, #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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